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ㅇㅇ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하송이 기자 2023. 12.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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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겨울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니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 그렇다고 주말마다 집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곧 겨울방학을 맞을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날씨 핑계 주말 ‘집콕’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체 어딜 가야 할까. 만약 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박물관, 어디까지 가보셨어요?”

박물관이라고? 지루하지 않느냐 물을 수도 있겠다. 아는 게 없어서 가봐야 재미도 없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박물관을 추천한다. 부산엔, 생각보다 박물관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여기에 나온 모든 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다.

# 근대 부산을 조명하다 '사상생활사박물관'

부산 사람이 ‘박물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부산박물관은 부산시가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곳이니 부산 역사가 총망라되어 있다. 규모도 크고 전시물도 많다. 반대로 특정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기엔 당연히 역부족. 이런 틈새를 공략한 동네 박물관이 있다.

낙동강을 따라 들어선 사상구 공단 밀집지역 한 가운데 자리한 사상생활사박물관은 사상의 역사와 자연을 오롯이 담은 공간이다. 전시관에는 낙동강변 갈대로 만든 빗자루, 한때 낙동강하구에 흔했던 재첩을 잡을 때 쓰던 양동이같이 사상구 사람들의 생활사를 담은 전시물이 빼곡하다. 이 박물관의 백미는 근대 부산 경제 중심지로서 사상을 조명한 전시. 국제상사를 중심으로 부산 산업의 근간이 된 신발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영상물, 전시품, 현장 재현 등을 통해 다채롭게 조명한다.

# 수영의 과거와 현재 '수영성마을박물관'

수영구 일대 역사가 궁금하다면 수영성 입구에 자리 잡은 수영성마을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82.5㎡(2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수영의 역사를 한눈에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18세기 이후 수영동의 과거·현재를 사진 신문 지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영구 하면 떠오르는 수영야류에 쓰이는 탈도 전시품이다. 제대각시, 말뚝이, 수양반 등 수영야류 등장인물이 쓰는 탈의 견본품이 전시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 애플 팬 모여라 '애플컴퓨터박물관'

한입 벤 사과 모양으로 대변되는 애플의 팬이라면 반색할 공간이 있다. 중구 동광동 40계단 바로 앞 애플컴퓨터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애플 컴퓨터의 거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애플 마니아인 엄대흠 씨가 운영하는 개인박물관으로, 1976년부터 출시된 애플 시리즈, 1984년부터 출시된 매킨토시 시리즈까지 연도별 제품이 총망라돼 있다. 전시품 모두 엄 씨가 20여 년 동안 하나씩 모은 것으로, 자신만큼 애플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아이팟과 아이폰 변천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품을 보다 보면 “아 그래, 내가 초등학생(혹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는 컴퓨터가 저랬었지”라며 스며들듯 추억 여행을 하게된다. 단, 개인 박물관인 만큼 사전 예약은 필수다.

# 옛날엔 어떻게 커피 마셨을까 '국제커피박물관'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를 옛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서 즐겼을까? 국제커피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옛 부산진역사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커피를 사랑한 한 시민이 기증한, 커피에 관한 기구를 모은 공간이다. 그 방대한 양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수백 점 전시품을 천천히 관람하다 보면 달임식 우림식 여과식 가압식 등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랐던 커피 제조 방식을 깨닫게 된다. 전시뿐만 아니라 커피아카데미,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커피 관련 교육도 진행되니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찾아가 볼 만한 공간이다.

# 살아있는 증권 교육 '자본시장역사박물관'

재테크가 필수가 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당장 주식 거래 실전에 뛰어드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증권시장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자녀에게 주식투자를 권하고 싶은 부모라면 필수 코스.

한국거래소(KRX)가 운영하는 자본시장역사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시작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본시장의 역사와 현장을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보여준다. 증권통계연보, 과거 유가증권 등 실제 쓰인 다양한 서류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이 박물관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보다 체험이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 앞에서 관람객은 기업 CEO, 증권회사 직원, 개인투자자가 되어 주식 상장부터 거래, 감시까지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 만날 수 있는 실감형 VR은 화룡점정이다.

# 나도 모의투자 해볼까 '증권박물관'

한국예탁결제원(KSD)이 조성한 증권박물관은 증권의 흥망성쇠를 빼곡하게 담은 공간이다. 주식회사가 태동한 16세기 네덜란드에서부터 시작한 전시는 세계자본시장 역사를 거쳐 한국의 증권시장으로 이어진다. 증권만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지만 규모(1500㎡)가 만만찮다. 특히 전시관 곳곳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형 전시가 숨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전시 마지막에는 회사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을 따라가며 퀴즈를 풀거나 모의투자·모의주주총회 체험을 통해 자신의 투자 성향을 확인할 수도 있다.

# 2만3000여 점 소장 '동아대 석당박물관'

부산지역 대학 박물관 중에서도 동아대 부민캠퍼스의 석당박물관은 여러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건물 자체가 옛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문화재로서 건물을 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남아있다. 전시품도 주목할 만하다. 석당박물관은 국보 2점과 보물 132점을 포함해 2만3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고고실 도자실 와전실 불교미술실 서화실 민속실로 나뉜 전시공간에서는 구석기시대 토기부터 일제강점기 나전칠기까지 만날 수 있어 어지간한 종합박물관 한 곳을 둘러보는 듯하다. 석당박물관을 찾는다면 인근에 위치한 임시수도기념관도 같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6·25 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였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관저로 사용한 곳으로, 피란민의 삶과 당시 임시정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한국 영화史 총망라 '동서대 임권택영화박물관'

동서대 센텀캠퍼스에 위치한 임권택영화박물관은 ‘영화’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한 공간이다. 한국 영화의 산증인인 임권택 감독을 모티브로 한국 영화 역사를 보여준다. 임 감독은 2007년 동서대 석좌교수로 초빙됐으며, 동서대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설립했다. 박물관에는 임 감독이 기증한 자료부터 대학이 수집한 1만 여점의 영화 관련 물품 문헌 사진 동영상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세트 복원, 영상자료 등을 통해 임 감독의 대표작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선 VR로 박물관을 실감 나게 돌아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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