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성인지 감수성’ 문항 빼버렸다

오세진 2023. 12.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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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년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실태조사에서 이용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묻는 문항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콘진원은 "실태조사의 성인지 감수성 문항은 비상설 문항으로, 2020년 엔(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희롱 등 당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 게임 이용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문항을 조사에 포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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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산하 콘텐츠진흥원
2020년 실태조사 때 한차례 반영
‘프로젝트 문’이 개발한 게임 ‘림버스 컴퍼니’ 등장 인물들의 모습. 인터넷 갈무리

정부가 매년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실태조사에서 이용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묻는 문항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남초 사이트’의 ‘반 페미니즘’ 정서에 게임회사들이 편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게임계 성차별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2020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게임 내 성인지 감수성 인식’ 항목을 추가했다가 다음 해에 곧장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진원은 2011년부터 건강한 게임 이용 환경 조성 등을 목적으로 매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실태조사에 ‘성인지 감수성 항목’이 추가된 배경엔 ‘게임 이용자들의 성평등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8년 여성가족부는 ‘게임문화산업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 당시 연구진은 “성평등 구현보다 소비자 니즈(요구)에 부합하는 게임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제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며 게임업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연구진은 “게이머(게임 이용자)의 의식과 태도 개선이 업계 변화보다 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권고로 추가된 항목이 일회성 조사에 그친 것이다.

콘진원이 2020년 실태조사에서 추가한 성인지 감수성 문항은 7가지다. 문항 내용은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외모와 몸매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여성 캐릭터가 강할수록 의상의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이었다. 응답자는 이런 항목에 5점 척도(1점 전혀 그렇지 않다·5점 매우 그렇다)로 답했다.

그 결과 평균 점수가 3.1점으로 가장 높았던 항목은 ‘게임 내 여성 캐릭터는 강할수록 의상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와 ‘게임 내 악당 캐릭터 성별은 주로 남성인 것이 일반적이다’였다. 올 7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이용자들이 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신체 노출이 적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개발사(프로젝트 문)를 비난한 일은 수년 전 실태조사에서도 예고된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0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응답자들에게 물은 ‘성인지 감수성 인식’ 조사 결과.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그뿐만 아니라 콘진원이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문화를 교육하는 ‘게임문화교실’ 사업에서도 성평등 교육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수업 교안을 보니, 총 8차시 단원 중 게임업계의 성차별 문제를 별도로 다룬 단원은 없었다. 4차시 단원 참고자료에 ‘여성 게이머, 실력을 해킹으로 오해 받아’라는 기사를 언급하며 여성 게이머도 게임을 잘 할 수 있다는 수준의 교육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콘진원은 “실태조사의 성인지 감수성 문항은 비상설 문항으로, 2020년 엔(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희롱 등 당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 게임 이용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문항을 조사에 포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속 편견 사례(여성 게이머 대상 차별이나 편견 포함)를 통해 양성평등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협회장은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성차별적인 콘텐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반면, 국내 게임업계는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일부 극단주의적 게임 이용자를 기업들이 추종하며 게임업계의 여성 혐오 및 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게임 소비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내실 있는 교육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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