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MZ 사로잡은 ‘이것’ 보려고… 신촌에 1500명 우르르

정채빈 기자 2023. 12. 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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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체 선정 ‘2022 히트 상품’ 2위 ‘먼작귀’
국내서도 3만원 인형, 리셀가 14만원에 판매
‘일상 공감’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가 인기 비결
지난달 24일 신촌 현대백화점에 마련된 '먼작귀' 콜라보 카페가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정채빈 기자

“대박, 너무 귀엽다! 나 빨리 사진 찍어줘.”

“대기 900번대 받았는데 언제 들어가려나….”

1일 오전 8시,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서울 신촌역 지하도에서 현대백화점으로 가는 통로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한쪽 벽을 따라 줄을 선 걸로도 모자라 통로 끝을 돌아 ‘두 줄 서기’를 해야 할 만큼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달 24일 오전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먼작귀 팝업스토어 '오픈런'을 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독자 제공

유명 연예인이라도 오는 걸까, 싶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가상의 존재’ 때문이다. 국내 10~3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가 그 주인공이다. 먼작귀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그린 만화로, 일본에서 메가 히트를 친 데 이어 국내로까지 그 열풍이 이어졌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먼작귀 팝업스토어가 열린 후 소셜미디어에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끝났지만, 내년 2월 18일까지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 먼작귀 콜라보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카페를 운영하는 대원미디어에 따르면 오픈 이후 하루 평균 1500명의 방문객들이 먼작귀를 보러 이곳을 찾았다. 팝업스토어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먼작귀의 한정판 특전(증정용 상품)과 신상 굿즈를 노리고 온 팬들이었다. 신촌에서 만난 서모(26)씨는 “팝업스토어에 오려고 오전 7시 반쯤 왔는데 이미 줄이 한참 길게 서 있더라”며 “어떤 사람들은 접이식 의자를 들고 와서 새벽 5시쯤부터 기다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에 있는 먼작귀 포토존./대원미디어

먼작귀 캐릭터를 활용한 귀여운 디저트들이 있는 카페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1일 오전 8시 40분쯤 당일 예약이 마감됐다. 오전 9시30분에 오픈이지만, 일찍부터 카페를 찾은 이들이 너무 많아 조기 마감된 것이다.

입장에 성공한 방문객들은 디저트 옆에 각자 가져온 먼작귀 인형을 두고 인증샷을 찍으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먼작귀 쿠키가 올려진 음료는 6000~7000원대, 푸딩이나 파르페 등은 1만원 정도의 가격이어서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방문객들은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는 듯 주문을 아끼지 않았다.

임모(25)씨는 “먼작귀 카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11시쯤 왔는데 진작에 입장이 마감됐다”며 “다음주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먼작귀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은 자신이 가진 먼작귀 인형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엑스(옛 트위터)

먼작귀는 일본 경제지 닛케이트렌디의 ‘2022 히트 상품’ 2위에 선정됐다. 지난 8월에는 한큐 전철과 협업한 열차를 선보이는 등 현지에서 대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3만3000원짜리 18㎝ 크기의 한정판 인형 하나가 리셀시장에서 14만원에 거래된다. 콜라보 상품만 나왔다 하면 연이어 품절되는 등 인기가 많다.

MZ세대는 왜 먼작귀에 열광하는 걸까?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먼작귀의 인기 비결은 귀여운 캐릭터와 대비되는 스토리 속 ‘현실성’에 있다. 먼작귀에는 햄스터 캐릭터 ‘치이카와’, 고양이 캐릭터 ‘가르마’, 토끼 캐릭터 ‘토끼’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현실 세계처럼 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간다. 괴물들을 물리치는 ‘토벌’과 ‘잡초 뽑기’를 통해 돈을 벌고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라멘을 사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자격증 합격 발표날 홀로 불합격한 치이카와(왼쪽)./AniBox 유튜브

Z세대를 연구하는 일본의 Z종합연구소 트렌드 분석 담당 미치미야 아야카는 “다른 만화에는 즐거운 장면이 주로 나오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보통이지만 먼작귀에는 주인공이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장면이나 갑자기 뭔가에 습격당하는 등 ‘인간미’ 있는 장면도 나온다”고 했다.

주인공 치이카와가 가르마와 함께 응시한 자격증 시험에서 혼자 떨어져 낙담하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가르마는 자신의 합격의 기쁨을 즐기지 못한 채 친구 치이카와를 걱정한다. 나중에 다시 기운을 차린 치이카와가 가르마에게 먼저 다가가 진심으로 합격을 축하해주고,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서 둘은 전처럼 밝게 지내게 된다. 아야카는 “사회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이런 스토리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먼작귀는 이번 팝업스토어와 카페 외에도 과자, 화장품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MZ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의 먼작귀 캐릭터 굿즈 사업은 시작 단계라고 본다”며 “MZ세대의 공감을 얻은 것을 바탕으로 향후 짱구, 스폰지밥 등 유명 캐릭터처럼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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