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29> 고요한 산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반추해 보는 김부식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3. 12.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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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 사람들은 오지 않는 곳(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오르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네.

여산(廬山)의 용천정사(龍泉精舍)와 동림사(東林寺)에서 30여 년간 지내면서 산을 나온 일이 없었다 하며, '호계삼소(虎溪三笑)'의 일화를 남겼다.

김부식이 세월을 돌아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껴 지은 작품이다.

김부식의 시편들을 읽다 공감되는 점이 있어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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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공명 찾아 헤매었구나(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속세 사람들은 오지 않는 곳(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오르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네.(登臨意思淸·등임의사청)/ 산의 형세 가을 되니 더욱 좋고(山形秋更好·산형추갱호)/ 강물 빛은 밤인데도 밝네.(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흰 새는 높이 날아 가뭇해지고(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외로운 돛단배 홀로 가볍게 떠가네.(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부끄럽도다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自慚蝸角上·자참와각상)/ 반평생 공명 찾아 헤매었구나.(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위 시는 ‘삼국사기(三國史記)’를 편찬한 고려 시대 김부식(金富軾·1075~1151)의 ‘감로사에서 혜원의 운을 따라 짓다(甘露寺次惠遠韻·감로사차혜원운)’로, ‘동문선(東文選)’ 권9에 있다. 동문선에는 김부식의 시 33수가 실려 있다. 그의 문집 20권이 있었다고 하나 전해지지 않는다. 감로사는 개성에 있던 절이다. 혜원은 중국 진(晉)나라 고승이다. 여산(廬山)의 용천정사(龍泉精舍)와 동림사(東林寺)에서 30여 년간 지내면서 산을 나온 일이 없었다 하며, ‘호계삼소(虎溪三笑)’의 일화를 남겼다.

김부식이 세월을 돌아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껴 지은 작품이다. ‘달팽이 더듬이 위(蝸角上)’는 좁은 세상, 또는 속세를 말한다. 당나라 백거이는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 무엇을 다투랴.(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부싯돌 번쩍하는 사이에 이 한 몸 기탁하고 사는 것을(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이라 읊었다.

제3구의 ‘흰 새는 높이 날아 가뭇해지고(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외로운 돛단배 홀로 가볍게 떠가네.(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는 이백의 시 ‘獨坐敬亭山(독좌경정산)’의 ‘뭇 새들이 높이 날아 사라지고(衆鳥高飛盡·중조고비진)/ 외로운 구름만 한가로이 떠가네.(孤雲獨去閒·고운독거한)/ 바라보아도 피차 싫증 나지 않는 건(相看兩不厭·상간양불염)/ 다만 저 경정산뿐이네.(只有敬亭山·지유경정산)’를 차용했다. 김부식의 시편들을 읽다 공감되는 점이 있어 소개해 본다. 필자는 김부식의 높은 지위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삶을 살았고, 그다지 공명을 좇으며 살지는 않았지만 한 번쯤 생각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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