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지도하에 진료 보조" 간호조무사 이 영상에…간호사들 "화딱지"

박정렬 기자 2023. 12. 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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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간호조무사협회 유튜브 캡쳐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이 간호조무사의 인식 개선과 직종 홍보를 위해 진행 중인 영상 광고를 두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영상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직접 간호' 등으로 설명한 데 대해 간호사와 간호대생이 수 천개의 부정 댓글을 다는 등 크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간무협은 "간호조무사가 간호를 할 수 없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7일 간무협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달 20일부터 '당신을 위해 있고 당신의 건강을 잇는 우리는 간호조무사'라는 주제로 온오프라인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해 지하철, 대형마트, 무빙워크에 한 달간 이미지·영상 광고를 송출하며 간호조무사 자격 신고와 보수교육 참여를 독려하고 대중의 인식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영상 광고에서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를 보조하고"라거나 "직접 간호도 하지" "수술실에서 어시스트도 한다"는 내용의 간호조무사의 역할 설명에 대해 간호사, 간호대생이 집단 반발하는 상황이다. 간호조무사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의 지도하에 진료를 보조하는 것이고, 의료법상 의료인은 간호사인데 간호조무사가 마치 모든 간호행위가 가능한 것처럼 호도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해당 유튜브 영상은 개재된 지 일주일 만인 이날 오전 기준 댓글이 2200여개가 달렸는데 "조무사님 의료인, 간호사 사칭 그만 하세요" "환자는 마루타가 아니다"처럼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이다. 24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간호사 출신의 유튜버 '구슬언니'도 "너무 화딱지가 난다"며 "묵묵히 일하시는 간호조무사님들과 간호사들을 기만하는 영상"이라며 비판의 글을 남겼다. 한 간호대생은 "일반 의원에서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처럼 일하지만 대우도 지식도 한계가 있다"면서 "기본적인 간호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채 실습 나갔다가 외래에서 보조 업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공부하는 간호사와 학원에서 공부하는 간호조무사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간호조무사협회 유튜브 캡쳐


이에 대해 간무협은 "해당 영상 광고는 법령과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제작된 것"이라며 "간호사와 간호대생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은 제대로 된 내용도 모른 채 '간호사 우월주의', '카스트 신분과 같은 인식' 등으로 간호조무사를 멸시하고 깔보고 있다"라고 맞대응했다.

간무협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면서 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한다는 설명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가 2017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물리적으로 바로 옆에 있지 않고 최소한 지도가 가능한 의료기관 내에 공존하면서 역할 분담을 하면 된다고 한 유권해석을 거론하며 "간호조무사 옆에 반드시 간호사가 있어야 하거나, 업무를 곁에서 단순히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는 입장도 아울러 피력했다.

이날 간무협은 의사 지도하에 간호조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진료 보조'에 대한 복지부 유권해석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협회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의 진료 보조업무는 △진단보조(간단한 문진, 활력징후 측정, 혈당측정, 채혈 등) △주사(피하주사, 근육주사, 혈관주사 등) △수술보조(수술실에서 마취보조, 수술진행보조) △치료보조(병동 및 진료실에서 소독, 마취, 혈관로 및 소변로 확보, 관장, 깁스 등) △약무 보조(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조제 보조, 투약 등)로 다양하다.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는 진료 보조 차원에서 활력징후 측정과 수술 보조, 투약행위가 가능하고 영상 광고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간무협의 설명이다.

오히려 간무협은 "환자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인력으로써 의료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생각은 결핍된 채 무조건 간호사만 가능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행위를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에 젖어 있다"며 "간호사만으로는 의료현장 시스템이 절대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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