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인터뷰' 수사 검찰, '허위 사실'로 압수수색 영장 받았다
①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자택 압수수색 영장 검증해 보니 곳곳에 '허위 사실'
② 모순투성이 압색 영장...김만배-신학림 짜고친 인터뷰라더니, 뉴스타파가 악의적 편집했다고 적어
③ '민주당-김만배-신학림-뉴스타파' 연결 고리 만드는 검찰, 급기야 신학림 신분도 허위 기재
④ "대통령 처벌 의사 확인했냐'는 검찰 기자단 질문에 '허위 프레임' 동문서답한 검찰 관계자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이 지난 6일,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대표를 비롯해 뉴스타파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어쩔 수없이 강제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법조 기자들은 검찰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 뉴스타파에 확인 요청을 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
이에 뉴스타파는 김용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분석해 공개한다. 여기에는 검찰의 억지 주장과 단정적 표현,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와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는 모순된 내용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영장 속 내용이 사실인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언론사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선 개입', '여론 조작'과 같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은, 단순한 주장이 아닌 '움직일 수 없는 진실'로 서서히 둔갑해가고 있다.
'김만배 기획→뉴스타파 실행' 검찰 논리, 영장에선 악의적 편집 주장하는 모순
검찰은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허위 인터뷰'의 배후라고 보고 있다. 김만배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윤석열 커피' 보도를 사주했단 것이다. 김만배가 민주당 대선 캠프와 소통한 정황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결국, 검찰이 수사를 통해 그리는 사건 구조는 민주당→김만배→신학림→뉴스타파로 이어진다. 대장동 사건의 주범은 이재명 후보인데, 김만배와 뉴스타파가 서로 짜고 배후를 윤석열 후보로 돌리는 '대선 공작'을 실행했단 게 검찰의 생각이다.
김용진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검찰은 '김만배-신학림' 72분 대화 음성 파일을 김용진과 한상진 기자가 공모해 악의적으로 녹음 파일을 발췌하고 편집했다고 적었다. 원래 대화 내용은 '조우형을 만난 것은 윤석열이 아니고 박길배 검사다. 직원들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는데 조우형은 마시지도 못하고 나왔다. 박길배가 조우형을 얽어놓지 않고 봐줬다'는 것인데, 김용진과 한상진이 '윤석열 주임검사가 커피도 타 주고 봐준 것'으로 조작 편집을 했다는 취지다.
여기서 검찰의 모순이 발견된다. 검찰 주장은 애초부터 김만배와 신학림 그리고 뉴스타파 측이 한통속이었단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이러한 발췌·편집을 거칠 이유가 없다. 김만배가 처음부터 '윤석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 줬다'고 명확히 발언한 뒤, 아무런 편집 없이 그대로 보도하면 됐을 일이다. 같은 편끼리의 대화를 고의성을 갖고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다.
검찰이 유달리 '커피'에 집착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검찰은 영장에서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검찰 직원들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고, 박길배 검사가 조우형을 봐줬다'고 적었다. 사실 커피를 누가 타 줬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만약 검찰 주장처럼, 직원들이 커피를 타 줬고 박길배 검사가 조우형을 봐줬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당시 수사팀을 이끈 건 윤석열 주임검사였고, 책임자인 대검 중수부장은 현재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홍일이다.
더구나 박길배 전 검사는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적이 없다. 당시에 커피는 셀프로 타 먹게 돼 있었다. 조우형을 봐준 사실 또한 없다"는 입장이다.
신학림이 '뉴스타파 대선TF' 소속?, 대선TF가 이재명 구하기 위한 특별팀?
검찰은 또 영장에서 신학림 전문위원이 뉴스타파 대선TF(태스크 포스)에서 활동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신 전 위원은 뉴스타파 대선TF에 참가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전제 사실'이란 소제목까지 써 가며 이러한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로서는 이러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대선TF를 발족한 배경도 그럴 듯하게 지어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마치 수세에 몰린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뉴스타파가 대선TF를 만든 것처럼 적었다.
그러나 당시 뉴스타파 대선TF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쓴 기사는 단 3건에 불과했다. 대장동 불법 수익이 쌍방울로 흘러가 불법적인 기업 인수와 주가 조작에 쓰였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였다. (관련 기사 : 대장동 머니, 쌍방울 전 대표에게로...'주가조작' 전 부사장도 연루)
더구나 검찰은 대선TF가 실제로 어떤 기사를 썼는지는 영장에 단 한 줄도 적지 않았다. 오로지 영장 발부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도 마치 진실인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이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 대표' 인정한 검찰...'수사 대상 아니었다' 거짓말
이번 김용진 대표의 압수수색 영장에서는 지난 9월 14일, 검찰이 뉴스타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시한 영장보다 구체화된 내용도 확인된다. 검찰은 영장에서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지배하는 차명 SPC인 (주)뮤지엄양지의 대표였다고 적었다. 여태까지 검찰은 조우형은 단순 참고인이자, 뇌물 심부름꾼에 불과했다고 말해왔다.
앞서 뉴스타파는 조우형이 여러 차명 SPC를 운영했으며, 부산저축은행이 조우형의 회사로 1,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해줬고, 대부분 부실로 드러났지만 대검 중수부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 75번은 조우형 회사였다)
검찰은 영장에서 조우형과 같은 차명 SPC 관계자들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며, 대검 중수부가 처벌한 SPC 관계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다. 뉴스타파는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한 여러 관계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이미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부산저축은행 협력자들 줄줄이 처벌...조우형은 왜 빠졌을까)
대검 중부수의 첫 수사 타깃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었다. 2011년 5월 1일에 기소됐다. 이후 대검은 2011년 11월까지 뇌물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과 SPC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뉴스타파가 관련한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한 SPC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출금 횡령과 배임, 사기, 알선 수재 등의 혐의였다.
이들의 범죄 액수는 조우형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었다. 조우형이 차명 SPC 시행사였던 벨리타하우스를 운영하며 저지른 배임 금액은 80억 원, 대장동과 망포동 사업장에 대출금 알선을 해주고 받은 대가는 20억 4,500만 원 등 범죄 금액이 총 100억 원을 넘었다. 실상이 이런데도 대검 중수부는 수사 대상 목록에 있던 조우형의 (주)뮤지엄양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고, 벨리타하우스는 아예 수사 대상 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대통령 처벌 의사 확인했냐'는 질문에 '허위 프레임'이라고 동문서답한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고형곤 4차장검사는 매주 목요일에 검찰 출입 기자단과 '티타임(Tea Time)'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수사 중인 사건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지난 7일, 티타임에서 고 차장검사는 뜬금없이 '허위 프레임'이란 단어를 꺼내 들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재판에 넘길 수 없다. 기자들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처벌 의사를 확인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묻지 않았다면, 나중에 물을 계획이 있냐고도 질문했다. 이에 고 차장검사는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도 기소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초유의 대선 개입이지, 대통령 명예훼손이 아니다. 명예훼손 사건으로 몰아가는 건 일종의 '허위 프레임'이다"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이에 기자들은 "그렇다면 누가 허위 프레임을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법치'를 강조했다. 설사 대통령이 피해자라 하더라도 검찰은 법률과 절차에 따라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 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 '허위 프레임'이란 엉뚱한 답변을 한 고형곤 차장검사는 "뉴스타파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앞서 검찰은 뉴스타파 소속 구성원 4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이 4명은 이번 사건 보도와 별다른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다. 검찰은 우편으로 일방적인 소환 통보장을 보냈을 뿐, 왜 부르는 건지 검찰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한 뉴스타파 기자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다수 언론은 고형곤 차장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썼다. 뉴스타파에 고 차장검사의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한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검찰이 뉴스타파 대표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 내용에 다수의 '허위 사실'을 포함하고, 참고인 조사 소환장을 남발하는 등 영장 발부를 위해 치밀하게 밑그림을 그린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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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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