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지난 5년 동안 새 옷을 사지 않았습니다 – 이소연 작가

KBS 2023. 12. 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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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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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년 동안 새 옷을 구입하지 않아
- 국내 섬유 폐기물은 2010년 대비 2018년에 4배 이상 증가
- 옷을 만들고 폐기할 때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
- 값싼 옷은 노동착취와도 관련
- 패스튼 패션은 환경과 인간 모두에 부정적 영향
- 옷을 재활용하거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려는 기업들도 있어
-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고 캡슐 옷장을 만들어 보자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 방송시간 : 12월 8일(금) 09:05-10:53 KBS1R FM 97.3MHz
■ 진행 : 이대호
■ 출연 : 이소연 작가


◇이대호>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계절 바뀔 때마다 그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겨울인데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 또 여름 되면 여름인데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 그때마다 저희 어머니는 말씀을 하셨죠. 그럼 작년에는 빨개 벗고 다녔냐 하면서 왜 항상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을까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옷을 많이 사고 많이 버리는 행위 자체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고 합니다. 환경을 가장 오염시키는 산업 2위가 옷, 패션 산업이었다는 말도 있고요. 그러면 우리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따져보죠.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이 나왔네요. 이 책을 쓴 이소연 작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소연> 안녕하세요.

◇이대호> 옷을 안 사세요?

◆이소연> 새 옷을 사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호> 새 옷을 사지 않는다. 그러면.

◆이소연> 중고 옷은 가끔 필요한 경우 사고.

◇이대호> 그런데 최근에는 몇 년 동안 새 옷을 안 사셨어요? 마지막으로 새 옷 사신 게 언제예요?

◆이소연> 제가 대충 삶을 해봤을 때 약 5년 전 정도가 제가 새 옷을 마지막으로 샀던 때더라고요.

◇이대호> 5년 전에 새 옷을 사보고.

◆이소연> 네.

◇이대호> 그래요. 그런데 지금도 옷을 뭔가 사기는 사지만 새 옷은 아니고.

◆이소연> 최대한 안 사고 좀 견딜 수 있는 팁들을 나름대로 생각해내긴 했지만 사야 되는 경우에는 중고 거래를 한다거나 나눔을 한다거나 나눔을 받아온다든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최대한 새 옷을 제가 구매하지 않아보려고 노력한 지 5년 정도 됐습니다.

◇이대호> 그런 본인의 경험과 또 여러 가지 공부하고 리서치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까지 내셨어요. 어떤 분이길래 책까지 냈는지 제가 한번 들어볼게요. 그런데 죄송합니다만 뒤에 의자에 아까 입고 오신 가죽 점퍼를 걸어놓으셨는데 좀 비싸 보이는데요.

◆이소연> 이게 맞아요. 이게 제가 되게 화려해 보이는 가죽 재킷이라 이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이랑 좀 안 어울리는 거 아닌가.

◇이대호> 그렇죠. 이거 또 동물 보호 문제도 있고.

◆이소연> 그런 질문을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이거는 저희 엄마가 제가 한 3~4살쯤에 입으셨던 가죽 재킷이에요.

◇이대호> 그럼 거의 한 20여 년.

◆이소연> 한 30년 정도 됐어요. 그래서 엄마가 그때부터 입으셨고 관리를 되게 잘해 주셔서 제가 뺏어서 입기 시작한 지 좀 몇 년이 됐습니다.

◇이대호> 30년이 된 엄마의 가죽 재킷을 지금 입고 있는. 대단하시다.

◆이소연> 사실 이 옷도 엄마가 입으셨던 블라우스예요. 이것도 이거는 한 10몇 년, 2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교 때 같이 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엄마 옷, 친구 옷 이렇게 나눠 입으면서 5년째 새 옷 사지 않기를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이대호> 그런데 5년째는 새 옷을 안 사셨지만 예전에는 새 옷을 많이 좀 사셨다면서요.

◆이소연> 엄청 샀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계절이 바뀔 때는 물론이거니와 매일 아침마다 내가 뭐 입지 도대체 입지 이런 고민을 너무 많이 했고 그러면서 퇴근할 때 자연스럽게 옷을 한두 벌씩 사오거나 집 앞에 택배 상자가 저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런 되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쇼핑을 되게 많이 하던 쇼핑 중독자에 좀 더 가까웠죠.

◇이대호> 많은 분들이 그렇죠. 특히 TV 켜면 TV 홈쇼핑에서 판매 많이 하고 요즘에 어떤 앱을 켜도 의류 광고 많이 나오고 사실 저도 한 15년, 16년 전에는 월급의 절반을 옷 사는 데 썼어요. 사회생활 막 시작하고 너무 신나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이런 회사 티셔츠 입고 다니고 혹시 옷 값으로 얼마 정도 쓰셨어요. 카드값 같은 거 막 많이 나오고 했었나요?

◆이소연> 그걸 샘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내 월급에 몇 퍼센트를 쓰고 있구나도 인지하지 못했고 이게 그런데 또 옷이 워낙 저렴한 옷들도 많잖아요. 특히 학생 때는 아까 동전주 이런 얘기하시던데 거의 동전 옷 수준으로 진짜 제가 미국에 생활할 때는 옷이 너무 싸서 1달러도 안 하는 옷들이 되게 많았어요.

◇이대호> 1달러는 한 1300원. 옷이 1300원도 안 한다고요?

◆이소연> 네, 나시, 원피스 이런 거.

◇이대호> 민소매.

◆이소연> 원피스 그냥 나시도 아니고 원피스인데 0.49달러 이런 식으로 써 있어서 아예 1달러 언더 가격의 옷들을 구성해 두는 클리어런스 존이 따로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는 진짜 동전 옷들인 거죠.

◇이대호> 새 옷인데요? 새 옷인데 1달러도 안 한다고요.

◆이소연> 이제 패스트 패션, 스파 브랜드 그런 데에서 그런 1달러 미만의 옷들만 꾸려진 코너가 있을 정도로 되게 옷이 저렴했기 때문에 또 그런데도 돈은 또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이 샀기 때문에.

◇이대호> 거의 무슨 종이컵 팔듯이 옷을 막 그렇게 파는 거예요?

◆이소연> 그렇죠. 일회용품 팔듯이 팔고 또 입었던 것 같아요.

◇이대호> 우리 그런데 또 김희영 님은 듣다가 메시지 보내주셨는데 살이 계속 쪄서 안 살 수가 없는 슬픈... 유유 보내주셨네요.

◆이소연> 그런데 이것도 사실 수선하면 다 할 수 있거든요.

◇이대호> 예?

◆이소연> 수선이.

◇이대호> 수선. 옷을 늘릴 수가 있어요? 줄이는 건 가능하잖아요.

◆이소연> 늘릴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시고 또 비용적인 게 조금 이럴 바에 새 옷을 사겠는데.

◇이대호> 수선 비싸요.

◆이소연> 그렇다 보니까 수선을 안 해버릇해서 그렇지. 사실은 옷을 오래 입으려면 늘려서 입을 수도 있다.

◇이대호> 하기사. 수선집 갖다 맡기면 최소한 3000원, 5000원은 받는데 요즘에 5000원짜리 새 옷들도 있으니.

◆이소연> 그렇죠. 그냥 사는 게 낫다 이렇게 되는 거죠.

◇이대호>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옷에 담긴 좀 불편한 진실을 좀 이야기할 겁니다. 뭐 5000원짜리 싸고 좋죠. 그런데 이게 많이 살수록 많이 버려지고 환경적으로 또 엄청난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까?

◆이소연> 맞아요. 이게 저희가 생각만 해봐도 사실 좀 많이 사긴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그러니까 국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옷 쓰레기. 그러니까 섬유 폐기물만 봐도 2010년에서 112여 만 톤이었는데 2018년에는 451만여 톤으로 4배 정도 증가를 했다고 해요.

◇이대호> 8년 사이에 의류 쓰레기가.

◆이소연> 4배 정도 늘어난 건데 이게 우리나라만 봤을 때 쓰레기이기 때문에 다른 중국, 미국, 유럽에서 생산되고 또 소비되는 옷에 쓰레기까지 하면 사실 그 여파가 지금 저희가 체감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절망적인 거는 앞으로 더 많이 소비할 거라는 전망이 있다는 건데. 지금은 1년 동안 사는 옷이 5600만 톤이라고 해요. 동시에 매년 섬유 쓰레기가 9200만 톤이 생기고 있는 건데. 앞으로는 이 소비 패턴이 빨라지고 속도도 빨라지면서 더 많은 쓰레기가 나올 것이다라는 그런 좀 절망스러운 전망도 나와 있습니다.

◇이대호> 그래서 우리가 뭔가 이거 그냥 버리면 아까운데라고 해서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아파트 단지 보면 헌옷 수거함 있지 않습니까?

◆이소연> 맞아요.

◇이대호> 거기에다 넣으면 이거 수출도 된다고 하던데요.

◆이소연> 그렇죠. 이게 저도 그랬거든요. 헌옷 수거함 또 초록색이잖아요. 뭔가 버릴 때 좀 죄책감이 덜어지는.

◇이대호> 덜 들죠.

◆이소연> 기분이고 어딘가 좋은 데로 가겠지. 그런데 이게 이 모이고 모인 옷들이 사실 갈 데가 이제는 없거든요. 너무 많이 생산이 되고 있기 때문에 춥거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들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이미 옷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럼 이 옷이 어디로 가냐라고 했을 때 국내에서 이게 유통되는 양은 5%에 불과하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희가 100벌을 버리면 5벌 정도는 국내 빈티지 샵이나 이런 데서 유통이 되는데 아니면 95% 그러니까 95벌은 다 해외로 수출이 되는데 이게 수출이 돼서 잘 활용만 돼도 사실 좋을 텐데요. 이게 옷을 생각해보면 단추나 지퍼 아니면 이 옷과 옷을 연결하는 이 가운데 실이 다 재질이 달라요. 그래서 저희가 플라스틱 컵만 봐도 겉에 종이 홀더, 빨대 이런 거 다 분리해서 버리잖아요. 그런데 옷은 그 분리 자체가 어렵단 말이죠. 그래서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되게 어렵고 이게 재활용을 하려면 아까 수선을 하는 게 더 비싼 것처럼 재활용 자체가 더 비싸기 때문에 됐다. 그냥 이건 버리자 그냥 묻거나 태우자라는 식으로 되는 거죠. 그래서 이게 누군가가 입거나 재활용이 되지 않고 다 어딘가 강둑에 쌓이거나 태워지고 있다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대호> 이게 재활용하는 데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냥 버리게 되는.

◆이소연> 버리는 게 훨씬 싸니까 그렇게 결국 수출이 결국 버려지는 것이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대호> 물론 개발도상국에 가서 그분들이 입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또 세계 각지에서 엄청나게 몰려드는.

◆이소연> 기부라는 이름으로 다 버리고 있기 때문에.

◇이대호> 기부라는 이름으로 버리는 거다.

◆이소연> 전혀 기부가 사실 아니다. 쓰레기를 전가하는 거 오염을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대호> 그러게요. 조금 전에 박화수 님도 한국에서 버려지는 옷들이 해외에 수출되는 양이 제법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알고 계시는 분들 많은데.

◆이소연> 맞아요.

◇이대호> 그것도 그냥 어느 일부분일 뿐이다. 사실은 쓰레기가 더 많다. 그런데 우리 이소연 작가님은 텀블러를 들고 오셨습니다. 평소에도 일회용품 잘 안 쓰시나 봐요.

◆이소연> 이게 처음에는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을 했을 때는 이렇게 저의 삶에 많은 양식이 바뀔 줄 몰랐는데 조금씩 뭔가 더 나은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고, 사실 저는 옷을 사기 전에 사지 않기로 하기 전에도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했었어요. 그런데 옷이 플라스틱이라는 생각 그리고 옷이 쓰레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은 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실천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아마 옷의 소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 않을까 워낙 화려하고 예쁘기 때문에 이게 환경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이대호> 그런데 요즘에 보면 천연 소재 옷보다는 합성 소재 옷들이 되게 많지 않습니까? 이게 미세 플라스틱을 또 유발한다는 그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이소연> 맞아요. 옷을 사실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건 저희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그렇겠거니 하고 그런데 사실은 옷은 매일 세탁을 하잖아요. 세탁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필터가 되는 기술이 없고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기 때문에.

◇이대호> 너무 미세하니까.

◆이소연> 그리고 이게 사실 플라스틱이랑 같은 석유에서 뽑아낸 합성 섬유라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그러니까 옷이 플라스틱인가 옷이 그렇게까지 나쁜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플라스틱을 매일 그런 세탁기에서 빠르게 뜨거운 물로 돌린다고 생각해 보면 그 과정에서 당연히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대호> 그게 하수으로 가는 거죠.

◆이소연> 그렇죠. 그리고 그게 돌고 돌아 저희가 먹고 또 사용하는 이 물로 오기 때문에 옷을 입고 자주 세탁하고 이런 과정 자체가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좀 오염시키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이대호> 그래서 이게 환경적인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라는 걸 우리가 깨달아야 되는 거고요. 그런데 환경 말고도 우리가 옷을 좀 덜 사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요?

◆이소연> 맞아요. 제가 처음에 옷을 못 사겠다라고 생각을 했던 거는 사실 어떤 방글라데시에서 있었던 사건을 보고 좀 경각심을 가지게 됐는데 그게 2014년에 라나플라자라는 공장이 무너진 사건이었어요.

◇이대호> 공장이 무너졌다고요?

◆이소연> 그런데 그 공장에서는 H&M이나 포에버 투에니원이나 우리가 평소에 자주 사던 그런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옷을 요청한 그런 공장이었고 공장 자체가 불법 증축이 돼서 위에 건물을 많이 쌓아서 최대한 생산량을 높이려고 했던 그런 공장이었는데 그게 어느 날 밖에서 봤을 때도 되게 선명해 보이게 금이 있었는데도 노동자들에게 들어가서 일을 해라. 안 무너지니까 일을 해라라고 했는데 결국 그날 그게 무너져서 1200여 명이 사망하는 일이.

◇이대호> 1200여 명이요?

◆이소연> 네, 사망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더 충격적이었던 건 제가, 저랑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그 생존자로 나오신 노동자분들의 나이대가 저와 비슷한 또래.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되게 많았고 그걸 보면서 저는 제가 2014년이 제가 대학생 때 한참 쇼핑 많이 다닐 때였거든요. 5000원짜리 1만 원짜리 그런 걸 사던 것도 나였는데 이걸 만들던 분들도 이런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 또 같은 성별의 노동자였구나 이런 게 되게 충격적이었던 것 같고 값싼 옷이 가능하려면 누군가를 대상으로 착취가 이루어져야 하는 건가? 이런 좀 충격적인 발견을 하게 돼서 이게 꼭 환경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이나 노동권과도 되게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그런 소재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대호> 사실 우리나라도 거의 한 40년 전 50년 전에도 많이 겪었던 일입니다. 공장 노동자들. 그래서 그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그런 노동가가 나왔던 시절이 있었고. 이게 개발도상국에서는 노동력의 착취, 인권 문제랑도 이어지는 일이고요. 또 환경 문제는 또 앞에서도 짚어드렸고. 박미영 님이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옷이 섬처럼 섬 수준으로 쌓여 있는 거 보고 옷 구매를 10분의 1로 줄였다고 말씀을 해 주셨고요. 그리고 아까 박재만 님 다큐멘터리에서 코끼리가 옷을 먹고 죽는 걸 보셨다고. 얼마 전에 KBS에서 다큐멘터리 보여준 적이 있는데 저도 그거 되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환경도 지켜야 되고 알겠는데 이게 인간의 본성상 자꾸만 옷이 필요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이소연> 맞아요.

◇이대호> 왜 그럴까요? 이게 뭔가 예쁜 옷 입고 잘 보이고 싶고 그런 거는 있습니다만. 우리는 왜 이렇게 자꾸 옷을 사게 될까요?

◆이소연> 저도 옷을 사지 않아야겠다라고 했을 때 너무 많은 유혹들이 스스로 있는 거예요.

◇이대호> 주변에.

◆이소연> 네, 저것도 예뻐 보이는데 내가 예뻐 보이고 싶은 게 내 잘못인가? 옛날에도 이렇게 청동시대 때도 거울을 만들어서 내가. 그러니까 필요하지 않아도 이걸 어떤 권력의 수단으로 뽐내거나 나의 이 수준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렇게 꾸몄다고 하는데, 그럼 꾸미는 것 자체는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이걸 내가 막 거스르면서 가야 되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좀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옷을 많이 사시는 것 같아요. 예뻐 보이고 싶어서. 저희가 한번 돌이켜보면 과연 그 옷들을 사서 우리가 정말로 멋있어졌는가? 이걸 한번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공부하고 또 탐구했던 그런 인권 문제라든가 환경 문제라든가 그 옷을 염색하는 과정에서 강가가 물드는 그런 장면을 본다거나 그랬을 때 저는 제가 그동안 멋있다고 생각했던 게 어쩌면 멋있는 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그 옷들을 입고 그 악어 가죽을 벗겨서 만든 가방을 드는 게 별로 내가 멋있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고 그냥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옷들을 사는 것보다 지금 사실 저는 옷을 많이 샀던 사람의 입장으로서 옷장에 입을 옷이 너무 많은데 이거를 재조합해서 입는 게 훨씬 더 멋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멋있어 보이려고 옷을 사지만 정말 그 옷을 입음으로써 멋있어지는가는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고 또 되게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게 이게 합리적인 소비다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이번에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나.

◇이대호> 세일 많이 하니깐요.

◆이소연> 네, 크리스마스 이렇게 하면서 세일을 되게 많이 하는데 지나가다 딱 생각을 하는 거죠. 이거는 사는 게 이득인데, 이렇게 생각을 하신단 말이죠.

◇이대호> 그렇죠. 이거 안 사면 안 돼.

◆이소연> 완전 바보다, 나만 손해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이게 합리적인 소비라는 게 사실은 저는 환상 속에서 동물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안 사면 0원이에요. 안 사면 0원인데 이걸 사면서 이거는 1만 원이니까 괜찮은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어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고 가격이 싸면 쌀수록 저희는 어쩌면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 같거든요. 그냥 사, 답은 하나인 거죠.

◇이대호> 그렇죠. 가격 할인율이 더 높아 보일 때 일단 뇌가 좀 멈추죠. 이건 사야 돼. 어머, 이건 사야 돼.

◆이소연> 그래서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을 했던 것조차 큰 착각이었을 수 있다.

◇이대호> 개그맨 박영진 씨가 했던 말이 있어요. 그 소는 누가 키울까? 그 유명하신 그분이. 30% 세일 50%, 세일 90%, 세일 이거는 할인율이 아니라 내가 그걸 사게 될 확률이다. 90% 세일 한다는 건 90%의 확률로 그걸 산다라는 거다 해서 이걸 또 다른 관점으로 봐야 된다라는 것도 명언을 남겨주셨죠.

◆이소연> 그렇죠.

◇이대호> 지금 많은 분들이 5359님은 96년에 대학 새내기 시절에 구입했던 와이셔츠를 아직도 출근 때 입고 계시다고 그리고 8385님은 지금 42살이신데 중3 때 입던 코트와 고3 때 입던 바지를 입고 있다고. 다들 지금 이게 갑자기 이게 자랑이 된 거야, 지금.

◆이소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대호> 저도 지금 17년, 18년 된 옷이 많아요. 왜냐면 그때 사회 초년생 때 그 옷을 많이 샀거든요. 그래서 그때 산 외투, 그때 산 양복, 그때 산 스판바지 아직도 많이 입고 있어요.

◆이소연> 그런데 저는 이렇게 되게 얘기해 주는 게 되게 중요하고 좋다고 생각을 해요.

◇이대호> 서로 서로.

◆이소연> 네, 나 이거 몇 년 된 거다. 이게 얼마짜리야, 어제 산 거야. 이게 자랑이 아니라. 나 이거 십 몇 년 된 거다. 이거 사회초년생 때 샀던 건데 아직도 입는다. 이게 더 멋있고 이게 더 자랑거리가 돼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대호> 좋죠, 좋죠.

◆이소연> 그래서 너무 좋네요.

◇이대호> 왜 우리가 얼마 전에 트렌드 시간에도 배웠는데 올드머니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정말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상표가 크게 써 있지 않은 약간 고전적인 그런 걸 좋아한다. 그런데 올드머니가 말 그대로 10년, 20년 된 옷이 올드머니처럼 보이는 것 아닙니까?

◆이소연> 그렇죠. 그렇죠. 올드머니 룩도 올드머니 룩이니까 이거 사야지 이렇게 하는 것보다 진짜 내 옷장에 있는 거 아니면 엄마 아빠 옷장에 있는 걸로 찐 올드머니 룩을 찾아보는 것도 또 재미있고 또 멋있을 것 같아요.

◇이대호> 다시 약간 산업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런데 요즘에 옷을 이른바 찍어내는 패션 회사들이 점차 데이터 기업으로 변한다고요. 데이터 기업화된다는 건 어떤 말입니까?

◆이소연> 저도 이걸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냥 저희가 막연하게 패션 디자이너를 생각해 보면 영감으로 이렇게 막 채우고 이런 패턴을 만들어볼까 이렇게 기장을 줄여볼까, 늘려볼까 이런 고민을 할 것 같지만 사실 최근에는 패스트 패션을 넘어서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기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대호> 울트라 패스트, 정말 뭐라 해야 되나 특급이 아니라 초특급으로 빠르게.

◆이소연> 초특급으로 빠른, 울트라 패스트 패션 기업들의 특징을 보면 옷을 만드는 그 생산 주기와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인간이 고민을 해서 패턴을 그리고 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생산 주기인 거죠. 그래서 이게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오늘의 패션 이렇게 해서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이거 데이터를 긁어서 가장 유행하는 컬러 가장 잘 팔리는 패턴 그리고 소재 이런 것들을 데이터로 다 가지고 있으면서 이게 잘 팔리는구나 하면 2주에는 이걸 찍자 그리고 이게 조금 떨어지네 하면은 이건 생산 중단하고 이 컬러로 넘어가자. 그래서 저희가 유행을 만듦과 동시에 그게 또다시 유행으로 더 확실해지는 그런 패턴이 가속화되면서 패션 기업이 점점 그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기업의 모습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좀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대호> 거의 프린터기 복사기처럼 옷을 찍어내는 그런 속도로. 하기사 그런데 산업적으로 따져보면 유통 쪽에서는 의류가 가장 또 돈 되는 산업입니다. 백화점 가면 거의 대부분이 의류, 의류 매출이 비중 가장 높고.

◆이소연> 그렇죠.

◇이대호> 그래서 요즘에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옷을 안 팔던 곳도 쿠팡 같은 데도 옷을 더 많이 팔려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잖아요. 또 그런데 보면 그냥 지나치는 것도 쉽지가 않고.

◆이소연> 맞아요. 이게 진짜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친다고 보다 보면 계속 네이버에 뉴스를 보러 갔는데 옷이 떠있다거나 그냥 쿠팡에 장 보러 들어갔는데 옷들이 떠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너무 저렴한, 그래서 이런 플랫폼들이. 심지어 패션 플랫폼도 문제인데 패션 플랫폼도 아니었던 커머스들이 옷을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제품들을 살 수 있게 된 거고. 또 나아가서는 예전에는 전국에 딱 하나만 있거나 아니면 이 브랜드는 일본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이런 브랜드들 로컬 브랜드들이 있었는데. 이걸 플랫폼에서 수주를 해서 팔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주문이 가능해지고 또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디자이너 옷 한번 입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싸게 또 구매를 그냥 클릭 한 번만으로 할 수 있네? 되게 접근 자체가 용이해진 거거든요. 그래서 더 소비량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대호> 그런데 지금 저희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쓰신 이소연 작가랑 함께하고 있는데 지금 화나신 분이 있습니다. 지금 항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는데.

◆이소연> 네, 네.

◇이대호> 8458님이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요즘 장사도 너무 안 되는데 이런 방송까지 해야 되느냐, 지금 환경도 중요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산업이고 어찌 됐든 간에 생산과 소비가 돌아가면서 경제가 돌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소연> 저도 정말 동의하고요. 제가 책을 쓸 때 인터뷰를 되게 다양하게 했는데 그중에 가장 하면서 책을 내지 말아야 되나라고 생각을 했던 인터뷰의 두 분이 계셨어요. 한 분은 벤더사에서 근무하셨던 디자이너 분이셨는데.

◇이대호> 그러니까 의류 브랜드의 협력사.

◆이소연> 네, 제조사. 제조 협력사에서 근무하시는 디자이너였는데 패스트 패션은 건들지 마라. 이거는 우리의 작고 소중한 행복이다. 차라리 건드려면 저 럭셔리 그 사치품, 브랜드. 동물성 소재를 마구 쓰거나 가격을 올린 다음에 재고를 불태워버리는 이런 악행이 있는 저기 비싼 브랜드들 건드려라. 왜 이 작은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이대호> 1만 원의 행복인데.

◆이소연> 1만 원의 행복을 왜 뺏어가려고 하냐.

◇이대호> 그것도 말이 되네요.

◆이소연>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도 1만 원의 행복을 즐겼던 사람으로서 그 기쁨을 또 알기 때문에 그런데 일단 그 기쁨 자체는 오래 가지 않았다는 거를 아까 말씀드린 것 같고 이 산업 측면에서 봤을 때 그럼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게 다 망해야 된다라는 건가?

◇이대호> 그러면 또 안 되고요.

◆이소연> 네, 좀 충격적이더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이대호> 그래서 고민이 되는 거죠. 이게 현실 속에서.

◆이소연> 그래서 제가 대안을 한번 생각해 봤어요. 이게 옷을 사지 말자는 게 옷을 입지 말고 나채로 다니자, 이런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빠르게 일회용품처럼 소비하던 옷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이 옷을 재활용해서 만드는 옷들, 이 섬유를 다시 섬유로 만드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꼭 플라스틱 폐자원뿐만 아니라 이 쓰레기가 되는 옷 자체를 활용해서 옷을 만드는 기업들이 생겨난다면 그 과정에서 이것 분해하는 데 되게 노동력도 많이 들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거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오염을 많이 만드는 염색 과정이 아니라 조금 더 지구에 덜 영향을 미치는 염색 과정을 만들고 또 그 과정을 수행하려면 또 큰 경제가 살아날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금 기존 빠른 생산, 빠른 소비의 패러다임을 없애자는 것이지 옷가게가 전부 다 망해야 된다라는 건 전혀 아니고. 제가 또 충격을 받았던 그 두 번째 인터뷰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인 중학교 때부터 친구이고 지금 7년째 옷가게 사장님으로 하고 있는 제 친구예요. 친구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하는 게 방금 이 청취자분의 의견처럼 좀 민망하더라고요. 친구한테 친구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책이잖아요.

◇이대호> 그렇죠, 그렇죠.

◆이소연> 그래서 제가 이런 게 고민이어서 너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라고 했을 때 일단 그날 그 매장에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친구가 기침을 엄청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감기에 걸렸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건강 좀 잘 챙겨라고 했는데 그 기침이 한 몇 년째 그냥 계속 기침이 나오는데 그게 동대문에 가서 옷을 때우고 삼촌들이랑 하는 매입해 주시는 분들에게 옷을 받아오는 과정에서 되게 많은 먼지와.

◇이대호> 의류 먼지.

◆이소연> 네, 의류 먼지와 좀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렇다면 제가 이 친구가 더 나은 환경. 그리고 더 똑같이 일을 하더라도 더 의미 있게 일을 하고 또 소비자들에게도 나쁜 소비를 강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해 볼 수 없을까, 똑같이 옷가게를 하더라도. 그래서 저는 더 새로운 패러다임의 옷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데 또 충분히 종사를 하면서 또 옷이라는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면서 또 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서 썼던 것 같습니다.

◇이대호> 책도 쓰고 환경도 지키고 경제도 살리고.

◆이소연> 그러면 참 좋겠죠.

◇이대호> 그러려면 돈은 좀 들겠습니다만 최근에 지속 가능한 옷을 만들겠다라는 브랜드들도 등장을 합니다. 환경도 지키고 뭔가 착한 소비를 이끌겠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들어서 그걸로 또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까? 페트병으로 만드는 옷.

◆이소연> 그런 질문을 많이 들어요. 옷 안 사면 좀 추천해 줄 만한 브랜드 있냐. 폐자원, 폐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 이건 사도 되죠? 이렇게 질문을 하시는데 저는, 저는 사지 않습니다라고 답을 해요.

◇이대호> 일단 새 옷이라면 안 산다.

◆이소연> 네, 그리고 그게 정말 그 브랜드에서 지속가능함을 지향하고 있냐라고 생각을 먼저 해 봐야 될 것 같은데 제가 한번 명동에 가서 옷을 사지는 않지만 한 번씩 구경은 가거든요. 어떻게 팔고 있나. 어떤 옷들이 나오나. 그런데 벽면 한쪽이 싹 다 폐기물로 이렇게 채워져 있고 우리는 지속 가능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과정을 쭉 써두시고 그쪽에 옷을 팔아도 되는 매대에 다 그걸 전시를 해놓으셨더라고요.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그래서 여기 좀 변하려고 하나 보다 해서 제가 좀 찾아봤어요. 그런데 팔고 있는 옷들 중에 5% 이하가 그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옷이었고 나머지 95%는 그냥.

◇이대호> 그냥 빨리빨리 만드는.

◆이소연> 네, 빠른 생산으로 만들어진 옷이었어서 사람들이 여기 좀 지속가능함을 고민하는 브랜드네라고 그 옷을 사기에는 옵션 자체가 많지 않고 또 그렇게 하기에는 저는 그린워싱. 그러니까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인 척하면서 소비를 촉진하는 그런 또 하나의 마케팅 수단에 더 가깝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이대호> 그린워싱이라는 거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약간 겉으로 무늬만 친환경 약간 이런 걸로 비판을 할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이기도 한데 어찌 됐든 간에 또 기업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단가가 안 맞는다.

◆이소연> 맞아요.

◇이대호>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색상의 옷이 한쪽에서는 5000원이고 친환경으로 만들면 3만 원이면 그러면 소비자들이 뭘 사가겠느냐 또 이럴 거 아닙니까?

◆이소연> 맞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그 제도를 따르는 기업들이 너무 비싼 단가로 판매하지 않도록 이게 더 고도화돼서 가격의 그 수준도 맞아야 될 것 같고 그래야 소비자들이 내가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돈을 더 내야 돼? 내가 난 먹고 살기도 바쁜데 친환경 소비까지 하면서 돈을 더 써야 돼 하는 어쩌면 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담감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폐페트병 티셔츠나 폐자원을 활용한 옷들이 당연히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에 있어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고 그 기업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지구의 날이니까 우리 브랜드 삽시다라고 광고를 많이 이렇게 집행을 해서 소비를 유발하거나 하는 것은 우리가 오래도록 따라야 할 소비 패턴은 아닐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대호> 그러면 또 여기서 고민이 되는 게 어찌 됐든 간에 옷은 입어야 되고 매일 똑같은 옷을 또 입을 수는 없고 그래도 뭔가. 그런데 이소연 작가님은 새 옷은 안 사면서도 뭔가 좀 스타일리시하게 잘 입고 다니시는데 어떻게 해야 환경도 좀 지키고 내 스타일도 좀 살리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이소연> 저는 일단 고민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이대호> 어떤 고민을요?

◆이소연> 전에는 옷이 안 맞잖아요. 그러면 그냥 가서 사면 됐어요. 이 옷이 나한테 왜 안 맞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왜 이렇게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지? 가서 사고.

◇이대호> 아니, 몸을 바꿀 수 없으니까 옷을 바꾸는 것 아닙니까?

◆이소연> 그럴 수도 있는데 저와 제 옷이 어떨 때 잘 어울리고 어떤. 예를 들어 목까지 올라오는 옷을 입었을 때 내가 조금 더 예뻐 보이네, 더 멋있어 보이네를 인지하고 충분히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보통 소비를 많이 하는 20~30대 여성 그리고 또 남성들도 고민하지 않는 거죠. 그냥 가서 일단 저 모델이 예뻐 보이네. 그럼 사. 나랑은 뭔가 안 어울려.

◇이대호> 마네킹이 참 몸매가 좋아요.

◆이소연> 그렇죠.

◇이대호> 그런데 내가 입으면 안 어울리고.

◆이소연> 그걸 기대하면서 샀던 그 과거를 생각해 보면 저는 생각 없이 샀던 거죠. 그래서 일단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을 했던 하지 않았던 오늘 저녁에 옷장 앞에 가서 한번 생각을 해 보는 거예요. 얘가 나랑 어울리는 옷인가. 어울리면 왜 어울리지. 내가 이 옷을 왜 좋아하지. 컬러 때문인가 패턴 때문인가 모양이나 재질 때문인가 이런 걸 하나하나 분석을 해 보는 거예요. 그래서 전에는 그걸 쇼핑몰에 가서야 했던 거예요. 이 옷을 대보면서 나 이거 어울리나 그거를 몰에 가서 했다면 이제는 옷장 앞에서 그 고민을 한번 해 보시면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옷 그리고 싫어하는 옷. 어울리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인지하게 된다. 그래서 저는 거기서부터 먼저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요새 소셜미디어에 OOTD라고 해서 Outfit Of The Day. 오늘의 옷차림을 찍어서 올리는 그런 트렌드가 있는데 그게 사실은 매일 다른 옷들을 입으시거든요. 그런 인플루언서분들이나 패셔니스타들을 보면 매일 다른 옷을 입으면서 OOTD를 찍는데 한 2주 정도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내가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 한번 사진을 찍어보고 난 이 옷 입었을 때 좀 얼굴이 살아 보였던 것 같아라는 걸 셀프 진단해 보는 것도 되게 자기만의 멋을 찾아가는 가장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이대호> 셀프 진단도 해 보고 자기만의, 뭐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이소연> 네, 마네킹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입을 나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해서 옷을 살펴보자.

◇이대호> 그건 어떻습니까? 그 스티브 잡스처럼 한 가지 스타일.

◆이소연> 매일 똑같은 옷.

◇이대호> 그러니까 옷은 여러 벌 있대요. 똑같은 스타일. 그런데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가죽 점퍼 계속 입고 사실 저도 이제 회사 후드티만 입고 다니다 보니까 사람들이 이거 문신되겠다고. 한 벌만 입는 건 어떻습니까? 한 가지 스타일만 쭉 입는 거.

◆이소연> 저는 멋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되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저는 아직 이것도 입어보고 싶고 저것도 입어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조합을 고민하는데 한 일주일 정도 똑같은 니트를 입고 회사에 간 적 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아무도 몰라요. 너 왜 어제랑 똑같은 옷 입었어? 너 왜 수요일에 입었던 옷 입었어? 놀라울 만큼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다.

◇이대호> 그래요.

◆이소연> 그래서 이런 게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실험해 보시면 의외로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내게 관심이 없네. 그러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옷. 내가 만약에 난 똑같은 옷 입어도 괜찮다, 난 이대로 멋있어라고 한다면 저는 그게 그 사람의 멋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대호> 그렇죠. 그래서 본인의 스타일을 살리면 되지. 계속 그냥 마케팅에 휩쓸리면서 옷을 여러 벌 살 필요는 없다. 장현희 님이 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과 몸매 아닌가요라는 의견 주셨고요. 넘어갈게요. 여러분. 또 중요한 거. 저희가 며칠 전에도 정리하는 습관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아까 3798님도 정리하는데 얼마 전에 저기 콘텐츠 한 번 다뤘던 것도 도움 많이 됐다고 문자 메시지 보내주셨어요. 옷 정리만 잘해도 어떻게 옷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고요?

◆이소연> 네, 이게 크게 세 가지로 정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는 옷을 눈에 보이게 정리하라 이건데요. 수납장을 생각해 보면 서랍 안쪽에 옷이 이렇게 꾸겨져서 박혀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그 옷은 쇼핑몰에서 그렇게 있었어도 안 사고 싶었을 거예요. 그래서 얘를 보기 좋게 옷걸이나 바지걸이에 걸어서 내가 언제든지 이거랑 이거랑 매치해 볼 수 있겠다라고 되게 쉽게 가져다 볼 수 있게끔 눈에 보이게 또 손에 잡히게 정리를 하는 게 첫 번째로 중요할 것 같고 두 번째로 난 이미 이렇게 정리돼 있다. 내 옷장은 이미 옷걸이, 바지걸에 정리돼 있다라고 한다면 옷과 기념품을 구분하라 이거를 좀 말씀드리는데 아침에 나 출근하는데 입을 옷 없어 그런데 보면 옷장에 가득 차 있거든요.

◇이대호> 분명 옷은 있어요. 있기는 있는데 입을 옷이 없죠.

◆이소연> 그게 입을 옷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저는 옷과 기념품으로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맨날 출근을 하는데 이거는 동남아 여행 갔을 때 입어야지, 이거는 유럽 여행 갔을 때 입어야지 하는 옷들이 옷장에 가득 차 있었던 거예요. 얘는 옷이 아니죠. 옷이 아니고 기념품?

◇이대호> 뭔가 기념품 같은.

◆이소연> 1년에 한 번 입을 옷들인데 옷장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이게 짜증만 나고 옷이 이렇게 많은데 왜 입을 옷이 없어? 과감하게 1년에 한 번 입을 옷. 1년에 3번 이하로 입는 옷들은 잘 접어서 기념품함에 정리해 두고 오히려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입는 게 훨씬 소중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조금 여유가 생긴 옷장을 보면서 더 내가 이런 옷들이 있고 없구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세 번째는 캡슐 옷장 꾸리기인데요.

◇이대호> 캡슐 옷장이요?

◆이소연> 네, 캡슐 옷장이라는 게 미니멀 리스트인 분들이 제안하는 옷장 사용법이에요. 그래서 지금 옷장이 한 방을 다 차지할 정도로 많은 분들도 있으실 텐데 특히 그런 분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은 게 그걸 다 옷장으로 보는 게 아니고 헹거를 작게 하나 설치를 해서 옷을 한 10벌에서 한 15벌 정도로만 꾸려서 거기에 들어갈 옷들을 엄선해 보는 거예요. 저희가 여행을 갈 때 캐리어에 되게 단촐하게 옷을 가져가도 옷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을 해서 잘 입는단 말이죠. 그래서 그 안에서 조합할 때는 오히려 옷이 조합이 잘 돼요. 되게 입을 옷도 많고. 그런데 이렇게 많이 펼쳐져 있을 때는 오히려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니까 애초에 집에서도 구역을 하나로 나눠서 계절마다 아니면 반년마다 그 캡슐 옷장의 옷장을 꾸리면서 이렇게 내가 매치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이 단촐한 구성 안에서 내가 옷을 입는 법을 좀 찾아가는 거 그걸 시작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캡슐 옷장을 꾸리면서 내가 캡슐 옷장의 옷을 당장 내일 여행을 떠나야 된다라고 생각을 했을 때 어떤 옷을 가져갈 거고 어떤 옷이랑 매치를 해서 입을 건지를 생각해서 꾸려볼 수 있는 그런 작은 옷장을 옷장 안에 작은 옷장으로 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대호> 우선 있는 옷부터 잘 활용을 하는 것. 사실 이게 지구, 환경을 지키는 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주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쓴 이소연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소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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