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여파?…'맹모 집합소' 대치동 집값은 '불변'

김서온 2023. 12.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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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해도 사교육비 경감 효과 없을 것" 진단한 수요자들 몰려
청약시장 양극화…명문학군·학원가 가까운 단지 거래 부진 속 호가 '유지'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강남은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잖아요. 갈아타기 최종 목적지기도 하고요. 교통과 인프라는 더 좋아지고 인구가 줄수록 핵심지 수요는 늘겁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수요자들이라면 유명 학원가, 명문학군을 갖춘 곳에 살고 싶어하죠. 부모의 선택이 자녀에게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잖아요."

유명 학원가가 있거나, 명문학군을 보유한 지역 내 부동산의 높은 선호도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은 여전히 유효한 듯 하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확정,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등 사교육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는 대통령이 나서 '킬러문항'을 빼라고 지시했음에도 만점자는 단 1명으로 오히려 '불수능'임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런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킬러문항 없이도 수능 난도가 높아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 속에 유명 학원가와 명문 학군을 갖춘 서울 대치동 등지의 부동산 시장은 변함없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 대치동 일원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청약시장서도 명문학군·학원가 인기 증명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는 학군과 부동산이 밀접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뿐 아니라 지방에도 학원가가 밀집,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춘 곳은 '그 지역의 강남'이라 불리며 주거 선호도가 높다.

올해엔 양극화된 부동산 시장에서도 학원가가 가까운 신규 단지에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지난 7월 전북 전주에서 분양한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5.39대 1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에코시티 내 명문학군으로 분류되는 화정초와 화정중이 가깝고 학원가도 인접해 수요자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8월 대전 서구 탄방동에 공급된 '둔산 자이 아이파크'는 1순위 평균 68.67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백운초, 괴정중·고 등의 학교가 도보권에 있고, 둔산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는 우수한 교육 여건이 마련돼 있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경. [사진=뉴시스]

◇"사교육 수요 줄지 않을 것" 맹모 모여드는 강남

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 소속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2022년 전국 중학교 졸업생의 진로 현황'을 보면 학원가로 모여드는 현상의 배경을 읽을 수 있다. 자사고·특목고 진학생은 1만8714명으로, 이 가운데 42.3%인 7910명이 서울 출신이었으며 특히, 서울 출신 절반가량인 46.5%(3682명)가 대형 학원가가 형성된 강남3구와 양천, 노원구 출신으로 나타난 것이다.

명문 학군과 학원가를 두루 갖춘 강남 부동산 시장에 다시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고점 인식과 금리 부담에 따른 거래 부진에 곳곳에서 수억원씩 하락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치동 학원가 인근 단지들의 호가는 큰 변화 없이 유지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8㎡는 지난달 33억원(3층)에 중개 거래됐다. 지난 6월 동일면적대 매물은 31억원(14층)에 팔렸다. 5개월 새 2억원이 올랐다. 현재 동일면적대 매물은 없고, 비슷한 전용 84.97㎡ 호가는 32~34억원이다.

대치SK뷰 전용 84.38㎡는 지난달 28억원(13층)에 매매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 2020년 6월 27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비슷한 평형대인 전용 84.33㎡ 매물 3건이 31억~31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을 낀 메인 대치동 학원가와 한 블록 떨어진 수인분당선 한티역 쪽 학원가까지 모두 단지로 이어지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천 단위 내외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호가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단지의 전용 84.43㎡는 지난달 27억8000만원(9층)에 10월 28억원(9층)에 거래됐다. 올해 1월엔 21억5000만원(3층)에 거래가 성사됐으며, 현재 동일면적대 호가는 26억5000만원~2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20년 넘게 대치동 인근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대표 J씨는 "요즘 집 보러 오는 손님들 보면 애들 포트폴리오도 중요하다고 하더라.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대치동 라이딩' 온 학부모들로 주차는 물론 식당이고 카페고 늘 시끌시끌하다"며 "강북, 경기는 물론 지방에서도 대치동 수업 들으러 오지 않냐. 모든 부모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에 살게 해주고 싶은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인데 교육환경이 뒷받침되니 전세수요가 있고 이게 또 매매를 받쳐준다. 물론 강남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고 심리가 위축되면 영향을 받는다"며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항상 진입수요가 늘 존재하는 곳이다. 쭉 오른 것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은 미미한 수준이고, 그만큼 같은 충격에 타격을 조금이나마 덜 받는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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