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샤넬, 포람페는 에르메스, 제네시스는?…‘車계급’ 따져보니 BMW가 1위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2. 1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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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카스트로 ‘수입차 계급도’ 형성
밴드왜건·파노폴리·스놉효과 작용
‘회사찬스’ 법인차 문제도 일으켜
기아 모닝과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기아, 벤츠]
“어디 천한 것들이 감히”

‘사농공상(士農工商)’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현실·사회 풍자 개그 소재로도 사용되죠.

신분은 계급과 혼동돼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신분=계급’ 등식이 성립했던 영향 때문이겠죠.

개인이 사회에서 처한 상황에 따라 나뉘는 계급과 달리 신분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집니다.

뭐, 혼동돼 사용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흙수저 신화가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진짜 신화’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 계급은 자식 신분으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나의 신분·계급 알려주는 ‘무언의 도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샤넬백 관련 사연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신분·계급이 높으면 “난 너희들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애씁니다.

인류는 문명화되기 전에는 동물들처럼 몸집이나 힘으로 서열을 결정했습니다.

문명사회가 된 뒤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을 과시하면서 힘자랑을 하는 대신 가문, 재능, 재산 등으로 자신의 지위나 서열을 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열이 아주 높은 사람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아주니까요.

자신의 계급이나 신분이 ‘높은 편’이라고 스스로 여기는 사람들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존재 이유’에 대해 불안감을 느낍니다.

다만, 티 나게 말이나 행동으로 잘난 척하면 천박해 보일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이 때 말 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줄(알아준다고 여길) ‘뽐낼 도구’가 필요합니다. 역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죠. 흰 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나뭇가지를 사용하는 침팬지 모습이 떠오르네요.

벤츠 삼각별 [사진출처=벤츠]
명저 ‘털 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인류·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에 따르면 ‘자칭’ 신분·계급이 높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말없이 남들에게 자신의 서열을 알릴 수 있는 ‘무언의 도구’를 찾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다고 자랑할 과시용 도구입니다. ‘의식주’ 가리지 않습니다. 끼리끼리 사교모임도 만들어 과시용 도구를 그들만의 유행으로 만듭니다.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베블런(veblen)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죠.

신분상승을 꿈꾸는 추종자들은 그 유행을 모방합니다. 무리해서라도 그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가방을 들고,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한번이라고 하려고 합니다.

여기서는 밴드왜건(bandwagon)·파노플리(panoplie) 효과가 나타납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입니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합니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있죠.

자칭 높은 신분·계급의 사람들은 모방자가 많아지면 접근하기 좀 더 어려운 유행을 계속 만들어 “난 달라”를 추구합니다.

스놉(snob) 효과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면 오히려 그 재화나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현상을 말하죠.

명품 계급도 [사진출처=트렌비]
베블런·밴드왜건·파노플리·스놉 효과로 명품 브랜드에도 ‘계급’이 발생합니다.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는 ‘2021년 명품 계급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트렌비에 따르면 명품 레벨은 에브리데이(Every Day), 영코어(Young Core), 올드코어(Old Core), 프리미엄(Premium), 프레스티지(Prestige), 하이엔드(High-End), 엑스트라 하이엔드(Extra High-End)으로 구성됐습니다.

프라다와 구찌는 프리미엄, 디올과 펜디는 프레스티지에 포함됩니다. 3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 루이비통, 고야드는 하이엔드 레벨입니다. 명품 계급도 가장 상위에 있는 엑스트라 하이엔드에는 에르메스가 있죠.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남들에게 과시하거나 그 계급에 속하고 싶어서 구입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이 진짜 좋아서 사는 소비자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명품 소비 확산과 계급도 형성에는 이같은 효과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죠.

가격=크기=신분=계급, 카(車)스트
영국 왕실용으로 제작된 벤틀리 리무진 [사진출처=매경DB]
여자들이 선호하는 명품 패션 브랜드에만 계급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를 미치게 만든다는 자동차에도 계급이 암묵적으로 존재합니다.

자동차는 처음 등장했을 때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또는 탑승자)의 신분·계급을 상징했습니다.

너무 비싼 가격과 제한된 생산대수 때문에 상류층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신분·계급을 말하지 않아도, 일부러 과시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의 도구’가 됐죠.

미국 포드가 대량생산(포디즘)으로 자동차 대중화 길을 개척한 뒤에는 브랜드나 차종이 신분·계급을 알려주는 도구가 됐습니다.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귀족·무사), 바이샤(평민·상인), 수드라(수공업자·노동자), 불가촉천민으로 사람 신분을 결정했던 인도 카스트(Caste) 제도처럼 ‘자동차 카스트’가 등장한 셈입니다.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렌트 서비스, 차량 구독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차종=신분’ 분위기가 약해지긴 했습니다.

여전히 경제력, 신분, 직위에 따라 탈 수 있는 차종이 달라지는 카스트 유산만큼은 남아 있습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사진출처=롤스로이스]
자동차 카스트는 ‘계급도’가 나올 정도로 명품 선호도가 심하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수입차 업체의 금융 서비스, 그 돈이면(조금 더 보태면) 수입차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싸진 국산차 가격도 한몫했습니다.

목돈 없이도 고가 수입차를 살 수 있지만 대신 이자가 비싸 ‘카푸어(car-poor)’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은 금융상품, 조세형평성을 무너뜨리는 ‘회사찬스’ 법인차 제도도 밴드왜건·파노플리 효과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죠.

국내에서 10~15년 전만 해도 차종에 상관없이 ‘수입차=명품’ 대접을 받았습니다. 벤츠, BMW, 포르쉐보다 대중적인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등을 타면 소위 방귀 좀 뀌었습니다.

요즘은 “벤츠 탄다” “포르쉐 탄다” 등으로 말하지만 당시에는 “수입차 탄다”는 말로 통용됐습니다.

수입차가 많아지자 수입차 시장 대세는 일본차에서 독일 대중차로, 다시 독일 프리미엄차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수입차 메카’ 서울 강남에서는 현대차 쏘나타만큼 흔하다고 해서 ‘강남 쏘나타’ 타이틀이 렉서스에서 벤츠·BMW로, 이제는 포르쉐로 넘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죠.

이제는 포르쉐에 좀 더 돈을 보태면 살 수 있는 2억~3억대 벤틀리·람보르기니, 그보다 좀 더 비싼 롤스로이스로 “난 너희들과 달라”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타는 수입차, 이젠 너무 싫다”
포르쉐 타이칸 [사진출처=포르쉐]
수입차 가격대별 점유율 추이를 분석해보면 수입차 계급도 현상을 좀 더 분명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2015~2022년 수입차 가격별 등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분석 결과, 수입차 주류가 3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로 넘어가더니 1억원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차종은 물론 2억원 이상 줘야 하는 고성능·럭셔리 차종도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3000만~5000만원 수입차는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가격대별 점유율 순위에서도 꼴찌입니다.

수입차협회 가격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3000만원 미만은 2015년 3.16%에서 2020년에는 2.16%, 지난해에는 0.67%로 떨어졌습니다.

3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에는 25.3%에 달했습니다. 2020년에는 8.54%, 지난해에는 3.83%로 급감했습니다.

3000만원대 수입차와 함께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던 4000만원대 수입차의 점유율도 2015년 15.24%에서 지난해에는 11.86%로 감소했습니다.

5000만원 미만 수입차 시장에서는 그나마 폭스바겐과 미니(MINI)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5000만원 미만 시장에서 인기높은 미니 [사진출처=미니]
5000만~7000만원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에는 31.14%, 지난해에는 35.36%를 기록했습니다. 수입차 가격대별 점유율 1위입니다. 또 5000만원대보다 6000만원대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7000만~1억원 수입차는 2015년 15.78%에서 지난해 22.89%로 증가했습니다.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수입차 시장에서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가 주도권을 차지했습니다.

1억~1억5000만원 수입차의 점유율은 7년 만에 3배 급증했습니다. 2015년 5.62%에서 지난해에는 16.77%로 늘었습니다. 이 가격대에서는 벤츠와 BMW는 물론 포르쉐도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점유율은 2020년까지 3%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8.59%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 시장은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플래그십 세단이 주도합니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성능·럭셔리 브랜드도 2억원대 차량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인기 모델 [사진출처=각사]
포르쉐가 올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처음 가입한 것도 이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포르쉐는 올 1~11월 1만442대를 판매했습니다. 전년동기보다 30.9% 판매가 늘면서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대수 1만대를 돌파했습니다.

2억원 이상 수입차 시장에서는 3억원 안팎인 벤틀리 벤테이가, 2억~3억원대인 람보르기니 우루스, 4억~5억원대인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문신 남성, 흉기난동·마약양성 남성, ‘펜싱스타’ 남현희의 재혼상대였던 전청조가 떠오르네요.

회사찬스 법인차·카푸어 부작용 발생
법인차 번호판 예시 [사진출처=국토부, 각 자동차 브랜드]
‘더더더’ 비싼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은 수입차에 계급을 형성시켰습니다. 순전히 제 판단이라는 전제로 트렌비 명품 계급도에 수입차 계급을 대입해보겠습니다.

명품 레벨 중 프리미엄에는 프라다·구찌, 프레스티지에는 디올·펜디, 하이엔드에는 샤넬·루이비통·고야드, 엑스트라 하이엔드에는 에르메스가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미니는 에브리데이~프리미엄, 벤츠·BMW·아우디는 프리미엄~하이엔드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르쉐는 프레스티지~하이엔드, 람보르기니·페라리·벤틀리·롤스로이스는 하이엔드~엑스트라 하이엔드에 속한다고 판단할 수 있겠죠.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국내에서는 하이엔드 샤넬급 대접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하이엔드를 향해 가는 여정에 있습니다.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품질과 안전성은 하이엔드급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 계급 형성 결정권을 지닌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법인차 악용 [자료출처=국세청]
“난 너희와 달라”를 추구하는 분위기는 자동차와 명품 분야에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들은 B·M·W(버스, 지하철, 도보)를 이용하더라도 티 납니다. 더 주목받습니다.

대기업 회장이나 유명인이 기아 레이, 현대차 캐스퍼를 타면 오히려 더 존경받기도 합니다. 일부 유명인은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일부러 악용하기는 하죠.

또 ‘내돈내산’으로 자랑하는 일은 막을 수 없습니다. 범죄 행위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비난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격려하거나 장려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인 ‘남돈’으로 허세 부리는 것만은 막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인 게 ‘회사찬스’ 법인차 문제죠. 3년 전 ‘번호판 변경’을 언론사 최초로 제안한 ‘원죄’ 때문인지 몰라도 처음보다 약발이 약해진 연두색 번호판 적용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문제점이 많지만 연두색 번호판을 ‘마중물’ 삼아 더 강력한 법인차 악용 차단 정책이 실행되길 바랍니다. ‘세금 정의’가 세워져야죠. 아울러 카푸어 방지책도 덩달아 실행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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