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고장 '장흥' 마음의 양식 충만…잃었던 입맛 잡을 겨울 별미도

김세형 2023. 12. 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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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전망대는 장흥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서울 광화문의 정남 쪽인 장흥군이 대륙의 기운과 해양의 웅비가 조화롭게 교차하는 희망의 상징으로 건설한 랜드마크다. 사진제공=지엔씨21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그래도 따뜻한 게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남들 다 간다는 해외 휴양지는 못가도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면 장흥을 추천한다. 장흥은 남부지방에 위치한 곳이다. 좁디좁은 한반도에서 얼마나 기온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모르시는 말씀. 따듯하다.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힐링 명소도 많다. 무엇보다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마음의 양식을 차곡차곡 쌓으며 단단해진 감정 근육은 찬바람도 뚫기 힘든 갑옷이 된다. 게다가 잃었던 입맛을 사로잡는 겨울 별미도 지천에서 즐길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흥. 장흥은 겨울이 무르익을수록 더욱 즐거운 여행지가 된다.

◇한승원문학산책로는 바다를 끼고 있어 걸으며 다양한 장흥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들녘과 쪽빛 바다가 만들어 낸 풍경이 장관이다.

▶감정 근육 강화, 웰빙 명소 부각

여행지로서 장흥은 분명 매력은 분명하다. 마음의 양식이라 불리는 '문학'적 요소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국문학사상 가사문학의 발원지이자 다수의 현대문학 작가 배출지로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된 곳이 장흥이다. 이청준, 한승원의 소설이 탄생한 문학의 길을 걷다 보면 작가의 눈에 비친 장흥의 풍경이 새롭다. 그래도 여행지로서 생소한 건 사실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는 사람들만 즐겨 찾는다. 흡사 '숨겨둔 보석 같은 곳'과 같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흥의 색깔있는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대덕읍 연지리, 관산읍 삼산리·방촌리, 안양면 기산리 등을 찾으면 된다. 천관산문학공원을 비롯해 천관문학관, 기양사, 장천재, 탐진강의 정자들, 선학동마을, 남포마을, 송기숙 문학현장, 이청준 문학자리, 이청준의 눈길, 한승원의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 산책로, 회진, 덕도, 신덕리 등등 곳곳에서 장흥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청준과 한승원 문학길의 경우 기존 문학 탐방길과 연계, 두 문학가의 작품 속 배경을 반영해 자연 친화적 탐방길로 조성됐다. 코스는 한승원 문학비를 출발해 한승원 생가, 한재공원, 면 소재지, 천년학 세트장, 선학동(산길), 이청준 생가 및 묘소까지로 12.5km에 이른다.

◇장흥 출신의 문인 이청준의 생가는 소박하지만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한승원 생가를 지나 국내 최대의 할미꽃단지가 있는 한재공원에 올라서면 득량만의 넘실거리는 쪽빛 바다와 탁 트인 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촬영 세트장을 거쳐 3만여 평에 유채와 메밀밭이 조성된 선학동을 거쳐 이청준 생가 및 묘지까지 이어진다.

한승원 해변 산책로는 소설사 한승원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한승원은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가증스런 바다'가 당선돼 문단에 올랐다. '포구의 달(1983)', '불의 딸(1983)',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 '해산 가는 길(1997)' 등으로 잘 알려진 그는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앞엔 바다, 뒤에는 산을 둔 언덕에 토굴을 지어 살고 싶었다."는 작가의 소망이 실현된 그의 집 앞 해변산책로는 찾는 이들에게 소설가 한승원과 그의 작품, 그를 소설가로 키운 남해의 감성적 풍경을 펼쳐놓는다. 한승원 작가의 딸인 한강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천관문학관에서는 장흥 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장흥 출신 문인의 감성을 더욱 느끼고 싶다면 천관문학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다양한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양한 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다. 단 사전 예약은 필수다.

▶한 눈에 담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

자세히 봐야 아름다운 게 있지만, 멀리서 볼 때 제빛을 발휘하는 게 있다. 장흥 풍경이 딱 이렇다. 한적한 지방 도시만의 다양한 색채가 어우려져 만들어 내는 풍경이 장관이다.

장흥의 풍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정남진전망대가 좋다.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세워진 장흥 정남진 전망대는 지상 46m 높이로, 광화문의 정남 쪽인 장흥군이 대륙의 기운과 해양의 웅비가 조화롭게 교차하는 희망의 상징으로 건설한 랜드마크다. 1층 광화문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간 후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오면 장흥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및 문화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10층 야외 옥상에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되고 8층은 북카페, 7층은 문학영화관, 6층은 추억여행관, 5층은 축제관, 4층은 장흥 이야기관, 3층 특별전시관이 있다. 각 층을 잇는 계단은 트릭아트, 장흥의 어제와 오늘, 향기계단 등으로 꾸며져 관람객에게 볼거리와 재미를 더한다. 정남진전망대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득량도와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 등의 섬을 조망할 수 있고, 고흥군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겨울 사자산은 초록빛 풍경이 아닌, 전체적인 산세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기다. 주요 트레킹 코스로는 제암산이나 곰재와 연결한 종주코스가 인기다. 사진제공=지엔씨21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억불산 트레킹을 추천한다. 억불산은 주능선에 기암괴석이 많은 편이다. 부처의 모양을 닮아 수많은 부처들이 있다해서 억불산이라 불린다. 장흥의 명산으로 손꼽히며 특히 편백이 많기로 유명하다.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오르기 쉽고, 20만 평의 편백 숲과 대나무 숲은 삼림욕장과 산책로로 딱이다.

사자산도 트레킹 코스로 이용하면 좋다. 사자산은 666m의 산으로 트레킹 코스가 여럿이 있다. 이중 제암산이나 곰재와 연결한 종주코스가 인기다. 산행 기점이 공설공원묘지 주차장인 경우 간재골짜기의 제암산 임도를 따라가다가 간재에 도착한 후 오른쪽의 사자산 꼬리와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을 거쳐 사자산 두봉(머리)에 이르게 된다. 정상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장흥읍내와 남해로 빠져나가는 탐진강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 장흥 용산면 남포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재취한 자연산 굴을 맛볼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남도 겨울 별미 "입안이 즐겁다"

장흥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식이다. 음식은 즐거운 여행지를 기억하고,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겨울철 장흥을 찾았다면

석화구이, 바지락회 무침, 장흥삼합(한우, 키조개, 표고버섯) 등 겨울철 별미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장흥군 용산면 남포마을에서는 소등섬 앞바다에서 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자연산 굴을 직접 불에 구워 불맛이 더해져 더욱 풍미가 있다. 장흥삼합은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한우가 어우러진 장흥을 대표하는 보양식이다.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로 먹을 때 보다 더 음식 맛이 깊어진다.

장흥 으뜸 요리로 정남진 토요시장에 장흥삼합을 하는 집이 많다. 소고기는 따로 구매를 해서 상차림비를 음식점에 별도로 지불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재료인 만큼 너무 익히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양념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진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바지락회 무침. 씨알이 굵은 장흥 바지락에 미나리, 표고버섯, 양파,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매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건강 요리로 인기다. 참기름과 김 가루가 담긴 그릇에 밥과 회무침을 비벼 먹는 건 아는 사람들만 아는 별미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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