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감성 살린 다크 로맨틱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맞아 방한한 크리스토퍼 햄프턴 작가 인터뷰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3. 12.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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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각색 작가
한국 프로덕션 공연 관람
“금지된 사랑 폭발적으로 표현”
레오나르도 다빈치 각색 끝내
아이작슨 쓴 전기 영화화 기대
뮤지컬 ‘드라큘라’ 극작가 크리스토퍼 햄프턴. 이승환기자
“영화는 대체로 한번 만들면 끝이지만 극(Show)은 시대나 문화, 국적, 배우에 따라 그 해석이 천차만별입니다. 그게 극 예술의 아름다움이죠.”

지난 6일 오디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드라큘라’의 10주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햄프턴 작가는 자신이 썼던 뮤지컬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관람했다. 그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1995년 칸 영화제와 2021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고, 연극과 뮤지컬로 토니상을 2번 수상한 거장이다.

‘드라큘라’는 그가 뮤지컬로 쓴 두 번째 작품으로 200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1897년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이 나온 지 한 세기가 넘게 각종 저작물로 변형되며 사랑을 받는 이 뱀파이어 이야기를 각색했던 그도 오랜만에 본인이 쓴 작품을 관람했다고 했다.

그는 “2001년 당시 내가 좋아하던 원작 소설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보자고 작곡자와 얘기했는데 시대적인 고딕(Gothic) 배경 속에 로맨틱이 같이 공존하기 때문에 뱀파이어 장르지만 다크 로맨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 ‘드라큘라’의 결말은 브램 스토커의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소설에선 드라큘라가 사랑한 미나가 그의 심장에 칼을 꽂고 머리를 잘라 드라큘라를 평안하게 해주는 결말이다. 그가 각색한 뮤지컬 ‘드라큘라’의 결말은 반대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드라큘라가 희생한다.

드라큘라 본인은 400년 동안 죽지 않고 삶을 이어가고 있으므로 영원한 삶을 주겠다며 젊은 여성 미나를 유혹한 흡혈귀가 끝내 일종의 ‘자살’을 택한 셈이다.

그는 “수백 년 동안 불멸의 존재였던 그가 사랑했던 여인과 꼭 닮은 미나를 만나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로 만들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언가를 깨닫는다”며 “이 부분을 나의 원작을 기초로 한국 관객들에 맞게 각색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내가 썼던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뮤지컬 2막에서 드라큘라가 미나를 유혹해 마침내 사랑을 확인하는데 이 장면을 그는 가장 인상적으로 봤다고 했다. ‘금지된 사랑’의 매력에 끌리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한국 프로덕션이 더 폭발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무성 영화 버전에선 드라큘라의 성에 연인을 데리고 온 남자가 유혹당하는 부분만으로 한편의 영화가 될 만큼 다양한 해석들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 프로덕션은 반 헬싱 박사도 매우 젊은 배우가 맡아 관객들 나이에 맞게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후 커튼콜 무대에 잠시 올라 한국 관객들에게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데 20여년 전에 만든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한국 프로덕션에 감사하며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햄프턴은 옥스퍼드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던 중 대학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공연하면서 극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프랑스 작가 라클로의 소설을 각색했고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로열 세익스피어 극단 공연으로 이어졌다.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후 1995년 영화 ‘캐링턴 ’으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는 유명인들의 생애와 전기를 시나리오로 각색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픽션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인터뷰가 좋은 각색의 비결입니다. 최근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인생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대한 주변 사람을 인터뷰하고 취재합니다.”

그가 이 작품 전에 시나리오로 작업을 마친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햄프턴은 미국작가조합(WGA) 파업 이전 각색한 초안을 완성해 영화사에 넘겼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될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기는 2017년 출간됐던 월터 아이작슨의 작품이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 등의 전기를 펴낸 전설적인 작가의 책을 거장 시나리오 작가가 각색한 만큼 이 작품은 제작에 착수하기도 전에 미국 할리우드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드라큘라 역으로는 김준수·전동석·신성록이, 드라큘라가 사랑하는 미나 역으로는 임혜영·정선아·아이비가 출연한다. 드라큘라를 물리치는 반 헬싱 역은 손준호·박은석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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