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의 주인은 단원이다…좋은 음악으로 시민께 보답을”

정인덕 기자 2023. 12.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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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열 예술감독 고별 무대

-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워”
- 14일 연주회로 6년 임기 마무리
- 전용홀 등 시설 개선 필요성 강조
- “차기감독 ‘나’ 아닌 ‘팀’ 우선하길”

“임기 동안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과정입니다. 매 순간 과정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물에 만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공연을 앞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다는 표현이 지금 심경을 대변합니다.”

최수열 부산시향 예술감독이 오는 14일 열리는 제606회 부산시향 정기연주회 ‘영웅의 생애’를 끝으로 시향을 떠난다. 그는 2017년 9월 부터 6년 간 감독을 역임했다. 부산시향 제공


12일 최수열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6년 여 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무대를 앞두고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부산시향은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606회 정기연주회 ‘영웅의 생애’ 를 연다. 최 예술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공연 뒤 별다른 공식 일정은 없다.

공연에서는 아르보 패르트의 ‘벤자민 브리튼을 기리는 칸투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가 연주된다. 최 감독은 “혹자는 마지막 연주이니 영웅이 저 자신을 상징하는 의도 아니냐 묻기도 한다.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부산시향과 함께 도전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집대성한 작품이라 선정했다. 칸투스는 작곡가의 시작부터 소멸까지 흐름을 표현한 작품이다. 마지막 연주회에 알맞는 곡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1, 2부가 나뉘지 않는 휴식 없는 공연이다. 외부 협연도 없다. 오케스트라가 전적으로 주인공이다. ‘결국 오케스트라의 주인은 단원이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떠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부산시향과 함께한 시간 중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로 단원과 함께한 공연 후 인사를 꼽았다. 통상 오케스트라는 연주가 끝난 뒤 단원이 기립한 상태에서 지휘자 혼자 대표로 인사한다. 최 감독과 부산시향은 단원 모두가 허리를 숙여 관객에게 인사한다. 그는 “소중한 기억이 너무 많아 한 순간을 꼽기가 어렵다”면서도 “‘장면’이라 하니 연주회 마무리에 부산시향 단원들과 함께 일제히 관객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대규모 악단에서 잘 취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우리는 7년 째 이 방식으로 모든 무대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시향을 흥과 끼를 가진 오케스트라라고 평가하면서 부족한 시설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감독은 “부산시향은 직접적이고 거친 매력이 있는 부산말을 닮았다”며 “단원들은 나의 이런 표현을 억지 논리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악단을 지휘하고 다니는 나로서는 객관적으로 부산시향이 다른 오케스트라와 다른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게 부산시향의 정체성이자 매력이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오래된 악단인 만큼 낙후된 시설, 특히 합주공간이나 전용홀 부재는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등 새로운 공연장 건립이 부산 공연예술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공연장 건립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부산 공연예술계 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며 “부산시향 공연은 2017년 부터 청중으로 가득 차지 않은 적이 없다. 다른 도시에서 공연을 보러 오기도 한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부산시향이 이 홀을 적극 활용해 시민에게 음악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주민등록지를 부산으로 옮기고 시민으로 살았다. 달맞이고개 근처에 거주했는데 산책이 일상이었다. 임기 초반에는 광안리-해운대-미포-청사포-송정-기장까지 바다를 품은 길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에는 장산 금련산 와우산 등을 많이 오르내렸다”며 “바다는 마음을 비우게 하고 산은 마음을 채우게 해준다는 말에 공감했다. 부산에 살며 자연을 사랑하게 됐다. 부산시향을 떠나는 것도 아쉽지만 부산을 떠난다는 것이 더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차기 부산시향 예술감독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최 감독은 “가끔 지휘자가 자신이 속한 악단을 ‘내 오케스트라’라는 표현으로 말하는 경우를 본다. 애착의 의미일 수 있지만, 사설 오케스트라가 아닌 이상 악단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지역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일할 땐 ‘내’가 아닌 ‘우리의 리더’라는 개념이 강해야 한다”며 “공공성을 가진 단체라면 수익보다 좋은 예술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차기 예술감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부디 본인보다 부산시향을 내세우고 좋은 연주로 부산 시민에게 많은 행복을 주는 인물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R석 2만 원 S석 1만5000원 A석 1만 원 B석 5000원. 문의 (051)607-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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