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은 까치만 먹을까…달콤한 감 찾아온 귀한 손님들

한겨레 2023. 12.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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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는 정겨운 감나무가 앞뜰과 뒤뜰에 서너 그루씩 심겨 있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요즘엔 시골에 주렁주렁 열린 연시가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고 나무에 매달린 채 온전히 겨울을 난다.

터줏대감 까치는 종종 감나무를 찾아온 새들에게 텃세를 부린다.

흰점찌르레기도 까치의 눈치를 살피면서 전깃줄로 피해 있다가 눈치껏 감나무로 날아들어 잘 익은 연시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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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희귀 나그네새 흰점찌르레기 감나무 찾아 ‘별식’ 즐겨
우리 조상들은 수확기에는 잘 익은 연시를 모두 따지 않고 일부러 몇 개를 남겨두어 새들에게 나눔을 베풀었다. 지난 11월20일 인천 강화도에서 만난 희귀 나그네새 흰점찌르레기가 ‘까치밥’을 즐기고 있다.

시골에는 정겨운 감나무가 앞뜰과 뒤뜰에 서너 그루씩 심겨 있다. 붉게 익은 연시는 늦가을의 정취를 불러오고 시린 겨울을 달랜다. 먹거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 익지 않은 떫은 감을 장독 소금물에 담가놨다가 떫은맛이 사라지면 먹고는 했다. 침을 담근다고 했다.

완전히 익은 감을 연시라 한다. 새들이 무척 좋아한다.

어르신들은 감나무에는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항상 주의를 주었다.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 잘 부러져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나무 가지 위에는 감을 따기 위한 도구(갈고리가 달린 긴 대나무)가 걸쳐져 있고는 했다.

우리 조상들은 수확기에는 잘 익은 연시를 모두 따지 않고 일부러 몇 개를 남겨두어 새들에게 나눔을 베풀었다. ‘까치밥’이라고 했다.

수확기에는 잘 익은 연시를 모두 따지 않고 일부러 몇 개를 남겨두어 새들에게 나눔을 베풀었다. ‘까치밥’이라고 했다. 지금은 까치가 천덕꾸러기가 됐지만, 옛날엔 동네에 사는 까치를 위해 이렇게 먹이를 남겨뒀다.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직박구리가 나타나 주변을 살핀다. 이곳은 새매가 사냥하러 다니는 길목이다.
안전을 확인하고 연시를 맛있게 먹는 직박구리.

까치는 여전히 연시를 좋아한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요즘엔 시골에 주렁주렁 열린 연시가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고 나무에 매달린 채 온전히 겨울을 난다. 새들에겐 잔칫상이다. 연시를 쪼아먹기 위해 모여드는 새들의 모습은 정겹기도 하다.

오색딱따구리도 주변을 살핀다. 먹이를 먹을 때 천적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색딱다구리가 연시를 야무지게 먹고 있다. 딱따구리답게 연시를 파버렸다.
청딱따구리도 함께한다.

지난 11월20일 인천시 강화도에서 연시를 쪼아 먹는 찌르레기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중 특이한 찌르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희귀 조류인 흰점찌르레기였다. 터줏대감 까치는 종종 감나무를 찾아온 새들에게 텃세를 부린다. 흰점찌르레기도 까치의 눈치를 살피면서 전깃줄로 피해 있다가 눈치껏 감나무로 날아들어 잘 익은 연시를 먹는다.

까치의 눈치를 살피는 흰점찌르레기.
까치가 물러서자 흰점찌르레기가 재빨리 연시가 달린 가지로 날아간다.
잘 익은 연시는 흰점찌르레기를 유혹한다.

흰점찌르레기는 찌르레기보다 몸집이 작다. 겨울에는 부리가 검고, 몸은 남빛 광택이 도는 검은색이다. 흰색 점이 온몸에 분포돼 있으며 머리와 목의 흰 반점은 다른 부위보다 작고 조밀하다. 여름에는 몸색이 바뀐다. 부리는 노란색, 몸은 초록빛 또는 자줏 광택이 도는 검은색이다.

흰점찌르레가 나타나자 찌르레기(왼쪽)가 물러선다.
찌르레기가 달콤하게 무르익은 연시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
찌르레기(왼쪽)도 함께한다.
연시가 아직 많이 남았다. 흰점찌르레기는 즐겁기만 하다.

흰점찌르레기는 한 마리 또는 작은 무리로 찌르레기 무리에 섞여 이동한다. 군집성이 강하다. 들판,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는데 잡식성이지만 나무 열매와 곤충을 주로 먹고, 나뭇가지나 전깃줄에 앉아 쉰다.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새이며 적은 수가 월동을 한다. 특히 중부와 남부지방에서 관찰되곤 한다.

새들은 잘 익은 열매를 본능적으로 찾아낸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모든 유형의 구멍에 둥지를 틀며 나무구멍, 전봇대, 건물구멍에 둥지를 짓는다. 카스피해 연안, 바이칼호 주변 등 유라시아에서 번식하고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북부, 중앙아시아에서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서부, 중국 서부에서 월동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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