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살리기가 ‘출산율 죽이기’ 였다고?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높은 집값·질 낮은 일자리로
결혼 못해 출산율 갈수록 하락
한은 “도시집중도 완화해야”
둔촌주공살리기 출산율에 ‘독’
PF부실 터트려 땅 값 낮춰야
‘신도시+산업단지’ 패키지 필요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리스트가 이 같은 도발적 칼럼을 쓰면서 관련 내용이 국내서 대서특필됐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대로 가면 2050년부터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거라고 경고했죠.
우리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부모급여를 늘리고, 내년부터 신생아 대출을 신설하는 등 여러 대응을 하고 있는데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고 계속 출산율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잘못한 것일까요? 한국은행 보고서를 기반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주택가격은 출산율을 0.055%만 올리는 거니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데요.
다만 해당분석은 전국주택가격 기준이고 이마저도 2019년과 2015년을 비교한 겁니다. (국제비교를 위해서요). 2019년이면 지금의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비해선 30~50% 저렴했었죠.
한국은행은 보완책으로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주거비·교육비·의료비 중 주거비(주택마련비용)가 확연하게 출산율을 낮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한국은행이 말한 가장 좋은 방식인 도시집중도 완화 역시 집 값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도시집중도를 완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거점을 살린다는 것이고 이에 비례해 집값 역시 청년들이 부담가능할 정도로 완화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항에선 2030세대가 포스코·에코프로비엠에 취직할 경우 ‘1등 신랑·신부감’이 됩니다. 수 년 일하면 억대 연봉이 가능하데다가 포항 집값이 외벌이를 해도 부담가능한 수준(30평대 4억~6억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포항엔 두 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 말고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도시집중도 완화란, 청년을 위한 양질 일자리를 지방에 만들고 감당가능한 집값 등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당시 정부는 집 값 급락에 따른 시장 부작용(PF부실 연쇄화 → 집값 하락 → 성장 악화)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 완화 등 여러 인센티브 정책을 소급적용해줬는데요. 결과적으로 둔촌주공 분양은 완판이 됐습니다만, 부동산 ‘대마불사(큰 말은 죽지 않는다·망하게 두기엔 너무 크다는 의미)’ 의식을 강화시키죠. 이에 더해 근 40조원에 달하는 특례보금자리론까지 풀면서 2022년 하락했던 부동산은 재반등하게 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둔촌주공 살리기는 저출산과 관련해선 최악의 수였습니다.
우선 서울 불패신화를 강화해서 도시집중도를 오히려 높였습니다. 아울러 집값 하락은 커녕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자산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큰 청년층에게 박탈감을 준 것도 있고요.
더 결정적으로는 여전히 부동산PF 부실문제가 해소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가계 가처분소득은 물가부담·이자상승으로 갈수록 줄고 있어서, 부동산PF 부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입니다. 이미 청담동부터 경기 부천 등 여러 사업장에서 PF부실이 터지고 있죠.
PF부실을 대주단이 연대책임 하에 관리하게 해서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시간끌기일 뿐이지 결론적으로 부실의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부실이 터지게 되면 결론적으로 땅값이 싸지게 되고, 그만큼 집값도 저렴해지게 됩니다. 청년층의 주거비부담을 줄일 수 있고요.
일각선 “차라리 둔촌주공을 그때 살리지 않았으면, 둔촌주공은 할인분양을 했을테고 대략 2018년 가격으로 조정이 되면서 땅값도 낮아졌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정도 숨통이 틔인 청년들이 주택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집을 가진 청년들의 출산율이 올라갔을 것이다”란 말도 나옵니다. 둔촌주공 살리기가 과연 해법이었을지, 지금의 관점에서 의문이 드는 대목이 많은 이유입니다.
청년층은 “지금도 열심히 일해봤자 못사는데 내 자식대엔 더 못산다”면서 출산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엔 양질의 일자리·저렴한 주택이 있고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대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저렴한 땅값에 기반해 청년층들이 3억~5억원으로 20·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지금의 40대들이 10년 전 청년일 때 동탄열차에 탑승해서 희망을 봤듯이, 지금의 2030에게도 제2·제3의 동탄이 필요한 것이죠. 평택 고덕신도시, 아산 탕정신도시 등을 더 키우면서 2030에게 기회를 더 많이 늘리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결국엔 이를 위해선 집값 연착륙·부동산 PF부실 순차적으로 터트리기 등이 보완되어야 하기도 하고요.
작금의 지방정책은 기회발전특구란 명목 하에 알아서 기업들이 가라고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청년들이 안가서 기업 입장에서도 지방으로 내려갈 경우 인재를 기르기 어렵다는 겁니다.
‘산업단지’ 정책에서 벗어나서 ‘산업단지+신도시’ 패키지 정책을 써서, 정책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금의 4050에게 동탄이 있다면, 앞으로의 2030에겐 ‘고덕’이, 그리고 1020에겐 ‘00’가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래야 도시집중도 완화와 출산율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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