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이인제도 등판… 리더십 위기가 부른 올드보이 컴백

김세희 2023. 12. 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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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무성·최경환, 野 박지원·천정배·정동영 등 채비
경험 앞세워 존재감 부각… 일각 "정치 개선 역부족"
유성엽 전 국회의원(왼쪽)과 정동영 전 국회의원이 6일 전북도의회에서 각각 간담회와 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출마 의사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 '올드보이' 등판론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당내 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과거 분당 등 수차례 위기를 겪어 본 이들의 경험과 경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내년 부산 영도구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명이 '무성 대장'(무대)인 김 전 대표는 당내에서 선 굵은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끈 상도동계의 막내 격으로 6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한 때 대권주자로 거론됐다. 2016년 새누리당 총선 공천 때 '진박 공천' 논란 속에서 공관위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했던 '옥새 파동', 새누리당 탈당 후 바른정당 창당 등 많은 풍파를 겪었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통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4선)의 총선 출마는 영남 지역에서 기정 사실처럼 나돈다. 그는 지난달 22일 4선 의원을 지낸 자신의 옛 지역구인 경북 경산으로 전입신고를 마쳤다. 최근엔 노인종합복지관 배식봉사, 경산여고 경제특강,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사업 현장 방문 등을 하며 경산 시내 곳곳을 돌고 있다. 다만 최 전 부총리 스스로 정치적 거취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이날 충남 논산시 노블레스웨딩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22대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판사 출신의 6선 의원, 노동인권변호사, 최연소 노동부 장관, 경기도지사, 제16.19대 대통령선 후보 등을 지낸 정치 거물이다. 그는 "기회가 허락된다면 열정과 경험, 역량을 불태워 미래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가장 활발하게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해남선관위에 해남완도진도선거구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오는 16일에는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박 전 원장은 일찍부터 목포에서 현 출마지로 지역구를 바꾼 뒤, 민심을 다져왔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유성엽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천 전 장관과 정 전 장관은 각각 광주서을과 전주병, 유 전 의원은 정읍순창고창부안 출마가 유력하다. 이들은 과거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했거나 3·4선까지 지냈고, 2016년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들은 지난해 모두 민주당에 복당했다. 몸담았던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 민생당은 사실상 사라졌다.

5선 의원 출신인 이종걸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3선 출신인 전병헌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나와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통상 올드보이들의 총선 출마는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총선 때마다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각 정당의 공천에서 배제되기 일쑤였다. 17~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50% 내외 '물갈이'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리더십의 부재가 이들 등판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거취를 고민하고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추진 행보 등으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다.

올드보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대안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전 원장과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박 전 원장은 연일 언론과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이 전 대표를 만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 전 장관과 유 전 의원이 선거구 획정안 발표 후 등판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들은 지난 6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북 지역 선거구가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든 현실을 우려하며 "전북 정치권의 무기력을 회복하고, 전북의 자존감을 되살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지역구 의원인 초·재선보다 중량감 있는 중진의원 출신인 점을 부각시키며, 지역의 위상을 되살릴 수 있는 대안이 되겠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치상황에서 올드보이들의 경륜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이들이 현재 정치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극단적인 팬덤현상"이라며 "단지 올드보이들의 경륜과 협상력만으로 이런 현상을 고치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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