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불황에도 美 건재···첫날 264억 ‘밤의 화가’ 완판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2. 7.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미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가보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개막일 VIP 1만여명 몰려와
100억 넘는 작품 줄었지만
큰 손은 화끈한 구매 보여줘
한국 이우환 이승택 등 인기
메리디언스 섹션에 이승택의 ‘지구 놀이’가 설치된 모습. [아트바젤]
미국 최대 아트페어에 지구가 두둥실 떠올랐다. 거장 18명의 미술관급 규모 전시를 선보이는 ‘메리디언스’ 섹션에 이승택의 1990년대 대표작 ‘지구 놀이’가 설치됐다. 지구의 위성 사진을 유화로 그린 7m 집채 만한 풍선 앞에서 관람객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슈퍼볼급 아트페어(미술장터)’에 상륙한 이승택을 비롯해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이불, 서도호 등 한국 작가들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가 6일(현지시간)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일까지 마이애미비치 컨벤션센터에서 5일의 여정에 돌입했다. 올해 마지막 초대형 아트페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불황의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지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날 최고가 3500달러(약 462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에도 VIP 관람객 1만여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34개국 277개 화랑이 참가하며 미국 대표 휴양도시에서 열리는 만큼, 참가 화랑 60%가 북미와 남미 출신인 게 특징이다. 마약과 총격이 연상되던 ‘범죄 도시’ 마이애미를 미술의 수도로 만들며 기적을 쓴 이 아트페어는 21년째 ‘순항’ 중이다.

VIP 입장에만 1시간 걸리는 성황
6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개막한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아트바젤]
6일 오전 11시부터 파트너사인 BMW의 반짝이는 세단을 탄 VIP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우아한 복장으로 들어선 ‘큰 손’들의 줄이 끝없이 늘어서 입장에만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화려한 휴가를 즐기는 인파는 오후로 갈수록 늘어났다. VIP 중에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레드 레토, 세레나 윌리엄스 등이 보였다.

불황 우려 속에서 메가 화랑들은 신중하게 중고가 위주 작품을 걸며 ‘체급 조절’에 나섰다. 뉴욕의 헨리 나마드가 파블로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 장 뒤뷔페 작품을 걸고 에쿼벨라 갤러리가 앙리 마티스와 피카소 작품 등을 소개했지만 고전 걸작이 많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1000만달러(약 130억원) 넘는 작품은 실종됐지만 10만~30만달러 중고가 작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이번 페어 최고가 작품은 야레스 아트가 출품한 프랭크 스텔라의 1958년 검은 회화 ‘Delta’로 4500만달러(약 600억원)였다. 메가 화랑 가고시안도 간판 작품으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000만달러 가량의 추상화와 500만달러 짜리 제프 쿤스의 ‘깨진 달걀’을 대표작으로 걸었다.

264억원에 팔린 필립 거스턴의 ‘밤의 화가’ [하우저앤워스]
구매는 신중해졌지만 일부 슈퍼 리치는 거침없었다. 개막 직후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필립 거스턴의 걸작 ‘밤의 화가’(1979년)를 개인 소장가에게 무려 2000만달러(약 264억원)에 팔았다. 이날만 조지 콘도 ‘웃는 귀족’을 235만달러(31억원), 헨리 테일러의 ‘메이드 인 멕시코’를 100만달러(13억원)에 파는 등 수천만 달러 판매고를 올렸다. 마크 페이요 하우저앤워스 회장은 “미국 미술 시장의 힘과 회복력에 대한 엄청난 확언을 얻은 날이었다. 첫 1시간 동안 수집가, 큐레이터, 박물관에 대부분의 작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층고가 높은 대저택이 많은 마이애미에서 팔리는 작품의 특징은 화려하고 큰 경우가 많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구사마 야요이의 68억원짜리 대형 은색 조각 ‘호박’을 가져왔고, 폴라 쿠퍼 뉴욕은 클래스 올덴버그의 붉은 모종삽 초대형 조각으로 ‘시선강탈’을 했다. 뉴욕의 제프리 다이치 화랑은 ‘블랙 아트’를 대표하는 바클리 헨드릭스와 페이스 린골드를 엄선하기도 했다. 남미와 아프리카계 작가들의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대작이 유난히 많았다.

2008년부터 페어에 참가중인 MZ컬렉터 노재명 씨는 “작년말 암울한 상황과 비교하면 좋은 분위기다. 전시 수준이 매우 높고, 관람객들이 열정적이다. 내년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폴라 쿠퍼 뉴욕은 클래스 올덴버그의 대형 모종삽 조각을 설치했다. [아트바젤]
이우환 이승택 이불…K아트 ‘각광’
리슨갤러리에 이우환의 ‘관계항’과 ‘조응’이 나란히 설치됐다. [김슬기 기자]
지구 반대편 마이애미와 한국은 그동안 인연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도 국내 참가 화랑은 두 곳 뿐이다. 국제갤러리는 장-미셸 오토니엘이 플로리다에서 거주하던 시기 만난 패션플라워를 그린 연작 페인팅과 대형 조각만으로 ‘솔로 부스’를 꾸렸다. 첫날 다수 판매에 성공한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글로벌 아트페어 경쟁 치열해지면서 특색있는 부스를 열기 위한 고민이 있었다. 솔로 부스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는 신성희, 유근택 등 처음 소개한 한국 작가 작품을 판매한데 이어 4억원대 이건용 추상화와 3억원대 정상화, 이승택의 작품 등을 팔았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사명감을 갖고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주고 있다. 이제 3년차로 참가하고 있지만 씨를 뿌리다보면 결국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한국 미술은 해외 화랑을 통해 ‘훨훨’ 날았다. 리슨갤러리에는 이우환의 초대형 돌과 철판을 이용한 ‘관계항’이 추상화 ‘조응’과 나란히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 거장인 아니쉬 카푸어와 조화를 이루며 설치되어 사진 명소가 됐다.

런던 화이트큐브 부스에는 박서보의 1975년작 ‘묘법’이 걸렸고 페이스에서는 이우환과 이건용의 추상화가 소개됐다. 리만 머핀에는 이불의 대형 추상회화와 서도호의 문고리를 본뜬 섬세한 설치 작업이 나란히 간판 작품으로 걸렸다. 뉴욕의 카르마와 LA의 블룸에는 하종현 작품이 소개됐다. 양혜규 작품은 파리 샹탈 크루절과 멕시코시티의 쿠리만주토 등에, LA의 커먼웰스&카운슬에는 이강승 작품이 걸렸다.

[마이애미 김슬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