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내성' 뇌출혈 환자에 끔찍한 일이…"치료 안돼" 경고 나왔다

이창섭 기자 2023. 12. 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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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가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 조성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사진제공=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너무 자주 사용할 경우 내성을 유발, 뇌출혈이나 뇌경색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전문의들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 보툴리눔 톡신 시술 비용이 가장 싼 나라여서 시술받는 환자 수도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툴리눔 톡신은 치료 목적에도 사용되는 만큼 내성이 뇌출혈·뇌경색 치료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위원회)는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 조성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위해관리협의회 산하 기구로 보툴리눔 톡신의 안전한 사용 문화 형성을 위해 설립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가장 싼 나라가 한국"이라며 "생산되는 공장도 가장 많고, 그러다 보니 가격도 가장 싸다. 의사들은 인구 대비 시술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곳도 한국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생산과 판매를 합쳐 17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과 관련돼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기업 애브비, 멀츠, 입센 등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업체가 포진된 셈이다.

최근 출혈 경쟁으로 보툴리눔 톡신 시술 1회 가격이 4900원까지 내려간 사례도 있다. 하지만 너무 잦은 시술은 내성을 부른다. 엄중식 가천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시술에서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내성"이라며 "내성은 2차 무반응이라고 하는데 최소 한 번 이상의 효과를 경험한 환자에게서 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미국에선 내성 발생률을 1.5%, 상당히 드문 부작용으로 보고한다"면서도 "우리나라처럼 여러 부위에 반복적으로 계속 사용하면 그것보다는 훨씬 높은 내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성이 무서운 건 보툴리눔 톡신이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의원 대표원장은 "톡신 내성이 생기면 단순히 미용 목적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목적 사용에서 효과가 전혀 없게 된다"며 "50~60대 고령층에서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올 수도 있는데 생명과도 직결되는 치료에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5~5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보툴리눔 톡신 시술 경험을 물어본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과반이 1회당 2 부위 이상의 고용량 시술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4%는 1회 시술 이후 '효과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36%에게선 내성이 의심된다는 답변이 나왔다.

허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가 자기가 맞아야 할 톡신의 용량과 시술 주기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환자 본인이 제품별 차이와 부작용 등을 가능한 한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엄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해제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가핵심기술 해제는 보툴리눔 톡신 수출 기업이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보툴리눔 톡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수출할 때마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다. 업체들은 보툴리눔 톡신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균주이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개발할 수 있기에 핵심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엄 교수는 "실제로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부분과 생산·유통·사용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을 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국가 단위에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하는 별도의 생물테러 관련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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