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강태 MGRV 대표 “글로벌 자본, 韓 코리빙에 몰려온다… 5년 내 크게 바뀔 것”

백윤미 기자 2023. 12. 1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서 일하고 판교로 퇴근”
“‘워케이션’ 가능성 확인”
“최대주주, 현대家 3세에서 조강태 대표로...책임경영”

“코리빙이 얼마나 가겠냐고요? 시장은 큽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플렉서블(flexible·유연한) 리빙’ 트렌드가 5년 안에 완전히 눈에 보일 겁니다.”

조강태 MGRV 대표. /MGRV 제공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에서 조강태(46) MGRV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의 눈빛은 인터뷰 내내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에 차 있었다. 코리빙 업계를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으로서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맹그로브는 서울 신촌·동대문·신설·숭인 등 4곳에 코리빙 하우스를, 강원 고성에 ‘워케이션(work+vacation·일과 동시에 여행을 즐기는 업무 트렌드)’ 모델로 한 공간 1곳 등 총 5개 지점을 운영하는 코리빙 스타트업이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325억원이다.

조 대표는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세계 3대 컨설팅 업체 중 한 곳인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6년 현대가(家) 3세 정경선 전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 대표를 만나 HGI로 이직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2018년 HGI에서 분사한 후 현재까지 MGRV 대표로 재직 중이다. 조 대표에게 현재 국내 코리빙 산업의 현황과 최근 높아진 해외 자본의 관심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 졸업 무렵, 1인 가구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느껴 코리빙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들었다.

“대학교 4학년 때 결혼했는데 집이 없었다. 대학생 때 임대인을 만나고 집 임차 계약을 하는 게 너무 어렵고 절망적이었다. 화장실에 수전이 고장 나면 어디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물쭈물 하다 보면 모르는 쪽이 당할 수밖에 없는,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은 게 ‘후지다’고 생각했다. 임차인은 보증금에 목줄이 잡히는 거다. ‘이 산업은 시대에 비해 왜 아직 이것 밖에 안 되나’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사업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것은 기업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작점이었다. 2030 젊은 층에는 렌트(임대)라는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 또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확립할 때인데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흩어져 살면서 외롭다는 특성도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2016년 영국에서 코리빙 브랜드인 ‘더 콜렉티브(The collective)’가 생긴 것을 봤다. 분명한 대안이 될거라 생각했다.”

MGRV가 지난 10월 '서울디자인 2023'에 참가해 운영한 전시 및 체험 부스. /MGRV 제공

━맹그로브 신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3인 1룸이었다. 공용공간에서 샤워부스와 변기, 세면대를 각각 분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실험의 결과다. 처음에 종로구 숭인동에 264㎡(80평) 정도 땅을 사서 24명 정도 수용 가능한 1호점을 만들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코리빙에 직원이 직접 거주하면서 ‘벤치마킹’ 한 결과였다. 6명이 화장실과 욕실을 분리해 써보고 관찰해보니 잘 작동을 했다. 이처럼 완전히 확신을 가진 후 신촌에도 설치를 했다. 세면대까지 방에 넣고 싶었는데 공간이 좁아 그걸 못 해 아쉽다.

사실 이 같은 ‘변형’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었다. 건축법 개정으로 임대형 기숙사가 신설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를 시작했다. 지금 보면 분리 설치가 당연한데 ‘이거 하나만 만들게 해 달라’고 2년 동안 계속 요구를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많은 도움을 줬다. 함께 국토부에 가서 사무관들에게 읍소했다. 맹그로브 신촌은 규제 샌드박스가 통과되면서 합법화돼 나온 1호 시설이다.”

━MGRV의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가 연간 공실률 5% 수준이라는데 진짜인가.

“전 지점이 그렇다. 문을 연 초반에는 온전히 마케팅 비용을 들여 유치했다. 다시 말해 돈을 주고 산 고객의 비율이 100%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 비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재계약과 기존 고객이 지인에게 추천하는 비율이 60~65% 정도 된다.

전통적인 임대인들은 부동산 중개업소를 쓰지 않나. 그건 100% 고객을 돈으로 사는 거다. 고객이 바뀔 때마다 비용을 들여 고객을 유치하는 건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계속 쓰는 셈이다. 반면 재계약이나 추천을 통해 유치하면 마케팅이나 중개에 쓸 돈을 고객에게 쓸 수 있다. 현재 우리는 100% 직접 계약이다. 마케팅 비용은 기존 방식의 10~20% 수준밖에 안 된다.

비결이라면 먼저 수십 만 명에게 홍보해 놓고 가능성 있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고객이 좋아할만한 행사를 열면서 소통을 한다. 올 초 신촌점 오픈 때 ‘신촌대잔치’ 행사에서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부터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까지 섭외해 신세대와 구세대의 접점을 만들었다. 수익 목적이 아닌 콘서트나 전시회도 한다. ‘소셜 클럽’을 운영하면서 친구들도 올 수 있도록 한다. 그들에게 동의를 받고 우리 풀에 정보를 확보하고 소통한다.”

━기존 공인중개업계에서는 거부감이 들 것 같다. ‘타다’와 택시업계, ‘직방’과 공인중개업계의 갈등 사례가 떠오른다.

“그럴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좋아할 거다. 사실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임대인들이다. 중개는 협업의 여지라도 있지만 임대는 그렇지 않다. ‘타다’ 사례의 경우 택시기사들은 약자 같은 느낌이 있고 보호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임대 공급을 하는 자산 소유자들은 약자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제대로 된 주거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게 눈에 많이 들어온다. 무엇이든 반대에 부딪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우리가 ‘메기 효과’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우리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

통상 전체 주거에서 자가와 임대 비율이 6 대 4 정도 된다. 임대 비율 40% 안에서 개인들이 임대업을 하는데, 이중에 10~20% 정도는 기업이 하는 게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껏 우리나라가 0%였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조강태 MGRV 대표. /MGRV 제공

━MGRV가 워케이션 장소로 노린 강원 고성 인근 양양이 그야말로 ‘핫플’이 됐다.

“맹그로브 고성은 우리의 또 다른 실험실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분명 달라질 것 같아 미리 해보고 싶었다. 실험실 치고는 잘 되고 있다. (웃음) 3개월 차부터 순수익으로 돌아섰고 계속 수익이 나고 있다. 실험실이어서 일반 비즈니스 모델보다 인력을 많이 투입했는데도 성적이 나쁘지 않다. 이걸로 워케이션 수요가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게 됐다. 지금은 이게 얼마나 클 수 있을 지를 보고 있다.

처음에는 여기가 관광객으로 꽉 차면 실패라고 정의를 했다. 관광객을 안 받으려고 아고다나 호텔스닷컴 같은 사이트에 올리지 않고 한 땀 한 땀 마케팅을 했다. 워케이션을 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제안하는 식으로 했다. 이렇게 온 사람이 주변에 추천해서 지금까지 왔다. 현재 주중 평균 가동률이 85~90% 정도 된다. 직원들이 출장 가도 앉을 데가 없다. 이 정도면 실험은 성공했다고 본다.

재미있는 점은 비수기 주중에도 가동률이 80% 정도 되는데, 주말이 떨어진다. 일반 숙박업소와 반대다. 그래서 주말을 일반 플랫폼인 아고다에 올리기 시작했고, 주말까지 채우고 있다. 수익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걸 그때 다시 확인했다. 그래서 고성 다음으로 제주에 100실 이상 규모의 워케이션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는 고성과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나.

“제주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허들이 있지만 압도적인 자연 경관이 주는 개성을 무시 못 한다. 양양은 2~3일이지만 제주는 더 길게 머물거라고 생각한다. 한 달도 머물 수 있는 장기 스테이를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 특히 고성에 회사에서 팀 단위로 오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어서, 제주는 20~30명이 워크샵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맹그로브 고성 업무공간. /MGRV 제공

━워케이션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가.

“맹그로브 고성에 오는 사람들은 ‘사개디마(사업·개발·디자인·마케팅)’ 종사자가 많다. 미래지향적인 직업군이다. 이들 중 새벽 6시에 고성에 와서 일만 하고 판교에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운전해서 왕복 4시간을 쓰는데도 온다. ‘이런 분들이 실제로 일할 상황은 됐구나’라는 걸 느낀다.

앞으로는 이들이 맹그로브의 멤버가 될 것이다. 전국 맹그로브 시설의 접근 권한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캘린더를 펴 놓고 1년 계획을 하면서 전주에서 3개월, 제주에서 3개월, 강원도에서 3개월 등 유동적으로, 흘러다니듯 살 수 있다. 물론 가정이 있으면 불가능 하겠지만, 1인 가구는 한 군데 얽매일 필요가 없다. 주거를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거다. 마치 주거를 스트리밍하듯 말이다. 5년 안에 가시적인 결과는 완전히 나올 것 같다.”

━국내 코리빙에 대한 해외 자본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MGRV에도 제안이 있었나.

“사실 업계에서는 이미 글로벌 연기금들을 다 만나고 있다. 그들이 한국 주거 시장에 투자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원하는 증권사 등과 달리 연기금은 채권보다 조금 나은 수익률 정도를 원한다. 한국 부동산 급등 추세가 꺾이면서 이제 외국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 그 때가 되면 글로벌 자본과 함께 주거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날 거다.

이미 아시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본은 한국 투자까지 결정은 했고 시기를 지켜보는 것 같다. 2024년을 많이 바라보는 것 같긴 하다. 다만 정부 개입이 어느 정도 있을 지에 대한 문제로 주저하는 부분이 있다. 정부가 시장을 계속 바꿔버리면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나.”

━최근 MGRV의 최대주주가 됐다. 회사 설립 당시에는 현대가 3세가 만든 회사로 유명세를 탔다. 분사 후 여전히 소통하고 있나.

“HGI 내 팀으로 있다가 분사했으니 정경선 전 대표와 관계는 당연히 있다. 창업자이자 주주로서 사업 초기부터 비전을 공유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면서 HGI의 자체 컴퍼니빌딩 정책에 따라 최대주주 변경을 하게 됐다. 창업팀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책임 경영을 가능하게 해 주기 위해서 HGI에서 지원한 것이다.

컴퍼니빌딩은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투자사가 적극적으로 경영 전반을 지원해 성장을 돕는 방식이다. 이 취지대로 현재는 MGRV 임직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주도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꽤 있다.

현재 정 전대표 회사의 지분이 많이 줄었지만 일부는 있다. 수익만 추구하는게 아니라 의미있는 비즈니스를 하자며 사업의 토대를 만든 창업자이자 주주로서 많은 관심과 책임을 갖고 MGRV의 성장을 위해 교류하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