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이유는 취업실패·대인관계…벗어나려 해도 “교통비도 없다”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2. 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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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 ‘자살 생각’ 75.4%, ‘자살 시도’ 26.7%
10명 중 8명은 벗어나고 싶어 해
경제적 지원, 일경험 지원 원해

세상과 벽을 쌓고 스스로 고립되기를 택한 청년들은 그 이유를 취업 실패와 대인관계로 꼽았다. 이들 중 75%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집 안에만 있는 수준을 넘어 ‘방’에서도 안 나오는 은둔 청년은 500명이 넘었다. 고립·은둔 청년은 10명 중 7명이 여성이었고,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많았다. 다만 고립·은둔 청년 10명 중 8명은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에서도 안 나온다’ 초고위험군 504명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무조정실의 지난해 실태조사와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를 추정해 19~34세 청년 중 사회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고립 청년’이 최대 약 5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 중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은둔 청년’은 24만명으로 추산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7~8월 전국 19~39세의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디시인사이드와 FM코리아 등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접속 링크를 집중 홍보했다. 이 조사는 고립·은둔 청년만을 타깃으로 정해 실시한 전국 단위 첫 번째 조사다.

링크에 5만6183명이 접속해 2만1360명이 응답을 완료했고, 이 중 1만2105명(56.7%)가 1차 위험군으로 식별됐다. 위험군 대상으로 2차 심층조사를 실시했고, 8874명이 응답했다. 2차 조사 등을 통해 1903명이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2차 심층조사에 답한 고립·은둔 청년 8874명 중 여성은 72.3%로, 남성의 2.6배 수준이었다.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김성아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여성에서 더 높을 수 있다”며 “또 직접 링크를 통해 접속해서 응답하려는 최소한의 활력이 여성에서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연령은 25~29세(37.0%), 30~34세(32.4%)가 많았다. 학력은 대학교 졸업 75.4%, 고등학교 졸업 18.2%, 대학원 이상 5.6%, 중학교 졸업 이하 0.8%였다. 본인의 경제 수준이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75.7%였고, 가족 전체가 하층이라는 응답은 54.3%였다.

고립·은둔이 시작된 시기는 60.5%가 20대라고 답했다. 23.8%는 10대 때부터 시작됐다. 그 이유로는 취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을 꼽았다. 10대 때 숨기 시작했다는 응답자가 꼽은 이유에서는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이 세 번째로 높았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사회적 관계가 일반 청년보다 현저히 적었다. 지난 2주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과 교류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8%로 일반 청년(1.5%)의 10배에 달했다. ‘친구나 가까운 지인과 교류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로 집계됐다. 일반 청년은 0.9%다. ‘방에서도 안 나온다’는 초고위험군은 504명이었다. 숨어버린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6.3%)이 가장 많았다. 6.1%는 10년 이상 세상과 단절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일부 고립·은둔 청년, 생계 유지하려 경제활동은 해…물류센터나 편의점 알바

은둔해 있으면서 주로 하는 활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동영상 시청이 23.2%,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활동이 15.6%다. 돈을 덜 들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고립·은둔 청년이더라도 일부 경제활동은 하고 있다. 지난 1주일간 돈을 벌기 위해 1시간 이상 소득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묻자 47.2%가 ‘했다’고 답했다. 고립 청년은 67.6%, 은둔 청년은 31.6%였다. 은둔 청년은 생계를 유지하려 물류센터에서 간헐적으로 일을 하거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다른 사람과 실질적으로 접촉하지 않는 일을 했다.

고립·은둔 청년은 80.3%가 식사 때 매번 혼자 먹었다. 52.3%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 1주일 이상 옷을 갈아입지 않는 비율은 15.8%, 목욕·샤워를 안 하는 비율은 10.5%, 세수나 양치를 안 하는 비율은 4.5%였다.

고립·은둔 청년은 75.4%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고, 26.7%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청년 가운데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2.3%다.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비율이 높아져다.

고립·은둔청년의 80.8%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67.2%는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고 병원 치료를 받는 등 고립·은둔 생활에서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다만 교통비·식사비 같은 외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경제적 지원, 취업 등 일경험 지원, 혼자 하는 활동 지원, 일상생활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립·은둔 청년을 조기 발굴하고, 지원 사업을 벌이며, 학령기와 직장 생활 초기에 적응을 잘 하도록 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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