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퇴직자 절반은 취업심사 받게 하겠다”… ‘감리 독립성 확보’ 이번엔 가능할까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의 중요한 축은 ‘감리 기능의 정상화’다. 주택 수요자의 눈으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감독해야 할 감리가 시공사나 건축주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철근누락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정부는 봤다.
우선 정부는 공공주택과 다중이용 건축물(5000㎡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지자체가 감리를 지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도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를 지정하는데, 이를 확대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정된 감리업체와 계약을 맺는 주체도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닌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으로 바뀐다.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면, 이를 건축주 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보고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도 추진된다. 공사가 설계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공사가 감리의 공사 중지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때만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공기 지연을 꺼리는 발주처 앞에서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5년간 책임감리 현장에서 감리가 공사중지를 한 사례는 단 14건 뿐이었다.
이밖에 감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우선 ‘국가 인증 감리자 제도’도 도입해 인증받은 감리자에게 입찰 가점과 책임감리 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영세감리업체의 부실감리를 방지하기 위해 위해 감리업무만 전담하는 ‘감리전문법인’도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감리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라는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LH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비롯해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감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다만 감리의 역량 부족이 하루 이틀만에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LH 자문위원 경험이 있는 A대 건축학과 교수는 “설계 회사들이 감리로 먹고산다고 할 정도로 감리 시장은 공룡화되어 있는 반면 감리는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B건축사무소 임원도 “시공사 출신인 현장소장 출신, 실무를 모르는 퇴직 공무원이 ‘제2의 직업’으로 감리를 택하는 현실에선 제도 개선으로 달라질 것이 많지 않다”며 “감리 경력만 인정해 전문성있는 감리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H 공사에서는 감리 용역에서 전관 영향력을 배제하도록 하는 대책이 추가로 마련됐다. 앞으로는 2급 이상(부장급) 뿐 아니라 3급 이상(차장급)도 퇴직자 재취업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LH 퇴직자의 절반 이상은 취업심사 대상이 된다. 2급 이상이 재취업한 업체는 3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3급 이상 재취업 업체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으로 감점해 ‘전관 업체’의 낙찰 자체를 막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업계 순위가 떨어지는 감리업체들이 LH 공사를 독점하는 ‘전관 카르텔’을 혁파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LH 자체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LH 감리용역을 가장 많이 수주한 1,2위 업체는 각각 22명, 30명의 전관을 보유했는데 업계 순위는 20위, 30위권에 불과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LH사업은 LH사업을 해 본 사람만 할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전관이 아예 없는 업체들의 참여 기회를 넓혀 공공주택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퇴직자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LH 직원들의 반발도 나온다. 취업심사 결과 문제가 없다며 취직이 허용됐음에도 해당업체에 추가적인 패널티를 준다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헌법 소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장효수 LH노조위원장 “3급이라고 하면 입사 10년도 안된 사람인데 그 사람들까지 전관이라고 취업 제한을 하는 것은 직업선택 자유 보장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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