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준비기간 단 1달, 과학고 합격 비결
초등학생을 위한 영재학교, 과학고 입시. 대비 학원이 있을 만큼 다들 일찍부터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합니다.
조의재 경산과학고등학교(경산과고) 2학년 학생은 원서 마감 2주 전에 과학고 지원을 결심하고 1달 남짓한 기간 동안 면접을 준비했어요. 어떻게 과학고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 그 비법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Q. 경산과고 모집 서류 접수 마감 2주 전부터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갑자기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제가 살던 영천은 작은 도시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과학고 존재 자체를 몰랐어요. 수학 그룹 과외 선생님의 딸이 경산과고에 다녀 중2 겨울방학 때 그 선생님을 통해 과학고를 알게 됐어요. 과학고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선행학습을 거의 안 해서 일찌감치 그 마음을 접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경산과고 신입생 모집 공고를 보게 됐어요. 접수 마감까지 한 달쯤 남았을 때였는데 그때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주를 남기고 ‘떨어져도 그만이니 한 번 내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준비했고 짧은 시간 노력한 끝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Q. 과학고에 처음 입학했을 때 적응을 잘했나요.
A. "경산과고에 붙고 나서 겨울방학 동안 고등학교 1학년 내용까지 예습했어요. 그런데 학교에는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내용까지 선행학습한 친구도 있었어요. 수업도 어렵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서 입학 후 첫 주에는 자습시간에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 주 주말에 서점에 가서 친구들이 풀었던 수학 문제집을 전부 사와서 자습실에서 계속 공부했어요. 중학교 때 수학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아놔서인지 새로운 개념을 금방 흡수했어요. 부족한 부분은 문제를 풀면서 보충했어요."
Q. 중학교 때 어떻게 수학을 공부했나요.
A. "수학 학원을 다녔어요. 학원 수업 방식이 조금 특이했는데 그날 풀 문제의 할당량이 정해져 있어서 다 풀어야 집에 갔어요. 빠르면 20분 만에 집에 갔지요.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또 1~7단계까지 수업 레벨도 나뉘어 있어서 더 높은 레벨에 오르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Q. 수학을 좋아하나요.
A. "수학뿐 아니라 과학도 전반적으로 좋아해요. 학교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수학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어요. 당시 주산학원에 다녔는데, 저는 손으로 하는 것에 재능이 없는 편이라 주판을 쓰는 대신 머리로 암산해서 답을 적었어요. 그런데도 친구들보다 빨리 풀어서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아무래도 무언가를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면 그걸 좋아하게 되잖아요."
Q. 경산과고 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요.
A. "매주 1, 2번 정도 학술동아리 시간이 있어요. 수학, 정보,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6개의 동아리가 있는데 저는 수학 동아리원이에요. 학술동아리에서는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과학 탐사’ 활동을 해요.
저는 이번에 수리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와 함께 푸아송(단위 시간 안에 어떤 사건이 몇 번 일어날지를 확률로 나타낸 것.) 분포를 이용해 항암 치료할 때 약물 투여량을 계산하는 연구를 했어요.
또 국어,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행평가가 있어요. 이때 관심 있는 분야를 자유롭게 융합해서 보고서를 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생명과학 수행평가여도 생물의 증식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 모형인 ‘로지스틱 곡선’을 주제로 탐구해도 돼요."
Q.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A. "수학을 이용해서 인류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응용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SEIR 모형’을 사용했어요. 이 모형에 변수를 하나하나 넣을 때마다 조금씩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이 변수를 고려하는 방법이 모두 수학이에요. 이처럼 수학을 사용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요."
Q. 원래도 꿈이 응용수학자였나요.
A. "중학교 때까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이 진로를 생각하게 된 계기도 수학이었어요. 수학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가 컴퓨터 쪽을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수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게 응용수학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컴퓨팅 능력을 바탕으로 코드를 짜서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면 응용수학자는 수학, 과학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사용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수학과에 가서 지식을 쌓고 이를 컴퓨터로 구현하는 능력을 갖추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경산과고 합격 비결 공개
경산과고 입학 전형은 총 두 단계입니다. 1단계에서 서류평가와 소집면담으로 정원의 1.5배수만큼 선발한 다음, 2단계 소집면접을 진행합니다. 조의재 학생은 1단계는 2주, 2단계는 1달가량을 준비했습니다.
● 1단계. 소집면담 위해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 꼼꼼히 살피자!
소집면담에서는 자신이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과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질의응답을 해요. 서류에 적힌 수학, 과학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기도 합니다.
먼저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몇 번 쭉 훑어보고 거기서 예상 질문을 뽑았습니다. 그다음 아버지와 모의로 면담을 진행해봤어요. 아버지가 질문을 읽어주면 제가 마주보고 앉아서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자기소개서에 방정식을 좋아한다는 내용을 썼는데 소집면담에서 방정식이 좋은 이유, 다양한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방법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ax = b의 해를 구하는 방법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단순히 보면 x는 a 분의 b라고 답할 수 있지만 함정이 숨어있어요. a가 0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게 풀어야 합니다.
● 2단계. 중학교 1, 2학년 내용도 다시 보자!
소집면접은 서류 마감이 끝나고 1달 정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면접관 앞에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면접이었습니다. 과학고 20곳 중에 몇몇은 홈페이지에 기출 문제를 올려놨어요. 그곳에서 기출 문제를 출력해서 풀어봤습니다.
중학교 수학, 과학 선생님께 1~3학년 문제집이랑 자습서를 받아서 중학교 1, 2학년 때 배운 내용을 복습했습니다. 고등학교 내용보단 중학교 내용을 탄탄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과학, 수학, 정보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도 제가 수업 시간에 흥미롭게 봤던 내용이거나 중학교 내용만 잘 학습했다면 충분히 맞힐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나왔어요. 또 수학, 과학, 정보 과목을 모두 융합하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잘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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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기자 evolut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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