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여장군·88년생 독설녀…‘여인천하’ 북한, 후계 왜 서두르나? [한중일 톺아보기]
지난달 2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북한이 군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기념강연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선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의 샛별’은 북한에서 김일성의 초기 혁명활동을 선전할때 쓰는 표현입니다. RFA는 익명의 평양 소식통을 인용, 이 표현이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가리킨 것으로 최고 존엄의 자제에게 이 존칭어를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습니다.
RFA는 북한 지도부가 세습 준비를 위한 본격 우상화 작업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 6일 북한이 김 위원장의 딸을 연일 전면에 부각하고 있는 데 대해 “재정·식량난 등 어려움 속에서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다소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이같은 북한의 ‘김주애 띄우기’를 두고 여러 추측과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됐음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아직 어린애일 뿐인데다 극도로 폐쇄적이고 술수에 뛰어난 북한 정권 특성상 다른 의도가 있는 연출일 뿐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김주애가 후계자로 확정됐다고 단정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유력 후보라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고, 지금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시작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현 체제가 무너진다면 이런 모든 특권은 사라지게 될겁니다. 이들이 필사적으로 백두 혈통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자연스레 백두 혈통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관심이 쏠리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자녀 뿐 아니라 3살 위 김정철, 2017년 암살당한 배다른 형제 김정남의 자녀 등도 백두 혈통 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숫자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오로지 최고 지도자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인물이 후계자로 낙점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지지여부나 법률로 정한 권력 계승 순위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당연히 현재 최고지도자인 김위원장의 자식, 그 중에서도 남아 또는 맏이가 유합니다.
21세기에 전근대 왕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남존여비 풍조가 매우 강한 사회이다 보니, 남성 후계자를 내세우는게 지배세력들을 납득시키기도 쉬울 겁니다. 김씨 일가가 권력승계 관련 주민들의 이해를 구할 필요도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최고위 지배층의 의견까지 무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아이 역시 여아로 추정되는 이유는 만약 남아였다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를 후계자로 공개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두명 다 여아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유년시절 김정은, 김여정 남매를 지켜봤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여정 공주’라 불리며 안하무인으로 키워졌습니다. 거만한 성격에 어릴때부터 어른들을 상대로 반말을 썼다고 합니다.
김여정의 현재 직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부부장 입니다. 의전서열로는 40번째 정도지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마치 2인자 처럼 끗발이 있어 나이도 많고 서열도 높은 간부들이 모두 두려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김여정은 대남 선전활동을 이끄는 수장 답게 ‘거친 입’으로 악명 높습니다. 탈북민들을“인간쓰레기”로 매도하는 건 양반이고, 지난해 개발 중이던 정찰위성에 대해 남한 과학자들로부터 “조악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개나발들 작작하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특히 전 정권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리켜 “미국산 앵무새” “삶은 소대가리”라며 막말 공세를 퍼부었던 것은 유명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올들어 김주애와 김 부부장이 대비되는 구도의 사진과 영상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월과 9월 열병식때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앉아있던 김주애와 달리, 김여정은 열병식장 구석에 보일듯 말듯한 위치에 있거나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신호들은 후계자는 결국 김 위원장 직계를 위한 자리로, 동생인 김 부부장은 그에 비하면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김여정이 실세에서 밀려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북한정세를 20년 넘게 연구하며 최근 김여정에 관한 책 ‘더시스터(The Sister)’를 내놓은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객원연구원 이성윤 교수는 그녀가“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여성”이며 “후계자가 성장할때까지 실권을 대신할만한 인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김여정은 지난 9월 김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수행했으며, 같은달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첫째는 김 위원장의 트라우마 입니다. 김정일이 주변에 김위원장을 후계자로 삼겠다고 말한 것은 2009년 무렵 입니다. 이후 공식석상에 대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의 때였는데, 불과 1년 3개월 뒤 김정일이 사망하게 되죠. 즉,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후계자 교육을 받은 기간은 3년이 채 안됐습니다.
이 때문에 승계 초기 지배층에서 김위원장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김위원장은 권력 장악에 깨나 애를 먹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했던 대표적 잡음이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했던 경악스런 사건이었습니다. 김위원장의 불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3년 뒤 이복형 김정남까지 암살하고 맙니다. 그로서는 자신의 후계를 이을 자식에겐 같은 경험을 시키고 싶진 않을 것이기에 일찌감치 김주애의 존재를 공개하고 간부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입니다.
또한 건강문제가 있는 김위원장이 비명횡사라도 한다면 자신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지게 됩니다. 때문에 가급적 빨리 자신의 자녀가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해 추후 무슨일이 있어도 ‘곁가지’ 로 전락하는 일을 없게하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식이 후계자가 돼야하는 리설주로서는 김여정의 존재가 눈에 곱게 비칠리 없습니다. 백두혈통에 고위공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남편 외에는 김여정밖에 없다보니, 만약 권력에 공백이 생기게 되면 자신은 물론 딸 김주애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여정이 계속 전면에 나서다 근래 다소 뒤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두 여인사이 모종의 권력 다툼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현재 고난에 처해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중 하나로 “김주애 부각을 통한 조급한 세습의지 과시” 를 꼽았습니다. 최악의 식량난 및 경제난에도 주민들의 생활은 아랑곳없이 궁궐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4대 권력세습을 둘러싼 암투. 영락없이 구한말 몰락하던 조선왕조가 21세기에 그대로 구현된 듯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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