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군부대 떠나고 마을이 말라가요”…접경지역 ‘휘청’

이청초 2023. 12. 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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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국방개혁으로 최근 4~5년 새 강원도 접경지역의 군부대가 잇따라 통폐합됐습니다.

접경 지역의 상경기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주민들은 손 쓸 방법이 없어 시름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접경지역 문제를 오늘과 내일 심층 보도합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70년 가까이 중부전선을 지켜온 27사단 이기자부대가 해체된 지 1년.

4,000여 명의 군 장병이 떠나자 주변 상가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문을 닫았습니다.

빈 상점을 지키는 건 '임대 안내'뿐입니다.

[손석범/치킨집 운영 : "가게를 내놓아도 소비가 안 되고 부대가 나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가게 소비가 없으니까 들어오실 분이 없는 거죠."]

부대 규모가 줄어든 또 다른 동네.

점심시간이 갓 지난 오후 시간입니다.

장병들은 물론 궂은 날씨 때문인지 주민들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인적이 뚝 끊겼습니다.

군인 용품을 파는 군장점은 아예 불을 꺼놨습니다.

[신종숙/군인용품점 운영 : "지금 낮이라서 잠깐 껐어요. 그리고 사람이 지금 훈련기간이에요. 그래서 애들이 없으니까 잠깐 껐어요."]

타격은 입은 건 상권뿐만이 아닙니다.

장병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던 북카페는 이용객이 줄어 내년부터 무인으로 운영될 처집니다.

[북카페 관리 주민 : "'예산 때문에 확실치는 않은데 미리 일자리를 구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이 캄캄했죠."]

부대에서 제공하던 통학차량도 사라져 학생들은 걸어서, 택시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형편입니다.

[주민/음성변조 : "군인 자녀가 거기 많았어요. 그러니까 통학이 불편하니까 아침 등교 시간만. 부대에서 (통학차량) 지원해 줬는데 그게 지금 안 되죠."]

결국, 사람이 빠져나갑니다.

최근 5년 새, 군부대가 사라진 사내면과 상서면 인구는 11% 넘게 줄었습니다.

화천군 평균을 크게 웃돕니다.

[김순옥/식당 운영 : "지금은 (오후) 6시만 되면 암흑시대예요. 마을이 전체가. 6시 이후에는 독신자 숙소에 계시는 간부님들 빼고는 없어요."]

2019년 국방개혁이 본격 추진되면서 군 장병 22,000여 명이 강원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여파로 접경지역의 '지방 소멸' 시계는 더욱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이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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