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불며 먹는 겨울 간식도 1천원으론 감당 안 돼

신다은 기자 2023. 12. 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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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기획]길거리 먹거리에도 불어닥친 ‘섀도 인플레이션’
밀가루·팥 등 가격 상승… 붕어빵은 작아지고 호떡·어묵은 비싸져
2023년 12월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잉어빵 포장마차에서 ‘3개 2천원’에 잉어빵을 판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박승화 기자

겨울이다. 추운 날씨에 구수한 냄새가 나는 포장마차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막상 들어가보면 풍경이 낯설다. 붕어빵은 작아지고 호떡값은 훌쩍 올랐다. ‘8개에 5천원’ 등 전에 못 보던 가격표도 붙었다. ‘가만있어봐, 그럼 하나에 얼마야?’ 주머니에 든 돈을 만지작거리며 달라진 양과 가격을 셈하기 바쁘다.

코로나19를 지나며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물가를 기준값 100으로 설정)는 2021년 11월 103.87 → 2022년 11월 109.10 → 2023년 11월 112.74로 3년째 상승세다. 라면, 티셔츠 등 자주 쓰이는 물건 위주로 추려낸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05.08 → 110.83 → 115.26으로 상승폭이 더 크다.

고물가시대 겨울 간식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호떡과 붕어빵, 군고구마 노점의 가격 추이를 살펴봤다. 또 미니붕어빵이나 만들어 먹는 붕어빵, 편의점 간식 등 떠오르는 대안도 함께 비교해봤다.

2023년 12월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손님이 호떡 봉지를 받아들고 있다. 박승화 기자

붕어빵 1개 350원→650원?

2021년 초까지만 해도 흔한 붕어빵 가격은 ‘3개 1천원’이었다. 가끔 ‘4개 1천원’으로 한 마리를 끼워주는 인심 좋은 가게도 있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개당 250∼350원으로, 1천원이면 붕어빵 세 마리를 든든히 먹을 수 있었다.

요즘 붕어빵 가격은 어떨까. 붕어빵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가슴속 3천원’에 등록된 서울 지역 붕어빵 노포 가격을 두루 살피니 단팥붕어빵 기준 ‘3개 2천원’ ‘2개 1천원’이 가장 많이 보였다. 간혹 ‘8개 5천원’도 있다. 셈해보면 대략 1개 가격이 500∼670원이다.

슈크림붕어빵은 팥붕어빵보다 좀더 비싸다. 단팥붕어빵을 3개 1천원에 파는 가게(개당 350원)도 슈크림붕어빵은 2개 1천원(개당 500원)에 판다. 슈크림붕어빵을 1개 1천원에 파는 가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오른 재료값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사이트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붕어빵 앙금 속재료인 수입 붉은팥 40㎏ 가격은 2021년 말 25만8400원에서 2022년 말 27만200원으로 훌쩍 뛰었고 2023년 말에도 27만4600원(12월5∼6일 기준)으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슈크림 주재료인 달걀 특란 한 판 가격도 같은 기간 5975원→6727원→6779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다.

해당 포털에 정보가 없는 국내 밀가루와 설탕은 통계청 물가지수를 살펴봤다. 2020년 가격을 100으로 놓았을 때 그보다 높으면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설탕은 2021년부터 3년간 큰 폭 오름세를 보였고(2021년 11월 107.18→2022년 11월 121.33→2023년 11월 144.48), 밀가루는 큰 폭 오름세를 보이다 2023년 들어 미미하게 낮아진 수준(2021년 11월 101.28→2022년 11월 137.85→2023년 11월 137.65)이다.

2023년 12월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포장마차 앞에서 잉어빵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서 있다. 박승화 기자

노점에서도 미니붕어빵 선보여

최근엔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미니붕어빵을 파는 노점도 늘었다. 일반 붕어빵 3분의 1 크기인 미니붕어빵은 기존 붕어빵 틀에 맞지 않아 그동안 노점보단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주로 취급했다. 그런데 2023년에는 노점도 미니붕어빵을 대거 들여왔다. “미니로 파는 이유가 재료값을 아끼기 위해서란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미니붕어빵은 일반 붕어빵과 반죽 자체가 다르고 재료값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래도 손님들이 미니붕어빵을 더 좋아하고 자주 찾기 때문에 미니로 팔기로 했다. 아이들 먹기도 편하고 에어프라이어에 돌렸을 때 맛도 더 잘 보존된다.” 서울 응암동에서 미니붕어빵을 파는 오아무개(47)씨가 말했다.

미니붕어빵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개당 500원(5개 2500원, 6개 3천원 등) 수준으로 일반 붕어빵과 가격 차이가 크게 안 나는 경우도 있고 개당 100∼300원(10개 1천원, 8개 3천원 등)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경우도 있다. 가게마다 미니붕어빵 크기와 재료가 천차만별이라 일률적 비교는 힘들다. 다만 미니붕어빵 크기가 기존 붕어빵 절반 수준이라면 개당 가격도 300∼400원 수준이어야 현 시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크기는 절반인데 가격이 500∼600원 수준이면 일반 붕어빵보다 약간 비싸게 주고 먹는 셈이다.

가격이 비싸져도 붕어빵 찾는 이들은 쉬이 포기하지 않는다. 겨울이면 붕어빵을 제철음식처럼 먹는다는 신의건(32)씨는 “최근 집앞에 포장마차가 생겼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나갔더니 10명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앞의 분이 12마리나 사가셔서 오래 기다려야 했지만 꿋꿋이 기다려 4마리를 샀다”고 말했다. 또 “가격이 비싸진 건 확실하다. 붕어빵은 2마리 먹긴 아쉽고 3마리 정도 먹으면 딱인데 지금은 2마리 천원이니 돈을 더 주고 4마리를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건씨는 미니붕어빵은 사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일반 붕어빵은 반죽과 팥 비율이 6:4 정돈데 미니붕어빵은 체감상 8:2 정도라 안 당긴다”는 이유다.

2023년 12월6일 서울 은평구의 한 미니붕어빵 가게에서 갓 나온 미니붕어빵들이 진열대에 나란히 눕혀져 있다. 신다은 기자
미니붕어빵과 일반 붕어빵 크기 차이. 단 가게마다 미니붕어빵 크기는 다 다르다. 신다은 기자

붕어빵 직접 만들려면 50개 이상 돼야 본전

물가가 오르며 붕어빵 파는 노점도 전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붕어빵 노점 찾기가 힘들어 ‘붕세권’(붕어빵 노점이 가까이 있는 주거지)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노점 위치를 제보하는 앱까지 나올 정도다. 대량 주문·생산이 가능한 유통기업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2023년 하반기 신세계푸드와 오뚜기 등이 집에서 데워먹는 냉동붕어빵을 출시했고 세븐일레븐과 지에스(GS)25 등도 편의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붕어빵을 내놨다. 편의점과 냉동 붕어빵은 개당 700∼900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나, 대체로 미니라서 노점 것보단 크기가 작다. 신세계푸드 쪽은 “고물가시대 겨울철 인기 간식 붕어빵을 온라인에서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붕어빵이 희귀해지자 직접 만들어 먹는 이들도 있다. 유튜브 등 SNS를 보면 가족들과 추억 삼아 붕어빵을 만들어 먹었다는 사진 후기가 여럿 올라와 있다. 직접 만드는 붕어빵의 최대 장점은 재료를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SNS 후기에도 초콜릿이나 김치, 치즈 등을 넣고 취향대로 만드는 붕어빵 사진이 많다. 연말마다 커피 쿠폰(프리퀀시) 사은품을 주는 커피 체인점 투썸플레이스도 2023년에는 직접 만들어먹는 붕어빵 틀을 사은품으로 내놨다.

싸게 먹을 목적으로만 붕어빵 만들기에 도전한다면 대용량으로 만들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붕어빵 주재료는 박력분과 찹쌀가루, 달걀, 단팥, 우유다. 1만5천원가량 하는 팥 한 되(1㎏)에 2만∼3만원 하는 붕어빵 틀까지 사고 나면 재료값만 최소 3만5천원이다. 시세(3개 2천원) 기준 50개 이상 사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재료값이 대용량으로 살수록 싸지니 올겨울 50개 이상 먹을 생각이라면 만들어 먹는 것도 대안이다.

고급화의 길을 걸으면서 가격대가 높아진 붕어빵도 있다. 단팥붕어빵(개당 약 650원)보다 1.5배 이상 비싸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팥과 슈크림 대신 초콜릿, 피자, 김치 등으로 소를 채운 붕어빵이다. 이색 붕어빵으로 잘 알려진 서울 광장시장 ‘총각네 붕어빵’은 피자붕어빵 등을 1개 2천원에 판다. 최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붕어빵집 ‘떡붕’이 내놓은 붕어빵 오마카세(다양한 차림으로 나오는 코스 요리)는 치즈 트러플 등 이색 붕어빵 6마리에 과일과 주류를 더해 2만5천원에 판다. 붕어빵이 고급화할수록 가격도 훌쩍 뛰는 셈이다.

반대로 옛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도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과 영등포 신길동, 강서구 가양동 인근엔 ‘3개 1천원’ 붕어빵집이 여전히 눈에 띈다. 주로 붕어빵 가게가 밀집한 지역이다.

응암동에서 붕어빵을 파는 설정이(67)씨는 슈크림붕어빵과 팥붕어빵을 둘 다 3개 1천원에 판다. 그마저도 2022년 4개 1천원에 팔다 2023년부터 값을 올렸다. “재료값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올리긴 했다. 그래도 아직 3개 1천원도 많이 팔면 남는다.”

물가가 오르며 붕어빵값이 ‘3개 2천원’으로 오르는 추세지만 일부 동네에선 여전히 3개 1천원에 붕어빵을 판다. 2023년 12월6일 서울 은평구의 붕어빵 노점 모습. 신다은 기자
비가 내리는 2023년 12월6일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에서 주민들이 슈크림붕어빵과 팥붕어빵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신다은 기자

호떡은 노점과 편의점 가격차 줄어

또 다른 겨울 간식 호떡은 어떨까. 11월22일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연재 웹툰 ‘호떡이 비싸서’ 편을 보면 주인공이 호떡을 사러 포장마차에 갔다가 ‘1개 2천원’이라는 팻말에 화들짝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과장이 아니다. 한때 1천원이면 호떡 1개를 먹을 수 있었지만 최근엔 1개 1500∼2천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호떡집이 줄지어 있는 서울 남대문시장은 대체로 1500원 수준이고 씨앗호떡 본고장인 부산의 유명 호떡집 ‘승기찹쌀호떡’은 개당 2천원이다. 기름이 적어 담백한 맛이 나는 일명 ‘공갈호떡’도 1개 2천원에 파는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노점 호떡값이 오르며 프랜차이즈 호떡집과 가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호떡 전문점 ‘서울호떡’과 ‘양자호떡’이 파는 꿀호떡은 2023년 12월 기준 각각 2천원이다. 요즈음 길거리 호떡값(1개 1500∼2천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길거리 호떡은 추운 날 서서 먹는 대신 가격이 싸다는 이점이 있었는데, 값이 오르면서 사시사철 가게 안에서 먹는 값과 큰 차이가 안 나게 됐다.

붕어빵과 마찬가지로 고급화하며 가격대가 올라간 호떡도 있다. 호떡에 팥 대신 초콜릿, 옥수수, 크림치즈 등을 넣어 재탄생한 이색 호떡이다. 가격이 꿀호떡보다 비싸다. 서울호떡의 쑥호떡과 치즈호떡은 각각 1개 2500원과 3천원이다. 외국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서울 삼청동의 ‘삼청동 호떡’은 꿀호떡과 야채호떡이 각각 2500원과 3천원, 불고기호떡은 4천원이다. 안주로 호떡을 파는 맥줏집 ‘호맥’의 호떡값은 무려 1만2천원이다. 대신 노점 것보다 1.5배가량 크고 생크림 등 곁들임 메뉴를 함께 준다.

소수 가게는 여전히 ‘호떡 1천원’을 고수한다. 서울 영등포구 시장 일대와 은평구 응암동 주변에 호떡 1천원 가게가 간간이 보인다.

호떡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붕어빵보다 기름이 많이 필요하지만 따로 구움 틀을 사지 않아도 되고 재료도 소량으로 판다. 온라인쇼핑몰에서 파는 호떡믹스 기성품은 400g에 4천∼5천원 수준이다. 3개 이상 만들면 시중 가격과 비슷하게 먹을 수 있다.

2023년 12월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손님이 카카오페이로 송금한 화면을 보여주고 봉지를 받아들고 있다. 박승화 기자

그나마 군고구마가 ‘가성비’ 좋아

출출한 서민의 배를 채워주던 겨울 간식은 고물가시대를 지나며 값이 훌쩍 뛰었다. 한때 1개 300∼500원 하던 어묵꼬치는 이제 1개 700∼800원 수준이다. 서울역과 청량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역 주변은 1개 1천원에 파는 점포도 적지 않다.

군고구마와 군밤은 1봉지 5천원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듯하다. 다만 1봉지 기준이 달라졌다. 큰 고구마 3개씩 묵직하게 들어간 봉지가 아니라 작은 고구마 2∼3개가 오밀조밀 들어간 봉지다. 최근엔 그마저도 파는 곳이 크게 줄었다.

GS25 등 편의점에서 파는 군고구마는 1개 2천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다만 맥반석 군고구마라 연탄불에서 굽는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두 개 가볍게 먹는다면 가성비 있는 선택지다.

겨울 간식 중에선 군고구마가 가장 만들어 먹기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 1㎏ 6천원 선에 작은 고구마 4∼5개를 살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나 직화냄비, 오븐 등에 구워 먹으면 된다. 연탄불에서 갓 나온 군고구마의 따끈따끈한 맛과 낭만을 이길 순 없지만 ‘꿩 대신 닭’으로 고려해봄 직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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