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에게 새생명 주고, 하늘의 별이 된 30대 여의사

이용권 기자 2023. 12. 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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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30대 젊은 의사가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장기를 기증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 한 뒤 하늘의 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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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은애 교수, 뇌사판정 후 장기 기증
보호자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 다할 수 있도록”
고 이은애 교수의 전공의 시절 생전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30대 젊은 의사가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장기를 기증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 한 뒤 하늘의 별이 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로 근무했던 34세 여의사 이은애 씨가 그 주인공. 이 씨의 부친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딸의 장기기증을 결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고,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껴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중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있었으나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시작됐고, 응급실에서 경련과 함께 의식이 저하됐다.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진단 받았다. 이 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경과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 씨의 보호자는 어렵게 뇌사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고인의 부친은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 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받들고, 마지막까지 생사에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기증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통해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기증했다. 이를 통해 총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이은애 교수의 영정사진

고인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해왔다. 고인의 여동생은 "언니는 늘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으로, 졸업한 고등학교의 최초 의대생,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을 하는 등 훌륭한 의료인이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모토 자체였다"며 "가톨릭 세례를 받기 위해 함께 교리공부를 마치고, ‘언니 친구 잘 만나고 와’ 하고 인사 하고 보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어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 얘기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며 울먹였다.

고 이은애 교수의 빈소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됐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말했다.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2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8일 오전 6시 45분,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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