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 포용하는 사회… “건강한 공동체 만들어요”

이지운 기자 2023. 12.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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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13회 맞은 다문화상
개인-단체 13팀 수상
태국서 온 라마이 씨 ‘영예의 대상’… 홀로 시어머니 모시며 생계 이끌어
‘결혼이주 선배’ 박은혜-량단 씨… 한국어 서툰 여성들 통역 도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3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내빈들이 ‘볼 하트’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상환 심사위원장,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강복정 심사위원, 량단 씨, 임혜미 씨, 김연 씨, 김지윤 씨, 안복현 씨,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강아나르 씨, 류순희 충남 서산시 가족센터장, 이승미 경기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장, 윤성은 경기 구리시 가족센터장, 라마이 짠티마 씨, 최은지 양, 유성민 군, 박은혜 씨와 아들 백유준 군·딸 백서윤 양.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전남 고흥에 사는 라마이 짠티마 씨(46·태국 출신)에게 아들 김태원 군(14)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종일 찬 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고된 일을 한 후에도 집에 돌아와 아들의 얼굴을 보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아들과 도란도란 사는 일상이 그에겐 마치 꿈만 같다.

● 낯선 한국-가정 폭력도 이겨내

라마이 씨에게 김 군이 이렇게 애틋한 건 두 사람이 11년간 떨어져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이주해 이듬해 김 군을 낳았지만, 남편의 가정 폭력이 나날이 심해졌다. 결국 2011년 아들과 함께 남편의 집에서 나와야 했다. 홀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라마이 씨는 아들을 친정어머니가 있는 태국으로 보냈다. 라마이 씨는 남편과 헤어졌지만 연로한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한국에 적응해 갔고, 지난해 김 군을 한국으로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라마이 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13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다문화 가족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라마이 씨는 상금 500만 원과 모국 방문 비용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나를 친딸처럼 아껴주셨던, 돌아가신 시어머니께 영광을 돌린다”며 “상금은 아들 학비로 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은 한국을 모든 문화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만드는 데 공헌한 이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올해도 다문화 가족 구성원과 공로자 등 개인 10명과 단체 3곳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결혼이주여성 해결사-선생님 역할

가족 부문 우수상은 결혼이주여성들의 빠른 한국 적응을 돕는 ‘이주 선배’들에게 돌아갔다. 우수상 수상자 박은혜 씨(29)는 7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강원 영월군 가족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한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초기 결혼이주여성들에겐 관공서에서 행정 처리를 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한데, 박 씨는 지역 내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동행하며 이들의 입과 귀가 되어 준다.

박 씨는 최근 친정어머니가 투병 중인 한 결혼이주여성을 도와 함께 병원에 다니고 있다. 이 여성은 어머니가 폐암 진단을 받아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어려운 의학 용어 탓에 의사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 씨는 자신의 차로 여성과 어머니를 태우고 원주시 소재 병원을 오가며 통역을 해주고 있다. 박 씨는 “경찰서나 법원에 갈 일이 생기면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장 막막해한다”며 “나도 한국어가 서투를 땐 같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 내가 힘이 돼줄 수 있어 보람차다”고 했다.

● 언어 코치로 다른 이주여성 정착 도와

또 다른 가족 부문 우수상 수상자인 량단 씨(43·중국 출신)는 대구 중구 가족센터에서 이중언어 코치로 일한다. 량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엄마 나라’ 말과 글을 가르치는 방법을 지도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배우기 쉽지 않은 만큼 엄마가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들의 선생님이라면, 량 씨는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셈이다. 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중에선 엄마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엄마 나라의 말을 배우며 점차 자부심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상환 심사위원장(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이 115만 명에 이르렀다”며 “다문화라는 구분 없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펼치는 다문화 가족과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라고 말했다.

제13회 동아 다문화상 수상자

▽가족 부문

-대상: 라마이 짠티마 씨 가족(전남 고흥군·태국출신)

-우수상: 박은혜 씨 가족(강원 영월군·베트남 출신)

량단 씨 가족(대구 달성군·중국 출신)

▽공헌 부문(개인)

-우수상: 안복현 씨(원곡초 교장)

김연 씨(경기 파주시 가족센터 특성 화팀장·중국 출신)

김지윤 씨(전북 군산시 가족센터 통·번역사·베트남 출신)

임혜미 씨(경기 양평군 가족센터 통·번역사·베트남 출신)

▽공헌 부문(단체)

-우수상: 경기 구리시 가족센터

-특별상: 경기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

충남 서산시 가족센터

▽청소년 부문

-우수상: 강아나르 씨(가천대 글로벌캠퍼스 유럽어문학과 1학년)

최은지 양(진도국악고 3학년)

유성민 군(저동고 1학년)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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