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철인3종 경기` 즐기는 24년차 IT맨…"일흔 넘어서도 오래 뛰고 싶어요"

김나인 2023. 12. 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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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기 철인이 국제 철인 3종경기 '2023 아이언맨 구례 코리아' 결승전에서 완주에 성공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선기 철인 사진=김나인 기자
노선기 철인이 국제 철인3종경기 '2023 아이언맨 구례 코리아' 결승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선기 철인이 배우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선기 철인이 국제 철인3종경기 '2023 아이언맨 구례 코리아' 결승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달릴 때 보면 천천히 즐기는 사람이 제일 오래 가고 표정도 밝아요. 기록 욕심에 쫓기는 게 아니라 회복 기간도 충분히 가지면서 길게 봐야 합니다. 젊을 때 운동으로 '마일리지'를 많이 쌓으면 나이 들어서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롱런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지난 9월 전남 구례군에서 열린 국제 철인 3종경기 '2023 아이언맨 구례 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5년 만에 재개된 국제대회에서 24년차 IT(정보기술) 맨인 노선기(49) 한국오라클 영업대표(부장)는 '킹코스'를 13시간만에 완주해 '철인' 칭호를 얻었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배경으로 수영 3.8㎞, 자전거 180㎞, 달리기 42.2㎞로 이어지는 코스로, 체력의 극한을 시험하는 대회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로 구성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킹코스는 이보다 더 가혹한 코스로 악명이 높다. 일명 '아이언맨 코스'로 불린다.

2000년 SW(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현재 한국오라클 엔터프라이즈본부에서 기업고객 대상 영업대표로 재직 중인 노선기 철인은 대학교 ROTC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즐겨 온 스포츠맨이다. 2000년 3월 1일 3.1절 기념 마라톤대회 10㎞로 처음 입문한 후 대한민국 ROTC마라톤클럽 창립 멤버로 들어가 각종 마라톤대회를 섭렵한 '마라톤 마니아'이기도 하다. 50㎞는 두 번, 100㎞가 넘는 울트라마라톤도 거뜬히 완주했다. 인터뷰 전날에도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한 '소아암환우돕기 행복트레일런 축제'에서 트레일런 대회에 참가해 30㎞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철인이란 칭호에 어울리게 바쁜 일상에서도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라톤은 이미 고수였지만, 수영이나 자전거를 병행해야 하는 철인 3종경기는 새 도전이었다. 2020년 서울 강동구로 이사한 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역 동호회를 찾다가 '강동철인클럽'에 문을 두드리고 합류한 것이 시작이었다.

특히 수영이 걱정이었다.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과 오픈워터에서 하는 수영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어려움이 느껴졌지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막상 경기 때는 3.8㎞를 1시간 19분으로 동호회에서 가장 먼저 마치고 나왔다. 오히려 자전거 코스의 120㎞ 부근 4㎞ 가량의 오르막길이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안장통도 오고 체력도 바닥이 났다. 오르막길을 겨우 오르고 달리기에 접어드니 되레 마음이 편해졌다. 그간 마라톤으로 단련한 '마일리지' 덕분이다.

"마지막 3~4㎞ 남았을 때 같이 동반하던 마라톤 클럽 선배가 '첫 완주니 먼저 들어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들어갈 때 포즈도 생각하고 자세 연습도 해보라고 배려해 주셨죠. 동호회 응원을 받으면서 즐겁게 웃으면서 골인했습니다."

노 부장은 일상에서도 철인 3종경기를 대비했다. 수영과 자전거는 쓰이는 근육이 다르다 보니 가열찬 훈련만이 답이었다. 지난해에는 한강에서 낙동강 국토 종주를 두 번 했다. 빨리는 못 가도 멀리 가는 데는 자신 있었다. 하루에 200~250㎞, 이틀 반 정도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갔다가 올 때는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수영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체육대학 평생교육원 클래스에 등록해 한강에서 연습했다. 수영, 자전거, 달리기 모두 쓰이는 근육이 달라 꾸준한 훈련을 하면서 완주할 수 있는 체력과 노하우를 키웠다.

"철인 3종경기에 입문할 때 장비 욕심이 날 수 있지만 초반에는 저렴한 중고를 구매해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보다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고 근력 늘리기를 꾸준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풀코스를 뛰고 나면 최소한 일주일 정도 쉬는 회복 기간을 가져야 하고요."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힘을 불어넣는 동력은 배우자다. 결혼 전 산악회에서 만나 인생의 등반을 함께 하는 배우자도 마라톤에 입문했고 철인 3종경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운동 파트너이다 보니 서로의 상태를 잘 파악해 보급 배낭부터 실력에 대한 조언, 크로스 체크까지 꼼꼼하게 할 정도로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100㎞ 울트라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한 러너이기도 한 일본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기록과 다른 사람의 평가는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너의 마음은 통하는 걸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기록 욕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걸을 수 있으면 뛰는 거죠. 천천히. 강동철인클럽이 올해 26년 됐거든요. 70세가 넘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 옆에서 저도 오래 달리는 게 목표입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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