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유사 업무’ 판단 기준 빠진 노동부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김지환 기자 2023. 12. 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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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단시간·파견 등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복리후생비(식비·교통보조비 등)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다만 복리후생비가 아닌 임금·정기상여금 등에서도 차별이 인정되려면 비정규직과 비교해 동종·유사 업무를 한다고 인정되는 정규직 노동자 범위를 넓혀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차별 예방 및 자율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간제법, 파견법은 사용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차별적 처우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차별시정제도도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차별금지 원칙을 재확인하고, 기업의 자율적 차별 예방 및 개선 사례를 소개해 사업장 스스로 차별 문제를 점검·개선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사용자는 근로의 내용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유사 업무의 수행 여부와 관계없이 차별적 처우를 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기간제·단시간·파견 노동자에게도 식비·교통보조비·경조사비·보육수당·상병휴직·건강진단비·교육훈련·복지포인트·사내외 시설 이용 등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하라는 취지다.

이번 가이드라인엔 동종·유사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2007년 7월 차별시정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있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시정요구 건수는 총 4176건으로 연 평균 269건에 불과하다. 차별시정제도가 유명무실해진 핵심 요인은 비정규직과 비교해 동종·유사 업무를 한다고 인정되는 정규직 노동자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노동위원회는 2007년 도로공사 기간제 요금수납원들이 차별시정 신청을 했을 때 “비교 대상 노동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판정을 내렸다.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고용형태에 따라 복리후생비 등에서 차이를 두는 것은 차별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동종·유사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노력한다’ ‘개선한다’는 식으로 규정된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려면 차별 비교 대상 확대, 노조의 차별시정청구권 보장 등 법·제도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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