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추천
교수신문, 전국 대학교수 1천315명 설문조사…2위는 '적반하장'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천31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1%(396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를 선택했다고 10일 밝혔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가 추천한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논어(論語) 헌문편(憲問篇)」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사자성어인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처음 등장한 뒤 반대의 의미를 가진 '견리망의'가 쓰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된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우리 사회에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라고도 했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나 자녀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오늘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상실되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견리망의에 이어 2위는 25.5%(335표)를 얻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었고 3위는 24.6%(323표)를 얻은 '남우충수(濫竽充數) 등이었다.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이다. 적반하장을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철학)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을 하고),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전 정부 탓(을 하고), 언론 자유는 탄압하면서 자유를 외쳐대는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우충수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다. 남우충수를 추천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과)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며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했다.

김동식 기자 kds77@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