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남산 곤돌라 인한 학습권 침해 작을 것”

이규희 2023. 12. 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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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우거져있어 학교서 안 보여
학교측과 면담 결과 공감대 형성
“장기적으로 교육 환경 긍정 영향”
사생활 등 최우선 고려 설계 방침

서울시가 내년 11월 착공을 목표로 남산 곤돌라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한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들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곤돌라가 학교 교육에 지장을 줄 개연성은 희박하며, 공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곤돌라 예정지 인근 학교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3일 서울시 곤돌라 조성계획을 보면 남산 곤돌라 예정 노선 75m 거리에는 리라초등학교가, 79m 거리에는 리라아트고등학교와 숭의초등학교가 위치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곤돌라 설치 계획이 알려진 후 공사 영향권에 포함된 학교들이 관련한 반대 의견을 제출한 사례는 없다. 시 관계자는 “리라, 숭의초 등 주변 학교 관계자들과 여섯 차례에 걸쳐 면담과 현장점검을 벌였다”며 “곤돌라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는 연일 서울시청과 시의회 등지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설치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3일 리라초 정문 앞에서 곤돌라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곤돌라 때문에 주변 학교들의 학습 분위기가 저해되고, 곤돌라 탑승객들이 학생들을 내려다보는 구조 때문에 아동 인권과 학습권 침해 문제가 빚어질 것”이라며 사업 백지화를 주장했다.

학습권 침해 논란으로 케이블카 건설 계획이 취소된 선례가 없지는 않다. 앞서 6월 충북 단양고등학교 기숙사로부터 161m 떨어진 지점을 지나도록 설계됐던 단양 양방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학교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좌초한 바 있다. 기숙사생들의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데다 교실에서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것이 훤히 보여 학습 방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면서다.

그러나 양방산 케이블카와 남산 곤돌라는 조성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케이블카 노선과 기숙사 사이가 탁 트인 개활지라 시야를 차단할만한 수목이나 건물이 전무했던 양방산 사례와 달리, 남산의 경우 능선 뒤로 곤돌라 노선이 지나며 수고 20∼25m의 나무가 우거져있어 학교에서 곤돌라가 보이지 않는 구조라서다.

오승민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학교 간담회 결과 남산 수목 등에 의해 시선이 차폐된다는 점을 모두가 이해했으며 곤돌라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곤돌라 운영수익으로 생태회복사업을 추진하고 숲 체험공간 등이 조성된다면 장기적으로 주변 학교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대중교통과 연계한 곤돌라 승강장 덕에 인근의 고질적인 불법주차와 교통체증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시와 면담한 한 학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곤돌라 반대집회는 우리(학교 재단 측) 의견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이같은 곤돌라 반대 집회로 인한 학습 분위기 저하 등을 우려해 경찰에 학교건물 인근의 집회·시위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편 서울시는 남산 주변 학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공사가 입찰 제안 때 남산 생태환경과 학생들의 사생활·학습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공사 방안을 제안하도록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곤돌라 공사·운영 시 저소음공법을 적용하고 분진 발생을 줄여 주변 학교 등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케이블 선로 아래 부지에 안전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주문도 포함됐다. 내년 상반기 시공사가 선정되면 설계 단계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내년 11월 준공 이후 연간 189만명이 곤돌라를 이용할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했다.

오 과장은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도가 높은 사업인 만큼 곤돌라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많은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남산 정상부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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