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의 정석’ 진지희 “빵꾸똥꾸? 좋지만 이제 ‘GOD지희’로 불릴래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2. 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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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한유라 역을 연기한 배우 진지희. 사진 씨제스 스튜디오



“지금은 기사가 10개 나오면 한두 개 정도 표현이 나와요. 그럼 기자님들이 증명하고 계신 것 아닐까요?”

지난 2009년 12월23일 뉴스채널 YTN의 이종구 앵커는 오전 뉴스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권고조치를 받은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유행어 “빵꾸똥꾸”를 소개하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시 영상은 한동안 화제가 되며 온라인을 돌아다녔다.

엄숙해야 할 뉴스 앵커 마저도 저항하지 못하는 강력한 효과, 이 이미지는 한 배우의 유년시절을 모조리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배우였기에 그 그늘도 짙었을 터다. 하지만 당시 해리를 연기했던 배우 진지희는 어엿한 24세의 어른이 됐고, 어른이 연기할 수 있는 깊이와 높이의 배역을 너끈히 해낼 수 있게 됐다.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한유라 역을 연기한 배우 진지희. 사진 씨제스 스튜디오



진지희는 최근 막을 내린 MBN의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한유라 역을 연기했다. 야망이 있는 갤러리스트로 쉽게 제칠 수 있을 것 같던 언니 한이주(정유민)가 사랑하는 서도국(성훈)과 이어지면서 열등감과 욕망이 끓어오르는 인물이다.

“악역으로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게 독하지만은 않은 캐릭터였어요. 나름 갤러리스트로서의 꿈도 있고 집에서도 사랑을 받았죠. 하지만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믿었던 엄마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나쁜 아이가 아닌, 주변 상황이 독하게 만든 아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물론 2020년 ‘펜트하우스’의 유제니 역을 통해 성인 연기 신고식을 했지만, 이번 작품은 진지희 연기인생에서 많은 전환점을 가져다준 역할이었다. 완전한 성인의 설정을 가진 역이었으며, 데뷔 후 가장 진한 키스장면을 연기했다. 그리고 가장 노출이 심한 장면도 있었다. 물론 자극이 성인의 증거는 아니지만, 화면 속 한유라의 모습은 더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역 진지희의 모습은 아니었다.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한유라 역을 연기한 배우 진지희 주요 출연장면. 사진 MBN



“후반부에는 임신도 하는 설정이 나와요. 여러가지 일탈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웃음) 키스장면은 매체 연기에서 제대로 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다들 부끄럽지 않냐고 하시지만 프로잖아요. 어떻게 하면 장면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임신에 대한 설정도 간접경험이니 상상은 쉽지 않았지만, 원해서 생긴 아이가 아니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반응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 촬영을 하면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유튜브 채널에는 촬영 중 선배, 동료들의 축하박수를 받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성훈, 정유민, 강신효, 오승윤 등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이민영, 전노민, 이병준, 반효정, 이미숙 등 선배들에게도 축하를 받았다.

“어쩌다 보니 20년이 됐어요. 한 직종에 20년을 투자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죠. 20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주변 분들의 응원이 있었어요. 가족과 친구, 주변분들의 긍정적인 힘으로 멘탈을 건강히 할 수 있었어요. 올해는 원했던 연극도 했고, 집에서 독립도 했고, ‘나 혼자 산다’ 출연과 성인으로서의 배역도 선보여, 하고 싶은 걸 다 했던 한 해였습니다.”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한유라 역을 연기한 배우 진지희. 사진 씨제스 스튜디오



2003년 만으로 네 살이던 시절 KBS1 ‘노란 손수건’ 이유나 역으로 데뷔한 그는 다채로운 배우들의 아역을 소화하다 2010년 막을 내린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해리 역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빵꾸똥꾸’로 대표되는 악동의 이미지가 너무나 실감이 나 그 별명은 십수 년을 따라다니는 유산이 됐다. 이 큰 벽을 인정하고 넘어서는 데서 진지희의 공력이 나온다.

“학교생활을 꾸준히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배우로만 성인으로 와야 했다면 힘들었을 테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조차 없게끔 학교생활을 병행하니까 자연스럽게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치매노인 역도 해보고, ‘젠더프리’의 상태로 그룹을 이끄는 리더, 형사, 욕을 하는 역할도 해봤어요. 이렇게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을 학교에서의 작업을 극복한 것 같아요.”

그의 독립 후 일상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됐다. 일어나면 꼭 환기와 집 청소를 잊지 않고, 독서와 크라브 마가로 불리는 격투기로 심신을 수련한다. 혼자 떠나는 캠핑도 꿈꾸고 이후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펜트하우스’로 ‘나 혼자 산다’로 옅어진 아역의 이미지는 ‘완벽한 결혼의 정석’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한유라 역을 연기한 배우 진지희. 사진 씨제스 스튜디오



“해리는 제가 가진 성격은 아니었지만, 아이였으니까 뭘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 보면 어떻게 멋모르는 나이에서 저런 모습이 연기로 나오는지 저도 놀랍죠. 지금 ‘저렇게 연기해야 하는데’하면서 반성해요. 눈치 안 보고, 사람들 의식하지 않았던 그때의 제가 부러워요.”

오랜 기간 그를 붙잡았던 ‘빵꾸똥꾸 해리’, 이를 벗어난 진지희는 어떤 수식어를 얻고 싶을까. 배우와 인생이 한데 묶인 철학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내년에는 작품을 고르고 가리지 않고, 주어진 모든 것을 해내고 싶어요. 단편이나 독립영화도 해보고 싶고요.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고, 하나에 꽂히면 노력을 쏟아붓는 ‘갓(GOD)지희’가 어떨까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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