‘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대통령’…‘미친 놈’ 욕 먹고도 뜯어고치겠다는데 [기자24시]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12. 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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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본을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이 이상한 대통령이 오랜 세월 누적된 정치·경제의 제도적 모순을 뜯어고치고 '이상한 나라'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을지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다.

외환위기 때 금까지 모아 나라에 바쳤던 '이상한 국민'인 한국 유권자들이 직접 '전기톱'을 들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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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새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가 과거 대선 유세 현장에서 정부지출 대폭 삭감을 다짐하며 전기톱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P연합]
지구본을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계절도 밤낮도 정반대인 이 나라는 한국과 닮은 구석도 많다. 양국 모두 과거 독재와 군부 쿠데타를 겪었지만 민주화에 성공했다. 축구와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각각 손흥민과 K팝, 리오넬 메시와 탱고의 나라로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자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도 같다.

그러나 이후 걸어온 길은 사뭇 달랐다. 아르헨티나는 1816년 독립 이래 총 아홉 번의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고, 2001년 이후에만 세 차례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반복된 군부 쿠데타와 독재, 선심성 복지 혜택을 남발한 포퓰리즘(페론주의), 수입대체 경제정책이 낳은 만성적 재정 적자·무역 적자 등이 거론된다. 연 1만5000%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 전 국민의 40%가 빈곤층인 ‘이상한 나라’를 뜯어고치겠다는 ‘이상한 대통령’이 등장했다. 지난 10일 새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취임한 급진적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인 하비에르 밀레이 얘기다.

밀레이는 썩은 기성 ‘정치인 카스트’와 정체한 국가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며 선거 유세 현장에 ‘전기톱’까지 들고 나타나 현지 언론으로부터 ‘엘 로코(el loco)’, 직역하면 ‘미친 놈’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식당 메뉴판 가격이 매일 올라가는 현실에 질린 유권자들, 애써 농산물을 수출해도 남는 것이 없었던 농민층이 밀레이를 열성적으로 지지했다. 이 이상한 대통령이 오랜 세월 누적된 정치·경제의 제도적 모순을 뜯어고치고 ‘이상한 나라’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을지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린다.

한국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안 가리고 표 장사에 나설 것이다. 나랏돈을 최대한 내 지역구로 당겨와 돈을 풀겠다는 표퓰리즘에는 좌우 구분이 없다. 당장 내 주머니에 돈 꽂아주겠다는 정치인의 혀에 놀아난다면 한국도 아르헨티나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외환위기 때 금까지 모아 나라에 바쳤던 ‘이상한 국민’인 한국 유권자들이 직접 ‘전기톱’을 들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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