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자주 보니 정드네”…사시장철 속 달래주는 진한 국물 ‘당구국’

지유리 기자 2023. 12.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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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향토음식이 되는 첫번째 조건을 꼽자면 '흔한 식재료를 쓴다'는 것 아닐까.

과메기가 겨울 일미라면 당구국은 사계절 내내 즐겨 먹는 집밥 메뉴다.

당구국 역시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어느 집에선 당구국수, 어느 집에선 당구추어탕 등 부르는 이름이 다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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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42) 경북 포항 당구국
꽁치 뼈째 다져 동그란 완자로
정해진 조리법 없어 활용 다양
시래기도 듬뿍 들어 있어 ‘구수’
청양고추 매운맛 곁들여 ‘얼큰’
다진 마늘, 청양고추, 양파의 알싸한 맛과 꽁치회의 감칠맛이 찰떡궁합인 꽁치회밥.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향토음식이 되는 첫번째 조건을 꼽자면 ‘흔한 식재료를 쓴다’는 것 아닐까. 누구나 싼값에, 어디서나 편히 구해 조리할 수 있어야 자주 밥상에 오르게 된다. 자주 보면 정들게 되는 법.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 전에 솔푸드가 되기 마련이다.

경북 포항에선 꽁치가 그렇다. 어느 어물전에 가든 꽁치는 마를 날 없는 생선이었다. 굽고 찌고 조리고 튀기고, 다양한 조리법을 동원해 먹었다. 포항 사람들이 얼마나 꽁치를 즐겨 먹었던지, 한때 청어를 해풍에 말려 과메기로 먹다가 청어가 귀해지자 꽁치 과메기로 그 자리를 대신했을 정도다.

그 유별난 사랑이 듬뿍 담긴 또 다른 요리가 있다. 바로 ‘꽁치당구국’이다. 과메기가 겨울 일미라면 당구국은 사계절 내내 즐겨 먹는 집밥 메뉴다. 포항에서 ‘당구’는 ‘칼로 잘게 다진다’는 뜻이다. 꽁치를 뼈째로 칼로 잘게 다진 다음 밀가루를 넣어 동그랗게 만든 완자를 당구라고 부른다.

집밥이라는 건 집 냉장고 사정에 따라 변주되는 것. 당구국 역시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된장찌개·김치찌개에 당구를 넣어 먹기도 하고 얼큰한 생선국에 소면을 말고 당구를 더하기도 한다. 당구에 제철 푸성귀와 양파·파를 함께 푹 끓인 다음 청양고추를 넣어 먹는 집도 여럿이다. 어느 집에선 당구국수, 어느 집에선 당구추어탕 등 부르는 이름이 다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장국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경북 포항의 당구국. 꽁치를 다져 빚은 당구를 반으로 가르고 얼큰한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속이 확 풀린다.

신선한 꽁치를 판매하는 죽도시장 근처에는 널리 알려진 당구국 식당이 많다. 그중 꽁치다대기추어탕집이 가장 유명하다. 인기 비결은 양념에서 비롯한 얼큰한 국물맛이다.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어 구수하다. 당구국을 주문하면 소박한 반찬과 흰쌀밥이 함께 나온다. 밥 한공기를 통째로 뚝배기에 마는 것이 맛있게 먹는 팁이다. 평소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편이더라도 쫑쫑 썬 청양고추는 한숟갈쯤 푹 떠 넣자. 꽁치의 기름진 맛이 매운맛을 감싸준다. 먹다보면 계속 추가하게 될 수도 있다. 국수사리를 말아 먹는 것도 별미다.

13년째 단골이라는 박상균씨(54·포항 북구)는 “해장하기 위해 한두숟갈 뜨다가 나도 모르게 소주를 주문하게 된다”면서 “진한 국물이 속을 달래는데 그만”이라고 말했다.

꽁치의 새로운 매력을 맛보고 싶다면 꽁치회밥도 괜찮은 선택이다. 세심하게 가시를 바른 꽁치회와 갖은 채소를 흰밥에 비벼 먹는다. 꽁치회가 비릴까 하는 걱정은 덜어도 좋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 비린맛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알싸한 맛이 외려 입맛을 계속 당긴다. 달짝지근한 고추장 양념은 살짝만 뿌릴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회 본연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평범한 집밥 메뉴였던 당구국이 요즘은 식당에서나 먹는 특식이 됐다. 어획량이 줄기도 했거니와 그보다 생선살 다지는 일이 꽤나 힘든 탓이다. 그래도 여전히 꽁치는 흔하고 저렴한 생선이라 서민의 지갑 사정 달래기엔 당구국만 한 메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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