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해 둔 차량 들이받혔는데…내게도 사고 과실이? [도통 모르겠으면]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12. 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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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곳을 방문했을 때 인접도로에 차를 세워둔 경험 한번씩은 해보셨을 겁니다. 아직 운전이 미숙한 때라면 평형주차를 하느라 진땀을 꽤나 흘릴만한 상황입니다. 도로 가장자리에 깔끔하게 차를 붙여 주차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언제 뒤에서 다른 차량이 달려와 경적을 울려댈지 모르기 때문이죠.

도로에 주차할 때 차를 가장자리에 세워야한다는 것은 법에 명시(도로교통법 제34조)돼있을 정도로 강력한 규정이어서 운전자분들께서는 특히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이렇게 공들여 길가에 세워둔 차량을 누군가 와서 들이받는다면 사고과실은 어떻게 될까요? 짐작하시는대로 주정차중인 차량은 과실이 전혀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손해보험협회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도 “추돌사고의 경우 기본적으로 선행차량인 피추돌차량은 과실이 없고, 추돌차량의 전방주시 태만 및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하여 발생하므로 추돌차량의 일방과실로 보아 양 차량의 기본 과실비율을 0:100(주정차차량:가해차량)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 상황에서는 주정차 차량에도 과실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생활에 도움되는 도로교통법 지식을 전하는 연재기사 ‘도통(도로교통법) 모르겠으면’ 이번 회차에서는 주정차 차량에게 교통사고 과실이 부과 판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밤중 도로주차는 시야 감안해서 라이트 켜둬야
위반하면 상대가 음주운전까지 해도 과실있어
도로교통법 제37조에는 주차중에도 전조등, 미등 등을 반드시 켜둬야 하는 상황들이 규정돼있는데요. 많이들 모르실만한 규정은 ‘밤(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에 도로에서 차 또는 노면전차를 운행하거나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도로에서 차 또는 노면전차를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에 차량등을 켜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밤중에 주정차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항이죠.

지난 2019년 대법원의 판결(2016다259417)도 이같은 조항을 적용해 정차 차량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가해차량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287%의 만취 상태에서 정차 차량을 들이받아 피해자들 가운데 사망자까지 나온 사례입니다. 더욱이 판결문에서도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일몰 이후라도 인공조명 없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시민박명 상태였던 점은 인정”한다고 할 정도로 주정차 차량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그럼에도 대법원은 “대낮에도 점등을 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 사이의 식별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점에 비추어, 비록 시민박명 상태라고 할지라도 피고차량들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점등을 하였을 경우 그 식별력이 현저히 증가함은 당연하다”며 정차 차량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가해차량 운전자가 만취상태였던 점에 대해서도 “점등을 하였을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가해자가 보다 멀리서 피고차량들을 발견하거나 그에 따라 감속 등의 조치를 취하였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신현범 변호사(법무법인 율우,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 심의위원)는 “정식 주차구획선이 아닌 곳에 주차할 경우에는 사고 발생시 주차 위치와 주변 상황에 따라 주차 차량에게도 과실이 일부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심해 신중히 주차해야 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가해차량이 충분히 주정차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방향의 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습니다. 1991년 대법원 판결(91다3024)에는 “미등 및 차폭등을 켜놓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위에 전방의 장애물을 식별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조명시설이 되어 있다”며 “미등을 점등하지 않은 행위가 이 사건 사고발생과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위와 같은 도로사정 등으로 보아 이 사건 피해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그의 차량을 운행했다면 위 트레일러(피해차량)을 쉽게 발견하고 이를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다”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안개·비로 시야 흐려질 때도 점등해야
교차로, 버스정류장 인근도 주차금지
밤중과 마찬가지 이유로 안개가 끼거나 비 또는 눈이 올 때에도 도로 주정차 차량은 라이트를 켜둬야 하는데요.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2009다78948)은 “1시간에 강수량 11mm 정도의 비까지 내리고 있어 차량의 전조등을 켜야할 정도로 어두웠으며, 사고지점에는 가로등이 없었던 점”에 의해 “주차가 금지된 장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등과 차폭등을 켜 두어 다른차의 운전자가 주차사실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주차차량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32조에는 주정차 금지구역들이 소개돼있습니다. 해당조항에 따르면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 교차로 가장자리나 도로 모퉁이로부터 5미터 이내인 곳 등은 주정차 금지구역입니다.

소화전 주변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경상남도 제공>
또한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임을 표시하는 기둥이나 표지판 또는 선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10미터 이내인 곳과 소방시설 인접(5미터 이내)장소, 이외에 시도 경찰청장이 지정한 장소 등에도 주정차가 금지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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