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호사가들이 연예대상 점찍은 기안84, 그가 발휘하는 복리의 마법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3. 12. 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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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기안84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 ‘태세계’만의 여행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연말 호사가들의 화두 중 하나가 기안84의 연예대상 수상여부다. 그는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에이스로 꾸준히 활약하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처음 프론트맨으로 나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성공했다 정도가 아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고, 2022년 12월 말 시즌1을 방송한 이후 1년 사이 무려 시즌3까지 진행 중인데 그 화제성과 인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새롭게 시작한 TV예능 중 이렇게 안착한 신규 예능 시리즈는 tvN의 <뿅뿅 지구오락실>정도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기안84는 고령화, 고착화되는 지상파 예능에서의 활약을 원동력으로 삼아,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활약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송인이다. 웹예능의 새로움을 추동력으로 삼아 방송에서도 활약하는 인물은 여럿 있지만, 예능의 대세가 웹으로 전환된 오늘날, 방송 콘텐츠를 본진으로 삼으면서 웹예능과 웹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추앙받고 있다는 점에서 믿기 힘든 불세출의 활약이다. 이런 믿기 힘든 현상은 세상의 변화, 세간의 평에 무관심 그의 캐릭터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서 대중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바로 이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방송부터 유튜브까지 전방위적으로 자신을 보여주는데 따라하거나 연출로 하기 힘든 '진짜'가 담보가 되다보니 피로감이나 식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논란을 겪으면서 인간적인 성장을 교두보 삼아 호감을 쌓은 변화는 있지만, 캐릭터가 가진 본령과 삶의 모습은 그대로다. 관찰예능의 스타들이 인기와 생애주기에 따라 'bottom to the top'하는 모습을 힙합퍼처럼 보여줄 때, 그는 늘 한결같은 옷가지와 살림살이, 감성을 고수했다.

몇 년간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대단한 활약이 기본값과 같았던 기안84가 올해 유독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여행 예능 <태세계> 시리즈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어찌 보면 가장 효율적이고 익숙한 방식의 스핀오프인데 방송 예능과 웹예능이 조화를 이룬 가장 트렌디하고 진보적인 예능이라 평가한다(그래서일까 시즌3은 지상파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와 동시에 오픈한다). 이는 개인적인 해석을 넘어 시즌3까지 시즌을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시청률과 화제성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예능이란 흐름 위에서 <태세계>시리즈의 가장 큰 성취는 방송예능의 방정식 위에도 웹예능의 정서를 변수로 대입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콤비로 활약한 기안84와 이시언의 캐릭터와 친분을 바탕으로 떠난 즉흥 여행이 새로운 콘셉트는 아니다. 아마존 민가 체험, 인도의 결혼식 참가, 마다가스카르 오지에서 베조족과 작살 낚시를 하고 집에서 저녁을 함께하는 경험, 마다가스카르의 밤문화이자 공동체 문화이기도 한 배 진수식, 해변 복싱 등 외국인으로서 참여하는 특별한 경험을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그림은 사실 수많이 봐온 기성 여행예능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카메라 없이 일반적인 여행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 불편한 것이 없는 남자 기안84가 출연자라는 데서 기존 여행예능의 공식과 여행 유튜버 콘텐츠의 문법이라 할 수 있는 현지 친화적인 교류와 날것의 감성이 결합하는 화학작용이 발생한다. 빗속에서 현지식 라면을 그냥 주저앉아 먹고, 현지인들이 생경하게 쳐다볼 만큼, 처음 간 곳에서 너무나 편안하게 스며든다. 치안이나 다른 걱정 없이 스스럼없이 그 공간과 사회, 사람들과 어울린다. 덕분에 익숙한 여행예능의 볼거리 같은데 진정성이 듬뿍 올라가니 색다르게 느껴지고, 인위적일 수 있는 볼거리는 특색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여행예능 위에 기안84의 장점을 부각하는 판을 깔아준 제작진의 디테일도 높게 사야 할 부분이다. 방송 예능의 이벤트와 캐릭터에 여행 유튜브 콘텐츠 특유의 현지동화식 스킨십을 더해서 새로운 그림과 재미를 만들어 냈는데, 이는 오로지 뒤에 물러서는 것만으로 만들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의도가 있는 방점을 찍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제작진은 게임이라든지, 낙오라든지, 이런저런 얼개가 되는 설정을 정해서 출연자를 유도하는 대신, 큰 틀(여정과 주요 이벤트)만 잡아놓고 여행에서만큼은 슈퍼 'E'가 되는 기안의 선택과 소통 과정을 따라가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로 담는다. 볼거리와 서사의 골자를 여행 유튜버들처럼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체험을 주요한 서사로 다룬다는 점이 포인트다. 따지고 보면 이벤트성 여행 에피소드는 익숙한 관찰예능의 방식인데 기안84라는 독보적인 출연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유튜브의 감성과 작법을 참조해 두 장르의 장점을 모두 아우르는 <태세계>만의 여행법을 만들어냈다.

특히 시즌3은 앞선 시즌과 달리 무엇을 보여줄지 훨씬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냥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안84가 활약할 수 있도록 헤매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베조족 동생들과의 우정과 같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간다. 현지인들과 소통할 때마다 기안84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이런 융합 과정에 대한 실험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즌3의 중반부터는 웹예능 생태계에서 성장한 빠니보틀, 덱스에다 방송인 이시언이 다시 합류한다. 기안84이기에 할 수 있는 체험과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넘어서 여행예능의 기본 문법인 멤버들 간의 케미가 가져다 줄 이야기와 그 조화 또한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동기부여의 시대다보니 끌어당김의 법칙을 스스로에게 주문하는 이들이 많다. 말하면 이뤄진다는 소문에 가까운 주문도 책으로 팔리는 시대다. 그런 이때 많은 이들이 기안84의 대상 수상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있다. 인간적으로 성숙한 점도 한 요소이지만 요즘 대중이 반응하는 리얼리티와 볼거리를 지상파 플랫폼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더 큰 재미와 대단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기안84가 지난 10여 년간 방송에서 보여준 한결같음이 복리의 마법으로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태세계> 시즌3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하나의 유행어, 혹은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작용하고 있는 기안84의 대상 수상 여부는 관련된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도록 점점 더 그럴듯한 그림으로 진행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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