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13] 혁(革)의 어려움
혁(革)은 ‘가죽’이란 뜻인데 가죽은 금속이나 나무 등과 달라서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어 ‘고치다[改]’라는 뜻을 갖게 됐다.
‘주역’에 혁괘(革卦)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인간사에서 혁(革)의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64개 괘에는 차례가 있는데 그것은 대체로 인간사 진행 과정과 상응한다. 혁괘 바로 앞이 정괘(井卦)이다. 우물물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까지 은택을 베풀기도 하지만 오래되면 썩는다. 썩으면 갈아야 한다. 그래서 정괘 바로 다음이 혁괘이다.
혁괘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위치상 밑에서 세 번째 양효가 된다. 밑에서 네 번째는 재상 자리이니 김기현 대표가 되겠고 다섯 번째는 대통령이다.
인 위원장에 해당하는 혁괘 구삼에 대해 주공(周公)은 이렇게 말했다. “가면 흉하기 때문에 반듯함을 지키고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을 품어야 하니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세 번 합치면 미더움이 있다.” 공자는 그중 뒷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세 번 합쳤으니 또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풀어냈다.
삼이나 육은 가운데(이와 오)를 지나쳐 있어[過] 매사 성급한 자이다. 그래서 흉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공이나 공자 모두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세 번 합치면”을 강조했다. 이는 개혁이 중론(衆論)이 됐다는 뜻이다. 언행을 조심하되 개혁을 실행하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더불어 자기의 양강(陽剛)한 자질만 믿지 말고 주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가면서 실행하라는 뜻이다.
김 대표에 해당하는 구사에서는 “명을 고쳐 길하다”고 했으니 혁(革)을 따르지 않으면 흉하다는 뜻이다.
맨 위의 효 상륙에 대한 주공 말이 흥미롭다. “군자는 표범이 변하듯이 하고 소인은 얼굴만 변한다.” 공자는 뒷부분을 이렇게 풀었다. “소인이 얼굴만 변하는 것은 고분고분함으로써 임금을 따르는 것이다.” 그 정도만 바뀌어도 다행이라는 말이다. 혁(革),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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