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 아동 19차례 혼자 밥먹게 한 교사…법원 "아동학대 아니다" 왜?

정윤미 기자 2023. 12. 1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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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점심시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장난 치며 식사를 방해한 4세 남자아이에게 교실 한편에 앉아 홀로 밥먹게 한 유치원 교사의 행위는 아동학대일까.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최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 조모(2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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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서적 학대 아닌 훈육 목적 보육활동
"아동학대 행위 폭넓게 인정 시 교사들 보육활동 위축돼"
ⓒ News1 DB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유치원 점심시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장난 치며 식사를 방해한 4세 남자아이에게 교실 한편에 앉아 홀로 밥먹게 한 유치원 교사의 행위는 아동학대일까.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최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 조모(2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서울 성동구 소재 모 유치원 교사로 윤모군(4)의 담임교사다.

조씨는 지난해 6월경 윤군이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며 식사를 방해하자 교실 앞 공구장에 높이 28㎝ 책상(낮은 책상)을 붙여 놓고 그곳 바닥에 윤군을 홀로 앉히고 밥을 먹도록 했다.

당시 윤군 외 대다수 아동은 높이 53㎝ 책상 의자에 앉아서 식사했다. 윤군에 대한 이 같은 분리 식사는 같은 해 7월초까지 19회 걸쳐 지속됐다.

검찰은 다른 아동들과 분리시켜 혼자 밥 먹게 한 조씨의 행동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보고 지난 4월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조씨의 행위를 정서적 아동학대 아닌 훈육 목적의 보육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조씨가 이 사건에서 취한 방법이 윤군의 식사 지도에 있어서 최선 방법이 아니었을 수는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학대 행위를 규정한 아동복지법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교사들의 정상적인 보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지나친 법 적용은 도리어 아동 복지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어긋나게 돼 아동복지를 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아동에 대한 지도는 지나친 방임·폭력·가혹행위 등 형사처벌 대상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육자 판단에 따라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신체적 학대와 동일할 정도인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로 아동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행위자와 피해아동 관계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행위에 대한 피해아동 반응 및 행위 전후 피해아동의 상태 변화 △행위에 이르게된 경위 △행위의 반복성 및 기간 △피해아동 정신건강의 정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사건 당시 윤군은 부담임교사 남모씨의 돌봄을 받고 있었고 윤군 외 다른 2명도 낮은 책상에서 식사했다. 점심 이후 원내 다른 활동들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등 행동이나 태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재판부는 "조씨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군은 부모에게 "점심시간 전에 데릴러 와달라"고 거듭하고 오래간만의 가족여행에서 "어린이집에서 벽(교구장) 보고 혼자 밥 먹어서 싫다"고 했으며 수사 과정에서도 "선생님(조씨) 나쁘고 싫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아동이 유치원에서 교사나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아동이 가족들과 편하게 있는 상황보다 훈육 또는 지도가 행해지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훈육 또는 지도 담당 교사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것 역시 이례적인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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