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중립화장실' '말하는 버스'…美 DEI 경험한 국내 크리에이터들

이창환 기자 2023. 12. 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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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주한미국대사관' 주관 행사
워킹맘·장애인·성소수자·탈북자 등 참여
미국 LA·샌디에고·워싱턴 D.C 등 방문해
DEI문화 체험…현지서 관련 콘텐츠 제작
누적 조회수 1000만↑…구독자 1600만↑
[서울=뉴시스]구글코리아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주한미국대사관과 함께 '크리에이트위드어스(CreateWithUS) 2기 클로징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2023.1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DEI는 다양성(diversity), 공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한 사회나 조직 내에서 인종, 성별, 나이, 종교 등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우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최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성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DEI 가치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유튜브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활동 중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력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르신·워킹맘·장애인·성 소수자·탈북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이런 국내 유튜버들이 미국을 방문해 DEI 문화를 체험한 소감을 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크리에이트위드어스(CreateWithUS) 2기 클로징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구글코리아도 함께 참여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주관으로 올해 2회째 열리고 있는 크리에이트위드어스 교류 프로그램은 DEI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참가 크리에이터들은 올해 9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샌디에고·시카고·워싱턴 D.C. 등 지역을 방문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규민(규민 JAYQ)', '김똘똘(김반석)', '기자 김연지(김연지)', '드로우앤드류(최동원)', '박막례 할머니(박막례)', '북한댁사랑방(강하나)', '지반GVAN(황지환)', '원샷한솔(김한솔)', '위라클(박위)' 등 9명의 크리에이터들은 약 2주 동안 구글 본사를 비롯해 공공장소·마켓·식당·야구장 등을 오갔다.

이들은 '각자 ▲게이 클럽 체험하기 ▲미국 MZ세대의 연봉에 대한 의견 묻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하기 ▲중년 여성 댄성 그룹(Ajumma EXP) 인터뷰하기 등의 콘텐츠 외에도, 거리에서 만난 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명소를 찾아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경험이 다양성에 대한 사고와 시야를 넓히고, 앞으로의 콘텐츠 방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다 손자뻘 되는 나인데 '내가 과연 저기 가서 민폐나 안 끼칠까' 걱정했다. 이 나이 먹은 할머니까지 챙겨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튜버 규민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과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 보니까 각자의 고민 등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제 사고도 많이 확장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탈북자 크리에이터 북한댁사랑방은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며 다양한 가치들을 많이 경험했다"며 "그전에는 나만 힘들고 목숨 걸고 어려운 삶을 살았구나 생각했는데, 정말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배웠다"고 언급했다.

기자 김연지는 "다양한 곳에 다양한 사람들과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선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다"고 보탰고, 드로우앤드류도 "(난민·성 소수자·장애인 또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어려운 점을 서로 들어보면서 시야를 넓히는 시간이었다. 제가 평소에 누리고 있는데도 느끼지 못했던 특권들이 너무 많았다"고 평했다.

드랙 아티스트 지반은 "미국에선 제가 이방인인데 '왜 이렇게 편하지'(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LGBTQ+를 포함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더 좋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도록 가치관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성소수자 유튜버 김똘똘 역시 "우리나라에서 제가 외벽을 치고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누구와도 친해질 수가 있고 제 생각이 굉장히 좁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장애인 크리에이터 원샷한솔과 위라클은 각각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간 게 가장 좋았다", "한국에선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다. 미국이라는 곳은 '누가 됐든 어디든 다 들어갈 수 있게 해줄게'라는 접근성 측면에서 완벽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는 소회를 남겼다.

[서울=뉴시스]구글코리아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주한미국대사관과 함께 '크리에이트위드어스(CreateWithUS) 2기 클로징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2023.1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그램 시상식에서는 ▲기자 김연지(Best Storytelling상) ▲원샷한솔(Most Educational상) ▲북한댁사랑방(Most Informatic상) ▲위라클(Best Collaboration상) ▲김똘똘(Best Introduction to the United States상) ▲박막례 할머니(Grand Prize) ▲드로우앤드류(Best Interview상) ▲규민(Best Cinematography상) ▲지반(Shortform Content상) 채널이 각각 수상했다.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소수자 입장에서 느낀 점 등을 꺼내놓기도 했다.

'기대하거나 만족한 부분이 있었나'라는 물음에, 지반은 "성중립 화장실은 서울에서 찾기가 굉장히 힘들지 않나. (그러나 여기에선) 제가 어딜 가든 화장실 걱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기본적인 것부터 배려하거나 지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열심히 뛸 수 있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버스를 탑승해 본 원샷한솔은 "시각 장애인이 된 지 14년째 되는데 그동안 버스를 편하게 탄 적이 없다. 눈치를 보게 된다. 대중교통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대중 안에 없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늘 탔다"며 "미국에서는 버스가 스스로 몇 번인지, 행선지가 어딘지 등을 말해주고 차체가 낮아져서 (턱에) 걸릴 걱정도 안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버스를 탔을 때 기사분께서 화를 내셔서 뉴스에도 나온 적 있다"며 "미국에서도 불안해서 허겁지겁 교통카드를 찾는데 기사분이 계속 '천천히 하라'고 하시더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기자 김연지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묻자, "워킹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며 "배려와 눈치의 차이인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워킹맘의 현실은 정말 설국열차에 보면 꼬리칸 같은 현실인데 미국에서 (엄마들도) 'Who am I?'를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모습과 공감해주시는 걸 보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크리에이터들은 '소수자를 위한 인식 개선 및 제도 법제화' '타인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자세' '작은 변화라도 끌어낼 수 있는 발 빠른 실행력'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과 로버트 포스트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공사참사관을 비롯해 50여명이 참석했다.

김 사장은 "우리 사회에 있는 여러 구성원들이 인종, 신념, 장애, 나이, 성별이나 어떤 것들에도 차별 없이 누구든지 정보나 새로운 기술을 편리하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다양성이 존중받고 또 자유와 중요한 가치들이 계속해서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포스트 참사관도 "이 프로그램 덕분에 LGBTQ+ 인권, 젠더 평등, 북한 인권, 장애인 인권 지원을 포함한 한미 공통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또)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배우고 우리가 공통으로 직면한 도전 과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며 "이 같은 노력들을 국무부 최고위층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 70주년의 한 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미 관계는 여러분들 같은 분들 덕분에 여전히 활기차고 모든 사람들과의 연관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참가자들이 제작한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1000만회 이상이며, 구독자 수도 1600만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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