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줄줄이 연기하지만"…지방은 회복 기대난망 [긴급 주택시장 진단(3)]
"지역별 주력 사업 발전 병행돼야…흥망에 따라 디커플링 될 것"
지난 봄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은 겨울철 접어들면서 다시 하락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시그널을 발신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서울에서도 29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시장에 매물이 쌓이며 매수-매도자 간 관망세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시장 전망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것인지, 어떤 변수가 생길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수도권은 그래도 조금씩 팔리는 분위긴데 지방은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입니다. 단지 인근에 산업단지 등 일자리 수요가 있거나 반도체 클러스터 등 호재 지역 위주로만 분양하고 다른 곳들은 계속 미뤄둔 상태예요.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는데 회복 신호가 보이질 않으니 답답합니다."
올해 상반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열기를 띠었던 것과 달리 지방 시장 회복 신호 감감무소식이다. 미분양이 쌓이며 신규 분양을 미루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침체된 분위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시장의 경우 특별한 산업 단지나 경기 부흥이 없다면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14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299가구로 집계됐는데 이중 약 87%에 달하는 5만972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총 1만224가구인데 이 중 지방 물량이 8270가구로 전체의 8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진 분양 시장 열기가 지방에는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내년 공급부족으로 전셋값 상승이 우려되지만 지방은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1.7로 지난달(72.9)과 비교해 1.2p(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은 지난달 80.1에서 이번달 81.6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지방은 광역시(76.5→74.4)와 도지역(67.5→66.0) 모두 하락했다.
특히 미분양 무덤으로 꼽히는 대구의 입주전망지수는 16.9p(86.9→70.0)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적정 수요 대비 많은 입주 물량이 공급돼 전셋값이 낮아지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루지 못해 지난 10월 이후 입주전망지수 하락세가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주산연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기존 과잉 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재고와 수요 부재로 인한 매매시장 활력 저하가 우려돼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규 분양 미룰 수밖에…수도권 회복 온기 못 닿아
업계에서는 사업성이나 특별한 호재가 없는 지역의 분양을 계속 미뤘지만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는 실정이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의 경우 청약 접수를 진행했지만 미달 행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시장이 회복된다 해도 그 온기가 별다른 원인 없이 지방으로 퍼지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종합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집계한 올해 1~10월까지 청약 결과를 보면, 대구의 경우 올해 5월을 제외하곤 분양 물량이 없었다. 경북은 올해 7월 1개 단지 10월 2개 단지, 전남은 올해 2월과 8월 각 1개 단지, 9월 2개 단지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 청약 평균 경쟁률은 가장 높았던 때가 5.6대 1, 낮은 경우 거의 접수가 없는 수준인 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 관계자는 "지방에선 그나마 사업성 있는 곳만 선별해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용 부담을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미룰 순 없는데 시장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미룰 수 있을 때까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지방 주택 시장은 단순히 주택만 볼 게 아니라 일자리나 산업공단을 함께 봐야 한다"며 "산업의 부침에 따라 어느 지역은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들은 침체하는 상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조선업 쪽은 다시 사업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조선업을 위주로 하는 지역들은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회복한다고 해서 온기가 퍼진다기 보다 지역 산업의 흥망에 따라 주택 시장도 영향을 받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인구나 다양한 산업이 부족한 지방권 같은 경우는 회복하기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회복세가 좀 더딜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단순히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됐다 해도 수요자들은 지방으로 가기보단 추가적으로 수도권에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산업 등 시장 경쟁력 갖춰져야
올해 지방에서 눈에 띄는 청약 흥행을 이어간 곳은 대부분 산업단지가 발달된 곳이었다. 충북 청주의 테크노폴리스 등 고소득층 일자리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수도권 못지 않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선 산업 경쟁력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송 대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 지역의 전반적인 경기, 산업 경쟁력 등이 받쳐줘야 분양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어떤 특정한 산업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요가 없다면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제는 부동산 시장도 일률적으로 속단하기 어려운 각기 차별화된 시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며 "소위 메가로폴리스 등 광역·권역별로 중심 도시를 조성하는 정책들이 심도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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