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드라이브 거는 오너家 4세 허윤홍 GS건설 대표] 모듈러 주택으로 미래 건축 시장 선도…“성장 동력 확보”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 2023. 12.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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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S건설이 엘리먼츠 인수 후 첫 공동 프로젝트로 영국 런던 시내 중심부에 23층 규모의 호텔·오피스를 짓고 있다. 2 영국 엘리먼츠와 인수계약서 서명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허윤홍(왼쪽) GS건설 대표. 사진 GS건설

GS그룹 오너가(家) 4세인 허윤홍(44) GS건설 대표가 등판하면서 신(新)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 사업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허 대표는 그동안 GS건설 신사업 부문 사장을 역임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았다. 향후 수(水)처리, 태양광, 모듈주택 분야에서 투자 확대 및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한 외형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S건설은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프리패브(Prefab·모듈화) 주택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 경기가 좋지 않지만, 모듈러 주택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5~7%씩 성장하고 있다. 모듈러 건축은 기존 현장 중심의 시공에서 탈피해 건축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현장으로 운반·조립해 건축물을 완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레고 블록처럼 구조물을 쌓아 올리거나 벽체를 패널 형태로 만들어 조립하고 시공한다.

허윤홍 대표 “글로벌 모듈러 시장 공략”

GS건설은 2020년 1월, 해외 모듈러 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인수합병(M&A)형 투자 방식으로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인수 대상은 영국 소재 철골(Steel)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와 목조(Wood) 모듈러 전문 회사 ‘단우드’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선진 모듈러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인수한 기업이 각각 전문 분야 및 영업 지역 면에서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전략적 조합을 갖추게 됐다.

이번 인수전(戰)은 허 대표가 주도했다. 직접 영국과 폴란드 현장에 가서 관계자를 만나고 설득하는 등 공을 들였다. 허 대표는2019년 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사업 부문을 맡았는데, 모듈러 주택 업체 인수가 ‘첫 작품’인 셈이다. GS건설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 모듈러 시장을 선점하고, 인수 업체 간 시너지를 통해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에 유럽의 선진화된 기술을 도입해 고층 모듈러 시장과 저층 주거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엘리먼츠는 영국 내 다수의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GS건설은 엘리먼츠 인수 후 첫 공동 프로젝트로 런던 시내 중심부에 23층 규모의 호텔·오피스를 짓고 있다. 엘리먼츠는 영국에서 모듈러 화장실 전문 회사로도 3위(매출 기준)에 올라가 있다.

폴란드의 단우드는 목조 단독주택을 전문으로 한다.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매출 4위에 오른 강자다. 덴마크 감성을 가진 150여 가지의 설계와 제조 공정의 자동화를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이 강점이다. 주요 시장은 독일, 영국, 스위스, 폴란드 등이며, 향후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공급을 확대할 전망이다.

GS건설은 해외 업체 인수 후 프리패브 기술 중 하나인 PC(프리캐스트콘크리트)를 제조하는 ‘GPC’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이듬해인 2021년 충북 음성군 내 약 15만㎡(4만5000평) 부지에 연간 10만㎥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다.

PC 공법은 슬라브, 기둥, 보, 벽체 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형 물류센터, 반도체 공장, 지하 주차장 등 다수의 현장에 PC를 납품하고 있다.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전문회사인 ‘자이가이스트(100% 출자)’도 설립했다. 현재 충남 당진 목조 모듈러 생산 공장 내에 약 115㎡(35평)·약 179㎡(54평)형 샘플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자이가이스트는 2년에 걸쳐 모듈러 기술 연구와 평면 개발을 통해 약 50개의 표준 모듈을 준비했다. 일반 건축주는 토지 형상과 내부 평면 구성에 따라 이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설계하게 된다. 모듈 설계 완료 후에는 건축 계약을 통해 주택 건립을 진행하게 된다.

모듈러 주택은 뚝딱 짓는다?…“기술 집약 결정체”

GS건설은 모듈러 주택 관련 기술 개발에도 꾸준히 투자해 왔다. GPC는 국내 최초로 캐나다 ‘카본큐어’의 ‘광물 탄산화 방식의 탄소 저감 콘크리트 제조 기술’을 도입해 상용화했다. 콘크리트 제조 시 이산화탄소를 주입, 강도를 높이면서도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신기술이다. 기존에는 시멘트 대신 고로슬래그 등 시멘트 대체품을 사용했지만, 이번 기술은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저감한 온실가스의 양만큼 탄소 배출권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최근 환경부로부터 PC 제품 4종에 대한 환경성적표지인증(EPD)도 받았다. 주요 PC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 자원 발자국, 산성비, 오존층 영향 등 7대 환경 영향 범주의 핵심 요소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꾸준히 기록하고 절감해 왔다는 점이 인정됐다.

GS건설은 ‘내화 뿜칠’ 공법도 새로 개발해 모듈러에 적용했다. 그동안 스틸 모듈러는 내화 설계와 구조 접합 부문에서 복잡한 현장 시공이 필요해 시공성과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존에는 모듈러를 설치 후, 내화를 위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직접 석고보드를 여러 겹 감싸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작업 숙련도에 따라 시공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공사 기간이 길어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내화 뿜칠을 모듈러에 적용해 설치 시간을 줄이고 현장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GS건설은 모듈러와 모듈러를 결합하는 구조 접합부에 적용되는 원터치 방식의 ‘퀵 커넥터’도 개발했다. 기존에는 모듈러 연결 시, 작업자가 현장에서 볼트 조임을 직접 하고 마감도 추가로 해야 했다. 하지만 GS건설이 개발한 방식은 자중(自重·물건 자체의 무게)에 의한 결합 방식으로, 추가로 조임 작업이 필요 없다. GS건설은 이러한 특허 기술을 적용한 스틸 모듈러 주택의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Plus Point
런던 중심부에 들어서는 K호텔 현장 가보니
타지서 모듈 만들어 현장 조립…“분진·소음·사고 無”

지난 6월 찾은 영국 런던 39 이스트로드에 위치한 GS건설 자회사 엘리먼츠가 수주한 모듈러 호텔 공사 현장. 사진 백윤미 기자

6월 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39 이스트로드. 런던 최중심부에 있는 뱅크역에서 런던 지하철인 언더그라운드를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난 후 올드 스트리트역에 내려 5분 정도 걸어가자 회색 골조가 높이 솟아 있는 건설 현장이 보였다. 현장에 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이곳은 GS건설의 자회사이자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업체인 엘리먼츠 유럽이 2022년 수주한 호텔 건설 현장이다.

현장 인근에서는 형광 주황색 옷을 입은 현지 공사 인력들이 안전모를 쓴 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관계자에게 안전모를 건네받고 들어간 내부는 철골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었다. 공사장 중간에 설치돼 있는 파란 게시판에는 월별로 진행된 공사 과정을 찍어둔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현지 직원들은 그 사진을 보고 영어로 열심히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런던 중심부에 있어 부지 특성상 좁은 곳에 호텔 시설을 지어야 하고, 바로 옆에는 오피스 등 실제로 사용 중인 시설들이 있어 공사가 쉽지 않아 보였다. 런던 현지에서 근무 중인 최기호 GS건설 책임은 “호텔 부지가 런던 최중심부인 ‘존(zone)1̓에 있는 데다 주변 건물과 인접하고 인근 지하철로 인해 공사 수행에 난이도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타지에서 생산해 조립하는 만큼 주변 시설에 방해가 적고 빨리 지을 수 있는 모듈러 방식 공사가 훨씬 유리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히 모듈러 방식은 공사 현장의 분진과 소음이 적고, 안전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지하 2층과 오피스 5개 층 등 아랫 부분은 골조로 짓고, 최고층인 23층까지 나머지 객실은 모듈러 공법으로 건축한다. 레고 블록처럼 모듈 유닛을 쌓아 완성하는 것이다. 이미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등 핵심 골조는 21층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비어 있는 공간에 모듈러 유닛을 조립하게 되는데, 객실 한 개가 모듈러 유닛 한 개로 제작된다. 모듈러 유닛은 층당 14개씩 총 239개 들어가며 런던 북쪽에 있는 텔포드 지방에서 생산해 현장에 설치한다고 한다. 화장실이 습식 공사로 진행돼 방수와 타일 등 공사가 복잡한데, 타지에서 배관 공사까지 완료해 현장에서 연결만 하면 되는 구조다. 최 책임은 “현재도 지연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영국에서는 흔치 않은 모듈러 주택 550가구 대단지 수주도 마친 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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