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서해 피살' 알고도 방관…조직적 은폐·왜곡
피살 후엔 보안·은폐 지시…불명확 근거로 '월북몰이'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방관과 조직적 은폐·왜곡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는 감사원의 최종 결론이 나왔다.
이 사건은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1일 새벽 서해 소연평도 남방 2.2㎞ 지점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고 시신을 해상에서 소각한 사건이다.
감사원이 7일 발표한 최종 감사 내용을 보면 국가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5시18분께 합참으로부터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실종 후 약 38시간 동안 바다에서 표류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는데도 북한이 구조하지 않은 채 장시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보실은 통일부 등 관계기관에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고, 위기 상황의 심각성 평가와 대응 방향 검토를 위한 '상황평가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이후 서훈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등 주요 간부들은 조기 퇴근했고 강건작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역시 오후 7시 30분께 퇴근했다.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을 즉각 발송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100여 차례, 2019년 50여 차례, 2020년 5월까지 70여 차례 대북전통문을 발송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합참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후 관련 매뉴얼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손을 놔버렸다.
해군 역시 이씨의 실종 사실을 확인하고도 구체적인 수색 방법·경로에 대한 지시 없이 탐색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합참에 탐색전력을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작성했다.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확인했을 때에도 군에도 조치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해경은 안보실로부터 상황을 전달받고도 '보안 유지'를 이유로 이씨의 발견 위치에 대한 추가 정보를 파악하거나 관계기관에 수색 구조에 필요한 협조요청을 일체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실종된 이씨를 수색하던 인천해경에게 발견 정황이 전파되지 않아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최초 발견된 위치로부터 27㎞ 떨어진 실종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계속하는 헛발질을 했다.
통일부 담당 국장은 오후 6시께 국정원으로부터 발견 정황을 전달받고도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구조 및 생존 여부에 대한 파악을 하지 않은 채 오후 10시15분께 퇴근했다.
정부가 방관한 오후 9시40분부터 10시50분 사이. 이씨는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은 소각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안보실은 9월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유지' 지침을 내렸다.
같은 날 오전 2시30분 국방부는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 삭제를 지시했고, 합참은 오전 3시30분 군사정보체계(MIMS·밈스) 담당 실무자를 사무실로 불러내 영구 보존용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또 이날 오전 10시 재차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의 지시를 받아 3시간여 흐른 오후 1시30분께 이씨가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작성한 공지 문자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어 오후 4시35분에는 이씨 생존 당시에는 발송하지 않았던 대북전통문을 보냈다.
해경은 같은 시각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색활동을 종료하면 언론 등에 그 사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최초 실종 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
나아가 안보실은 해경에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슬리퍼를 벗어놓은 사실' 등을 근거로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을 언론에 알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해경은 이튿날인 9월24일 1차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자진 월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해경은 이씨 실종 당시 신발이 선상에 남겨진 점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이 신발의 소유자가 이씨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참 뒤에야 해경 수사 결과에서 밝혀진 사실은 '여러 사람의 DNA가 검출되는 등 소유자 불분명'이었다.
이후 이어진 9월29일 2차 중간수사 발표에서도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던 인천해경이 '수사가 진행된 것이 없어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거절했는데도 수사팀이 수사를 통해 자진 월북을 판단한 것처럼 발표문을 작성했다.
해경은 또 이씨가 인위적인 노력으로 북한 해역에 도달한 것을 월북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표류예측결과 분석과 수영 실험 결과를 왜곡 발표했다. 기자단 백브리핑에서는 이씨의 도박·이혼 사실과 채무 금액 등 사생활을 부당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10월22일 3차 수사 결과 발표 때는 비공식 심리분석 결과 등을 내세워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 박았다. 알고 보니 해경은 2명의 전문가에게 정식 서면자문을 요청했으나 이들 모두 '사망한 상태에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자문에 불응하자 이들의 답변을 임의로 짜깁기한 것이었다.
이후 이씨 유족 측이 해경에 보유·관리하는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도 사실과 다르게 '자료 부존재'로 답변하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관계자 13명에 대해 문책성 징계·주의를 요구하거나 인사상 불이익 통보를 했다. 박지원(81) 전 국가정보원장은 퇴직과 고령을 이유로 행정처분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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