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대회 준비 특명! 달리기 기록을 단축하라 [ESC]

정인선 기자 2023. 12. 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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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의 탄생 체계적 훈련의 시작
같은 연령대 평균보다 20분 처져
온·오프 근전환·인터벌 훈련 매진
뒷산 오르며 심장근육까지 단련
대한육상연맹 러닝 클래스 참가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피치(무릎 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지난해 가을 회사 동료들을 따라 처음 참가한 트레일러닝 대회에는 무시무시한 이들이 있었다. 보급소마다 정해진 컷오프(탈락) 시간을 넘기는 참가자가 없도록 밀어내는 ‘스위퍼’(봉사자)들이었다. 내가 속한 마지막 그룹 주자들이 보급소를 떠나야 할 시한이 다가오자 스위퍼들은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소리쳤다. “저희가 저승사자라고 생각하고 뛰세요. 절대 따라잡히면 안 돼요!” 저승사자만큼 무서운 스위퍼들 덕분에 젖 먹던 힘까지 짜 내 해가 떨어져 가는 산속을 빠져나왔다.

누군가 싫증 내지 않고 오래 운동하는 비결을 내게 물으면 언제나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하곤 했다. 특히 러너들은 풀코스 마라톤 ‘서브 4’(4시간 이내 완주) 또는 ‘서브 3’(3시간 이내 완주) 등 정해진 거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달리는 걸 목표 삼아 대회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경우엔 무리해서 빨리 달리려다 부상을 당해 운동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쉬어야 하는 일이 ‘거북이 러너’가 되는 것보다 두려웠다.

수영장 옆 헬스장 등록

그런데 철인3종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상 숫자와의 싸움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철인3종경기에도 트레일러닝 경기처럼 종목별로 엄격한 컷오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첫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고 나서도, 컷오프에 걸리지 않으면서 내 체력 수준에 맞게 경기를 마치려면 각 종목을 몇 분 안에 끊어야 안전할지 계산기부터 두드렸다.

대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표준 코스의 경우 개인별 수영 출발선 통과 시각을 기준으로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 결승선을 각각 50분, 2시간30분, 3시간30분(이하 누적 시간) 안에 통과해야 실격을 피할 수 있다. 여기엔 실제 주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뿐 아니라 종목 간 전환을 위해 바꿈터에서 보내는 시간도 포함된다. 내년 6월 참가를 준비 중인 하프 코스 대회는 수영 1.9㎞, 자전거 90.1㎞ 마라톤 21.1㎞ 결승선을 각각 1시간10분, 5시간30분, 8시간30분 안에 끊어야 한다.

나의 첫 대회 기록을 기준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하프 코스에선 각 구간을 대략 43분, 4시간11분, 6시간40분에 끊을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실격을 피할 수 있는 추정기록이지만, 전체 거리가 두 배 늘어난 상황에서 실제로 이전과 같은 체력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진 장담하기 어렵다. 철저한 계산에 따른 훈련과 그 성과에 따른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지난 9월에 나간 첫 대회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 주자들과 비교해 20분 이상 뒤처졌던 달리기에서 기록 단축이 절실했다. 수영과 사이클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록까지 줄여 가며 달리기를 끝내려면, 짧은 시간 안에 서로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 데 적응하기 위한 ‘근전환 훈련’과, 빨리 달리는 고강도 운동과 걷거나 천천히 달리는 저강도 운동을 교차해서 반복해 오랜 시간 달리는 ‘인터벌 훈련’이 함께 필요하다.

두 개 이상의 종목을 연달아 훈련하며 근전환에 익숙해지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져야 한다. ‘귀차니즘’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 수영장과 붙어 있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추위도 피하고 시간도 아낄 겸, 당분간 야외에서 달리는 대신 트레드밀을 이용해 기록을 끌어올릴 참이었다. 그런데 수영장과 헬스장이 아무리 지척에 있어도 수영 훈련 뒤 젖은 몸을 씻고 나와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달리기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한 차례 더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영만 하러 갈 때보다 운동 가방에 챙겨야 하는 짐의 양도 두 배로 느는 것만큼 추운 새벽 몸을 일으켜 체육관으로 향하는 것도 힘들었다.

정인선 기자(주황색 운동복 입은 이)가 지난달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대한육상연맹 러닝 클래스에서 미드풋 착지법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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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지법·팔치기 등 자세부터 교정

인터벌 훈련을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선 대한육상연맹이 개인 기록 단축을 원하는 아마추어 러너들을 위해 무료로 개최하는 러닝 클래스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15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운동장에서 만난 러닝 전문 교육 센터 ‘아이오’의 최재빈·정규진 코치는 “기록을 단축하려면 달리기 자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코치는 부상 위험을 덜기 위한 ‘미드풋’ 착지법(발바닥 중간 부분으로 착지해 충격을 발목·엉덩이·무릎 등으로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법)부터 정수리를 누군가 위로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곧게 펴 무게중심을 앞쪽 위로 보내며 몸의 뒤쪽에서 ‘팔치기’를 하며 달리는 연습, 1㎞마다 평균 속도를 10초씩 줄여 가며 달리는 가속주 훈련까지, 평소 달리기에 적용해 볼 만한 다양한 훈련법을 알려줬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워서 온라인 공간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스포츠용 스마트워치 브랜드 ‘가민’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가민 커넥트’에 최근 장거리 달리기 기록과 목표, 일주일에 훈련 가능한 횟수 등을 입력하니 전문가 서너명이 제안하는 가상 훈련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 훈련할 수 있었다. 내년 4월까지 1㎞당 평균속도 5분대로 21.1㎞를 뛰는 걸 목표로 설정하고, 달리기와 걷기를 교차하는 ‘런 워크 런’ 훈련법 위주로 구성된 제프 갤러웨이 코치(미국 국가대표 출신 달리기 전문가)의 프로그램을 선택하자 나에게 맞는 훈련 계획이 제시됐다. 사전에 짜인 프로그램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워치에 기록한 운동 성과에 따라 이후 프로그램의 내용이 달라져, 전문가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맞춤형 교육을 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민커넥트’ 앱에 최근 장거리 달리기 기록과 목표, 일주일에 훈련 가능한 횟수 등을 입력하면 개인별 상태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추천받아 활용할 수 있다. 앱 화면 갈무리.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가상훈련마저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그래도 방법은 있다. 동네 뒷산 같은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서도 간편하게 인터벌 훈련이 가능하다. 지난번 첫 대회에서 만난 한 선배 트라이애슬릿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대 심박수와 휴식 심박수 사이를 오가며 심장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며 “로드 러닝 훈련과 트레일러닝을 병행하면 달리기 기록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풍경도 매일 달라지니 웬만해선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도 동네 뒷산을 이용한 인터벌 훈련의 큰 장점이다.

내년 6월 두번째 대회를 앞두고 기록 단축을 위한 훈련 환경도, 조력자들도 갖췄으니 이제 남은 건 딱 하나, 실행에 옮기는 일뿐이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일하지 않는 시간엔 요가와 달리기, 수영, 사이클, 케틀벨 등 각종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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