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고기 굽는 건 민폐?…'층간 냄새' 어디까지 괜찮을까

이지현 기자 2023. 12.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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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 베란다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게 민폐인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집 베란다에서 고기 구워 먹는 게 민폐인가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입니다.

집 베란다에서 고기를 구우면 그 냄새가 다른 집으로 퍼지게 되는데, 그게 민폐인지 아닌지를 묻는 거죠.

누리꾼들의 의견은 팽팽했습니다.

'삼겹살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너무 했다', '음식 냄새로 뭐라 할 거면 단독 주택에 가야 하는 것 아닌지', '그 집 오늘 저녁은 고기인가 봐 하고 넘어간다' 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반면 '냄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배려한다면 집 안에서 먹는 게 맞다', '자기 집에 냄새 배는 게 싫다고 윗집에 전가하는 것 아닌가' 등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기준 없는 층간 냄새…“피해 입증도 어려워”



층간 냄새는 다양합니다. 집 안에서 흡연할 경우 환풍구와 베란다를 통해 넘어오는 담배 냄새부터, 생선이나 청국장 등 음식을 하면서 발생하는 조리 냄새, 모기향 냄새 등 각종 생활 냄새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냄새가, 어느 정도의 냄새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습니다.

이웃 간 분쟁의 대표적 사례인 층간 소음의 경우 기준이 있습니다. 정부는 층간 직접충격소음의 기준을 주간 39데시벨, 야간 34데시벨로 정하고 있죠.

하지만 냄새는 그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고, 측정한다고 해도 이를 수치화해 기준으로 삼기는 곤란합니다.

후각의 예민함 정도에 따라 개인차가 있고, 사람마다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를 구분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삼겹살 냄새를 좋은 냄새로, 누군가는 악취로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기준이 없다 보니 층간 냄새로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피해를 호소하고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김태환 동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냄새 때문에 크게 고통받다가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본 사람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사회 통념상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냄새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정되는 손해배상 금액은 얼마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층간 흡연도 문제지만…집 안에서 흡연은 막을 방법 없어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JTBC 화면〉

층간 냄새 분쟁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층간 흡연'인데요. 층간 흡연은 간접 흡연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법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 입주자 등은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등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흡연을 한 입주자에게 일정 장소에서 흡연하지 말 것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공동주택을 아예 금연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 근거도 있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공동주택 거주 세대 중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금연아파트'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이 있어도 집안에서 흡연하는 걸 강제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금연아파트의 경우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공용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 집 안, 즉 전용공간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죠.

현재로써는 집 안에서의 흡연으로 이웃이 피해를 보는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방송을 내보내거나 안내문을 붙이는 것 외에는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겁니다.

김태환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는 집 안에서의 흡연까지는 제재할 수 없고,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용공간에서 흡연하더라도 과태료 기준이 5만~10만원 정도로 낮다”면서 “다른 냄새와 마찬가지로 층간 흡연도 강하게 금지하거나 피해를 입증하는 부분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층간 냄새는 분쟁 조정도 안 돼…서로 배려하는 수밖에”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사진=연합뉴스〉

층간 냄새는 분쟁 조정도 쉽지 않습니다.

이웃 간 분쟁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센터가 있지만, 여기서도 냄새는 중재가 어렵습니다.

서울시 이웃분쟁조정센터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려면 정확히 어느 집에서 냄새가 올라왔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그런데 담배 냄새나 음식 냄새는 어느 집에서 올라오는 건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접수조차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냄새를 풍긴 세대를 알아내 민원을 접수한다고 하더라도 중재 절차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중재 절차에 들어가려면 이웃이 조정에 응해야 하는데, 조정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웃분쟁조정센터 관계자는 “누수 같은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조정 절차에 응하려는 주민들이 많지만, 냄새는 그렇지 않다”며 “어차피 법적 분쟁으로 가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저희가 조정에 응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도 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층간 냄새는 서로 배려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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