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규제완화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요?[올앳부동산]

심윤지 기자 2023. 1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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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숙고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첫 출근일인 지난 5일 비아파트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3년내 ‘주택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만큼 비교적 건설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비아파트 위주의 공급대책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비아파트는 연립주택·빌라 등도 있지만 시장이 주로 주목하는 것은 오피스텔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에 건설업계도 연일 ‘규제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파트와 동일하게 다주택 중과세 적용을 받으면서도 소형 주택이 받는 비과세 감면 혜택은 받지 못하는 차별적 규제가 오피스텔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고, 이는 청년들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오피스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건설업계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

업계가 주장하는 ‘비아파트 규제완화’는 무엇?

중소·중견 건설사로 구성된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지난 7일 ‘소규모 가구 및 서민 주거안정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비아파트 규제완화 건의사항 8가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제와 관련된 건의가 6건, 건축기준과 관련된 건이 2건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

이중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는 오피스텔과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택수 산정 배제를 꼽았다. 오피스텔과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로 현금 여력이 있는 중·노년층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위해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기 집 이외에는 주택 수 산정에서 배제해 ‘1주택 지위’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업계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다주택 중과 등 세부담이 커졌고, 이것이 오피스텔 시장을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8월 지방세법 개정으로 주택재산세가 과세되는 오피스텔이 주택수에 산입되기 시작하면서 임대 목적의 오피스텔 매입 수요가 급감했다. 2019년 10만9000실이었던 오피스텔 공급량은 2022년 5만2000실로 반토막난 뒤, 올해 9월 기준 1만3000건까지 줄었다. 올해 1~9월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67.1%, 73.6% 감소하며 아파트(-29.6%)에 비해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주산연은 “1인가구의 7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60㎡ 이하 소형주택 공급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경우 청년·서민층의 주거난이 심화할 수 있다”며 “양질의 소형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왜곡되고 뒤엉킨 세제와 건축기준 등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완화 목소리 뒤엔… 2년만에 급변한 시장

하지만 업계 주장과 달리 최근의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급감한 것은 불합리한 세제보다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반박이 나온다. 집값 상승이 시작된 2020년 직전까지 오피스텔·소형 도시형생활주택·다가구 등 신축빌라는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집중 공급됐다. 2017년 7만2900호였던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9년 10만9100호로 2년만에 49.6%가 급증했다.

이렇게 공급된 오피스텔은 ‘소자본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집값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전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만 하지 않으면 공부 상 ‘업무용 건물’로 등록되기 때문에 종부세·양도세 등 각종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꼼수’가 횡행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오피스텔 매물 게시판. 김정근 선임기자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소형 주택을 주로 짓는 중소 시행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동산 건설은 일단 토지를 담보로 브릿지론을 받고, 건축 인허가를 받은 뒤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넘어가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은데다, 전세사기·깡통전세난으로 ‘전세포비아’까지 겹치며 미분양이 급증했다. 은행권에서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본PF 전환을 거부하면서 시행사는 이미 매입한 토지를 담보로 받은 브릿지론 대출 이자만 기약없이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피스텔 매수자들도 난감해졌다. 높은 전세가로 임차인을 들인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2년전보다 전세가보다 급락하는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등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에는 주택 수 규제와 무관하기 때문에 수십채 이상을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전세보증보험 가입조건이 강화되면서 전셋값 하방 압력이 커지게 됐다.

한 분양보증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때는 세제 혜택을 주며 등록임대사업자 전환을 독려했으나, 하락기가 되니 주택 처분 시 과태료 부과 등 각종 의무사항이 두드러지자 임대인들 사이에선 ‘배신당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했다.

“문제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과잉공급의 폐해다”

일각에서는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공급 부족’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비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이 지난해보다 급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가구주택을 제외한 60㎡ 이하 소형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 재고량은 모두 증가 추세다.

청년 독신가구용 주택재고 현황과 추이. 주산연 제공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인정해서 공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실질은 주택인데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투기수요가 몰린 것”이라며 “이로 인해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을 정상인 것처럼 보고 ‘활성화대책’을 펼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지금 문제는 비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과잉공급으로 인해 발생한 폐해”라며 “인구감소 시대비아파트 공급이 정말 필요한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수요·공급이 급격하게 출렁이는 것을 막으려면 오피스텔과 같은 비아파트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현행 건축법 상 오피스텔을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명확하게 나눠 취득 시점부터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투기 수요 유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파트 등 일반 공동주택와 동일하게 소방·주차장·공공시설 기여 등에서 강화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러한 비용은 분양가로 전가되기 때문에 오피스텔의 투자 수익률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비아파트 규제완화가 불러올 1인가구 주거불안정

업계 주장과 달리 오피스텔이나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을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곳에 살고 있는 임차인의 주거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의 17일 모습. 한수빈 기자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배제하게 되면 양도소득세 중과 없이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금능력이 없는 임대인들까지 시장에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전셋값 급등,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역전세난과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비아파트를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해당 공간이 사람이 살기 적합한지’를 규정하는 각종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로 인한 불이익은 결국 그곳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공부상 주택’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각종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불거졌다.

임 교수는 “기본 원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모두 주택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을 위해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게 하고 이후엔 월세 중심의 임대업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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