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엄마들도 '고3병' 시달린다...어떤가 봤더니, 우울, 소화불량, 당뇨 겪기도

조보경 기자 2023. 12. 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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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고3이 되니까 제가 고3인 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고3 얘기를 하면서 관여를 하려고 하니 애가 엄마때랑은 틀리다고 제 말이 전혀 통하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점점 더 불안해 지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남편과 시어머니가 원하는 대학과 전공에 못가게 되니 저에게 '너가 밖에서 일을 해서 그렇다', '너가 집에서 한 것이 도대체 뭐냐'라고, 모든 것을 제 탓으로 돌리더라구요. 저도 나름대로 밖에서 일도 하고 아이에게 한다고 했는데, 가족들이 그렇게 말해서 속상했어요”
2024학년도 수능 시험장 앞에서 자녀를 배웅하고 있는 어머니의 뒷 모습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뿐 아니라 수험생의 어머니도 자녀의 대학 입시 준비 과정에서 극심한 긴장에 시달리며 신체적 고통까지 겪기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남경미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근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고3 수험생 어머니의 자녀 대학입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저자는 2023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수험생 어머니 10명을 약 7주간 심층 면접했습니다.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원서 접수, 수능 전후, 최종 대입 결과 발표 후까지 이들의 경험과 심리 상태 등을 분석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시간이 경과 할수록 어머니들의 불안의 강도는 높아지고 그러면서 '아이는 고3, 엄마는 고3병'을 동시에 앓기 시작했습니다.

"수능시험을 치르면서 생각보다 성적이 낮게 나오고, 그래서 더욱 더 시간이 지나 갈수록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제가 너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소화도 안되고 없던 당뇨가 다 생기더라구요."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시험 후 최종 발표때까지 "정말 이런 지옥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또 아이에게 미리 공부, 대학입시 정보 등을 알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및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일부 어머니는 대학 입시가 다 끝난 후에도 불안과 우울이 지속적으로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대학입시가 다 지나고 보니 내 불안 때문에 모든 화살을 아이에게 쏟아 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미안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누구와도 말할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저자는 "대부분의 수험생 어머니들은 신체적 통증과 이상 징후로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기도 했다"며 "수험생 어머니들이 겪는 고통이 수험생 자녀 그 이상인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험생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상담의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어머니한테 돌리는 인식이 상당히 지배적"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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