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담배는 나가 피워주세요"…층간소음 대책 나오는데 층간냄새는요? [부동산백서]

김동규 기자 2023. 12.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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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수치로 규정하기 애매한 부분 있어
공동주택로 자체 규약 강화하고 시민의식 제고해야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제발 담배는 나가서 피워 주세요. 관리실에 이야기해도 어디서 냄새가 시작됐는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실내 금연을 정말로 부탁드립니다"

서울의 한 공동주택에 살고있는 이모씨는 올해 여름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는 담배 냄새를 참다가 결국 저렇게 글을 써서 엘리베이터에 붙였습니다. 담배냄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삼겹살을 구워 그 냄새가 위층으로 올라간 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됐습니다.

정부는 조만간 강화된 층간 소음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처럼 '층간 냄새'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해결책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는 관련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매우 미비해 당장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다만 현재 있는 관련 규정을 보완하거나 공동주택별로 자체 규약을 만들어서 층간 냄새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현재 층간 냄새와 관련된 규정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2(간접흡연의 방지 등)에는 △입주자는 발코니와 화장실 등 세내 내에서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 등은 관리주체에게 간접흡연 발생 사실을 알리고, 관리주체가 피해를 끼친 입주자 등에게 일정 장소에서 습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피해를 끼친 입주자 등은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해야 한다 △관리주체는 필요시 입주자 등을 대상으로 예방 분쟁 조정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입주자들도 필요시 분쟁의 예방, 조정, 교육을 위해 자치적 조직을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관리인의 권한과 의무)에는 관리인이 소음·진동·악취 등을 유발해 공동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의 중지 요청 또는 분쟁 조정절차 권고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해 놨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법을 바탕으로 공동주택에서 자체 규약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진녕 법무법인 CK 대표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입주 때 임대차 계약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공동주택관리규약에도 서명하게 돼 있는데 이 규약에는 냄새와 관련된 구체적인 금지 사항들이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규약 등을 만들어서 위반 시 관리비 상승 등의 페널티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한다면 층간냄새 문제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냄새와 관련된 규약이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별로 다 있는데 거의 사문화돼 있기에 현재에 맞게끔 이를 업데이트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도 "층간소음은 구조적 하자 등으로 발생하기에 제도 강화 등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층간냄새는 공동주택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서 제도적으로 제재를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정말 이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을 텐데 그 전에 지자체 권한으로 집합건물 내 중개나 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건설 단계에서 냄새와 관련한 규정도 없습니다. 소음에서 몇 데시벨(dB)처럼 수치상으로 냄새의 정도를 정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건설 규정에는 냄새와 관련한 것이 없는데 냄새를 어떻게 수치화하기가 애매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본다"며 "각 공동주택별로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는 수년째 지속되면서 강력범죄 등이 증가하면서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도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층간냄새 문제도 층간소음만큼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분명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웃을 배려하는 시민의식 제고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자체 규약 강화로 층간냄새 문제가 해결됐으면 합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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