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큰절 이어 전광훈 기도회까지...원희룡에게 유독 엄격한 걸까?

이대건 2023. 12. 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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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좌 : 연합뉴스 (2007년 1월 2일) / 우 : 유튜브 채널 '너알아TV' 캡처

2007년 새해 전두환 연희동 집 찾아 '큰절'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인 2007년 1월 2일. 당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 씨 집을 찾았다. 전 씨에게 세배를 올렸다. 한복을 차려입은 전두환 씨 앞에 큰절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연희동 집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 가지 일을 많이 겪으셨는데 아주 밝으시고, 나라 걱정 많이 하시네요. 여러 가지 조언 들었습니다." 상당히 밝은 표정으로 언론 앞에 섰다.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셌다. 인터넷 공간에선 "변절자", "배신자", "제주에 다시는 내려오지 말아라"라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박용진 당시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두환이 당신에게 미래입니까"라고 물으며 "뻔뻔하게도 29만원밖에 없다고 하는 그였으니 세뱃돈 받을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을 터이고, 혹여 대선 경선 과정에서 언론의 주목이라도 받아 한번 떠 보자는 요량으로 간 것이었다면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이었던 고진화 의원도 "세배 정치가 '올드보이'와 지역주의 부활의 신호탄이 돼선 안 된다"며 "국민이 평가하는 눈높이에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그는 큰절 이틀 만에 고개를 숙였다. 국회 기자회견까지 열어 "과거의 상처가 아직 너무나 생생하고, 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안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오해를 불러일으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비판 여론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텐데 그는 왜 전두환 씨를 직접 찾아가 세배까지 했을까? 이와 관련한 답변도 있었다. "갈등과 증오의 역사를 녹여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찾아간 것"이라는 게 그의 해명이었다.

그해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결국 보수 대선 후보의 양대 산맥이었던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크게 밀렸다. 그 당시 원 의원은 남경필·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개혁 보수', '소장파'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음모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전두환 씨에게 한 큰 절이 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사진출처 = 유튜브 채널 '너알아TV' 캡처
후임 장관 지명 날 첫 행보는 전광훈 목사 중심 기도회

최근 이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후임 장관 지명이 이뤄진 지난 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정치 재개 첫 행보로 찾은 곳은 경북 경주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였다. 강성 보수의 한 축이자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전광훈 목사 중심의 보수 기독교 집회로, 전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원 장관은 이날 기립 박수를 받고 연단에 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운을 뗐다.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런 말도 했다.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 참석자들이 열광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전 목사는 원 장관과 한 무대에 서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원 장관이 내려간 뒤 연단에 올라 "와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내가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내가 아주 쏙 빠지게 하네. 쏙 빠지게 해"라며 원 장관을 한껏 치켜세웠다. 전 목사는 이전부터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전 목사의 영향력에 기대는 듯했다. 지난 4월 전 목사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대표가 전당대회 때 도와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자신의 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는 별도 설명자료를 내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사실이지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사진출처 = 노컷뉴스 보도 화면 캡처
"전광훈 목사 안 만났다"…'전 목사 찾았다' 반박 보도

어쨌든 전광훈 목사 중심 기도회 참석 논란이 커지자 원 장관은 이번에도 적극 해명했다. 먼저 기도회 참석 이틀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소신은 보수의 혁신과 통합, 그리고 중도 외연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끝으로 "특정인이 참석했다고 해서 그를 지지하기 위해서 갔다는 식으로 짜 맞추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크게 억울해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보수통합 대상에 전광훈 목사 같은 분들도 포함이 되는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전광훈 목사와 만났나?) 만나지도 않았고요. 경상북도 장로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인, 그리고 장관으로 초청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간 것이지, 다른 해석은 저의 뜻과 벗어나…"

그는 전 목사 중심 기도회에 참석한 건 맞지만 직접 만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와 다른 내용의 보도도 이어졌다. CBS노컷뉴스는 확보한 영상을 통해 "간증을 마치고 강연장을 빠져나온 원 장관은 건물 밖으로 나가기 전 주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전 목사 대기실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또 "이곳에서 전 목사는 환한 표정과 큰 목소리로 원 장관을 맞이한 뒤 악수를 건넸다. 원 장관은 수초 뒤 발길을 돌려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확보된 영상은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현장 노동자에서 개혁 보수, 그리고…차기 대선 꿈꾸는 원희룡

<숟가락 공장 출신 원희룡 장관은 왜 노조와 싸울까?> 지난 5월, 원 장관이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계속 비판하며 싸울 때 쓴 기사 제목이다. 여기서 그의 노동운동 이력과 정치 입문 과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원희룡 장관에게는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입학 전체 수석, 사법시험 수석이란 타이틀로 이른바 '천재 이미지'가 있다. 동시에 그는 대학 때 위장 취업으로 인천 숟가락 공장에 투입될 정도로 노동운동에 매진하기도 했다. 여러 노동 현장을 누빈 그는 "구로공단은 최고의 인생 대학"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힐 정도다. 그는 엄연한 현장 노동자 출신이다.

이러던 그가 사법시험 수석에, 짧게나마 검사 생활까지 한 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했다. 그를 영입한 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였다. 보수정당 내 젊은 개혁 인사라는 타이틀이 걸렸지만 이후 진보정당으로부터 '배신자'란 꼬리표로, 보수정당 안에선 '색깔론'으로 계속 시달렸다. 그가 몸담고 있는 건 보수정당이니 진보 쪽보단 보수 쪽 확장이 더욱 절실했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2007년 처음으로 대권 도전에 나섰을 때 전두환 큰절 '소동'이 있었다.

원희룡 장관은 엄연한 차기 대선 주자이다. 국민의힘 안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과거 노동운동 경험과 이전 정치 이력으로 봤을 땐 이들보단 왼쪽에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러니 당내 경선을 위해선 보수 쪽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애매하게 중도를 표방할 경우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 정치 지형에선 성공하기 어렵다.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욕먹기 딱 좋은 게 한국 중도 정치 세력의 현실이다.

원희룡 장관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유독 그에게만 엄격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럼, 전두환 큰절에 전광훈 목사 중심 기도회 참석까지, 왜 그가 하면 논란이 커지고 비판이 거셀까? 원 장관이 기도회 참석 논란과 관련해 "다른 해석은 자신의 뜻에서 벗어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살아온 '길'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을 주욱 지켜 본 국민들의 인식과 생각 때문일 것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정치인 원희룡'은 여전히 강경 보수보단 개혁적 이미지가 더 강해서 일 것이다. 그게 바로 그가 직접 사회·정치 이력에 뿌려 놓은 경험의 씨앗이다. 아직은 그게 유효해 보인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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