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일반분양 언제 할까… 신반포4지구-GS건설 끝없는 줄다리기

정영희 기자 2023. 12. 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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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인상에 공기 연장까지… 갈 길 먼 협상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신반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현장은 현재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 간 공사비 인상 협의가 지속 진행되고 있다./사진=정영희 기자
2023년 한 해 서울시내 정비사업 시장을 달궜던 가장 큰 이슈는 공사비 분쟁이다. 금리,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 '3박자 급등'으로 과거 부동산 호황기 곳간을 두둑히 채웠던 시공사들은 줄줄 새는 추가 비용을 막기 위해 공사비 인상이란 칼을 빼들었다.
조합도 할 말이 많다. 수주할 땐 계약서에 물가 변동분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가 막상 착공하고 나니 입장을 바꾸는 시공사들의 행태에 불만을 토로한다. 공사비 인상은 분담금 상승과 함께 자칫 입주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합원만 진땀을 빼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입주 1년 전, 바삐 돌아가는 공사현장


지난 12월5일 찾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잠원역 인근의 '신반포 메이플자이' 재건축 현장.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이 곳은 예정 준공시점이 채 1년도 남지 않아 현장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대여섯 개의 게이트로 레미콘을 비롯한 공사 차량 여러 대가 수시로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동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최고 층을 향해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서초구 잠원동 60-3번지 일대에 위치한 신반포4지구는 신반포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전체 면적 약 15만8555㎡에 달한다. 용적률 299.9%를 적용, 기존 2898가구가 지하 4층~지상 35층 총 29개동 3307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잠원역과 맞닿아있다. 잠원역 반대쪽으론 7호선 반포역과도 붙어 있고 9호선 사평역도 가깝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올림픽대로, 반포대교 등이 인접해 있다. 한강변이 근처에 있고 백화점과 학교 등 주변 인프라도 풍부한 편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162가구뿐이어서 치열한 청약 경쟁이 예상된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신반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7호선 반포역과 매우 가까운 더블 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사진=정영희 기자


'속도전' 승기 잡은 신반포4지구, 착공 직전부터 말썽


신반포4지구 재건축은 빠른 진행 속도로도 눈길을 끌었다. 통상 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착공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게 소요되는 조합이 수두룩한 것이 정비사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신반포4지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16년 설립 이후 1년 9개월 만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2018년 12월 재건축 8부 능선으로 불리는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승인, 3년 간의 이주를 마치고 2021년 10월 철거를 시작했다. 2017년 유예를 마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으나 29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큰 의견 충돌 없이 다수의 총회를 무사히 마쳤다는 점에서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삽만 뜨면 되는 줄 알았건만 문제는 엉뚱하게 철거를 다 마친 이후 터졌다. 원래 신반포4지구 부지 내에는 서울시 소유의 905.5㎡ 규모 시유지가 있었다. 이 땅을 매입하는 문제로 조합과 서울시 사이 갈등이 생긴 것. 정비사업 부지 내 국·공유지가 있으면 조합이 땅을 사들여야 한다. 이때 가격은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되 조합이 고시일로부터 3년까지 매입하지 않으면 토지 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 이때 해당 기간 동안 오른 땅값뿐 아니라 아파트 가격도 반영된다.

조합은 2020년 10월까지 해당 토지를 매입해야 했으나 이 시기를 놓쳤다. 서울시는 땅값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같은 해 9월 곧바로 매각 연기를 신청했다. 시세 재평가 결과 종전보다 200억~300억원 더 높은 가격에 시유지를 살 위기에 놓인 조합은 이미 건물도 다 허물고 없는 나대지에 아파트 입주권 금액까지 반영하는 건 너무하다며 맞섰다.

빈 땅을 사이에 두고 1년여를 대치하던 둘 사이의 분쟁은 조합의 양보로 끝이 났다. 서울시 요구대로 당시 시세에 맞춰 토지를 매입한 것. 추가된 토지 가격으로 인한 것보다 사업 지연을 원인으로 한 조합원 부담과 이에 따른 사업비 투입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2021년 착공 신고를 마친 조합은 다시금 공사비 인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1년 넘게 시공사와의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저비사업조합 사무실 전경./사진=정영희 기자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부동산원 검증 결과도 '글쎄'


메이플자이 시공사는 GS건설이다.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직후 선정했다. 최초 계약 공사비는 9352억원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GS건설은 공사비를 1조4000억원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설계 변경으로 오른 공사비 2900억원과 금리 인상, 실착공 지연으로 증가한 금융 비용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재경비 1800억원 등 총 4700억원 증액이 협상대에 올랐다.

조합은 계약 당시 도급 계약 체결부터 착공 전까지의 물가 상승률만 공사비 증액분에 반영한다는 조항을 들어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장기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불안이 커지자 종전 공사비보다 1980억원(21%) 오른 1조1332억원에 합의를 도출했다. 공사 기간도 종전 34개월에서 42개월로 8개월 연장하며 준공 예정일은 2025년 4월로 밀렸다.

조합과 GS건설은 남은 공사비 증액분인 3180억원에 대해선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통해 확정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사비 검증이란 시공사가 부당하게 공사비 인상을 못하도록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이 적정성을 검토하는 제도다. 재건축 사업에서 공사비를 10% 이상 조정하는 경우 의무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지난 9월 부동산원은 설계 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 3180억원 중 2186억원이 적당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 조정(ESC) 부분과 금융비용 등 1800억원에 대해선 검증하지 않았다. 직접 공사비가 아닌 부분은 당사자 간 합의나 소송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신반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은 현재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본래 착공은 내년 4월 예정이었으나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사진=정영희 기자
현재 양쪽 모두 검증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은 기존에 제시한 증액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손실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조합에선 이미 한 차례 증액 요구를 들어줬음에도 주머니에서 200억원가량을 더 꺼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이 피어올랐다.

공사기간(공기) 연장 또한 양쪽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조합 측에 공사기간을 종전보다 8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기존 일정보다 착공이 늦어진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멘트 가격 상승 등으로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합 측은 공기 연장 근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즉각 반기를 들었다. 늘어난 공기만큼 불어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는 조합원 몫이 된다고 반발했다.

계약자는 공기 연장으로 인한 입주 지연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3개월 이하라면 지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주택법에 따라 입주 지연으로 인한 시공사의 책임이 명시돼 있지만 시공사와 공기 연장을 합의했고 이를 조합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 의결을 완료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쪽 협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직접 공사비와 물가 상승분, 금융비용 등에 대한 공사비를 두 부분으로 나눠 조합과 협의 중"이라며 "공기 연장도 최종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GS건설과 지속해서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공기의 경우 최대 4개월의 재연장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자이의 연내 일반분양도 어렵게 됐다. 조합은 지난달 서초구청에 분양가 심의를 접수해 일반분양 준비에 나섰지만 끝내 목표가 좌절됐다. 구청이 분양가상한제 심의만 완료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보증을 접수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없다. 입주자모집공고에 입주일이 기재돼야 하니 GS건설과의 협의를 끝내고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올해가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선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GS건설 관계자는 "조합과의 협의가 이달 초, 늦으면 이달 말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총회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1월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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