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산 생강, 대량생산 가능·가격 저렴…국산 위협할 ‘매운맛’ 늘어나나

이민우 기자 2023. 12.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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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FTA 10년차 앞둬…생강 수입 본격화 우려
내년 48개 품목 관세 철폐…신선·건조·냉동 생강 등 포함돼
현지 향신료산업 성장세…수출량 단기간 증가 어렵지 않아
건조, 국내 판매땐 1㎏당 4000 ~ 5000원선 예상 … 파급 커
기존 제품보단 품질 낮아…마늘은 재배량 적어 영향 미미
내년부터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년차가 적용돼 건조 생강·마늘 등의 관세가 철폐된다. 이에 베트남산 생강 수입이 급격히 늘어 국내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베트남의 한 가공업체에서 가공할 신선생강을 선별하는 모습.

2024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년차를 맞아 베트남산 건조 생강·마늘 등의 관세가 철폐돼 국산 재배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전세계로 연간 14억달러어치의 향신료를 수출하는 국가로 내년부터 무관세를 발판 삼아 한국으로의 생강·마늘 수출규모를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베트남 FTA 10년, 건조 생강·마늘 등 관세 철폐=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 발효한 한·베트남 FTA는 내년에 10년차를 맞는다. 협정을 발효한 해부터 1년차가 되기 때문에 2024년이면 10년차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양허 종류 Y-10(10년 철폐)인 48개 품목의 수입 관세가 모두 철폐될 예정이다.

한·베트남 FTA는 한국이 체결한 15번째 FTA로,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FTA를 토대로 추가 개방 등을 논의한 협정이다. 한·베트남 FTA에서 한국 정부는 품목수로는 499개를 추가 개방했는데 쌀 등 민감품목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내년도 관세 철폐로 농업분야에서 큰 영향을 받을 품목은 생강이다. 생강은 수입 관세가 377.3%에 달하는 대표적인 고관세 품목이지만 내년부터 베트남산 생강 중 신선생강(분쇄)·건조생강(일반·분쇄)·냉동생강(일반·분쇄) 등 총 5개 품목은 관세가 철폐된다. 이 외 당절임·초절임 생강은 2016년부터 관세가 기존(30%)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15%만 적용되고 있다. 신선생강(일반)을 제외한 대다수 품목의 관세가 철폐 또는 감축되는 것으로, 사실상 식용 생강 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마늘은 냉동·건조 마늘의 관세만 철폐된다. 특히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신선 피마늘과 깐마늘은 양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에 미치는 파급력은 생강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생강 등 향신료 수출량 증가 추세=베트남은 생강 등 향신료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매년 수출량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어 시장 개방의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현지 매체 ‘인터넷 신문(Báo điện tử)’은 지난해 베트남의 고추와 향신료 수출액은 14억달러 규모이며, 관련 업계에선 2025년까지 수출액 2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올해 8월 보도했다.

특히 베트남의 생강 수출량 증가세는 다른 품목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고추협회(VPA·Vietnam Pepper Association)가 올해 10월 발표한 바에 의하면 베트남은 1∼9월 생강·강황 등 기타 향신료를 3만476t 수출했다. 이는 4080만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4.9%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산 생강 등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중국으로, 올해 1∼9월 9796t을 수입해 지난해 동기 대비 수입량이 802% 늘어났다. 이어 방글라데시(5844t)·인도(3722t)·라오스(2927t)·미국(1153t) 등이 베트남에서 생강을 수입했는데 모두 지난해보다 수입량을 대폭 늘렸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생강이 재배되는데 그중 두가지 품종이 주력으로 재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와 괴경이 커 잼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버팔로 생강(Buffalo ginger)’은 까오방성(Tỉnh Cao Bằng)·랑선성(Lạng Sơn)·타이응우옌성(Thái Nguyên)·박깐성(Bắc Kạn)·뚜옌꽝성(Tỉnh Tuyên Quang) 등 낮은 산간 지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대(大)생강(Giang ginger)’은 줄기와 뿌리가 작지만 향이 뛰어난 품종으로, 하장성(Hà Giang) 북부지역과 라이쩌우성(Lai Châu)의 사파(Thị xã Sa Pa) 등 고산지대에서 소수민족이 재배하고 있다.

VPA에 따르면 생강은 습한 열대기후, 연평균 기온 21∼27℃, 연간 강우량 1500∼2500㎜의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해발 1500m 이하 고도에서 주로 키우고 있다. VPA 관계자는 “북부지역에서는 2∼4월, 남부지역에서는 우기가 시작될 때 생강을 파종한다”며 “베트남에서 생강은 파종 후 7∼8개월 후 수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에서 마늘은 현재 수출용으로 북부지역에서 일부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수출량이 2000t 내외로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당근 등 채소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한 업체 대표는 “베트남에서 마늘은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재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식재료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 수출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건조·냉동 생강 국산 가격의 절반…국내시장 파급력 클 듯=베트남은 관세 철폐 예정인 건조·냉동 생강을 유럽과 미주·아시아 등지로 이미 수출하고 있어 당장 내년부터 한국으로 수출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다수의 베트남 생강 수출업체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산 건조생강은 대만·인도·방글라데시와 독일·러시아·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베트남산 생강을 건조생강으로 가공할 때 수율은 7∼10%로, 주로 열풍 건조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체들이 제시한 베트남산 건조생강의 수출 가격은 1t당 3000∼3500달러(CIF 기준)였는데, 국내에 무관세로 수입할 경우 1㎏당 4000∼5000원선에 거래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서 국산 건조생강이 1㎏당 약 3만원, 페루산 건조생강이 1㎏당 약 1만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는 셈이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신선생강은 주로 종자용으로 수입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산 건조·냉동 생강이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국내 식용 생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건조생강 수입량은 1340.3t이었는데 그중 89%가 페루산이었다. 신선생강으로 환산할 경우 약 1만3000t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지난해 국내 생강 생산량이 2만2137t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양이 건조생강으로 수입된 것이다. 베트남산의 경우 페루산보다 수입 가격이 낮고 물류 비용 또한 적게 들기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수입 노선을 대거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베트남산 건조생강의 상품성은 국산과 중국산 등 기존 국내시장에서 거래되던 제품들보다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국내 수입업체들은 베트남산 건조생강(일반)과 냉동생강(분쇄)을 일부 수입해 시장 가능성을 시험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10월 베트남산 건조생강은 14.8t, 냉동생강은 134.5t이 수입됐다.

베트남산 생강을 수입한 한 업체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건조생강은 분말로 가공돼 양념·소스류 제조업체에 납품되거나 물에 불려 냉동다진생강으로 유통된다”며 “베트남산 생강은 섬유질이 많고 국산과 중국산 대비 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잠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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