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누워 버튼만 누르면 꿀잠…“우리집에도 제발” 100만명 넘는다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2023. 12. 6. 18: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면증 확자 100만명 시대
건설·화장품·보일러·침구사 등
K슬립테크 업체들에 ‘러브콜’
지오엠씨·에이슬립 등 각광
수면진단 솔루션 B2B 협력↑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현대건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권혁수 씨(38)는 밤 11시에 잠이 들기 직전 침실 벽면의 ‘숙면 유도’ 버튼을 누른다. 이 버튼을 누르면 숙면을 유도하는 특수 뇌파음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서 천정의 LED 조명이 점차 어두워지고, 실내 온도와 습도가 잠에 최적화된 상태로 자동 조절된다. 침대에 누운 권씨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스르르 단잠에 빠진다.

권씨의 침실처럼 ‘슬립테크’(SleepTech·수면과 기술의 결합) 기술을 반영한 신개념 ‘스마트 침실’이 향후 현대건설 브랜드 아파트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H슬리퍼노믹스’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집중력 강화기기 ‘엠씨스퀘어’로 유명한 지오엠씨가 현대건설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이달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주택홍보관 ‘더 에이치 갤러리(The H Gallery)’에서 정식 공개된다.

H슬리퍼노믹스는 각 방의 벽면에 수면 유도 시스템이 탑재된다.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미래의 주택기술’로 선정한 이 기술은 수면에 영향을 주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을 조절하는 뇌파 동조화 현상을 활용한다.

임영현 지오엠씨 회장은 “숙면에는 침대 매트리스, 베개 품질, 온도와 습도, 조도 등 외부 요인보다 뇌파가 훨씬 근본적인 영향을 준다”며 “아파트 실내에 탑재된 솔루션이 해당 뇌파를 각성파에서 수면파로 바꿔 숙면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국내 불면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슬립테크 업체들은 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가구와 침구 업체를 넘어 건설, 가전, 보일러,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 기업과 적극 ‘콜라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과 협업 중인 지오엠씨는 국내 한 매트리스업체와도 최근 공동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매트리스 제품에 숙면을 유도하는 뇌파음을 탑재한 스마트 매트리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슬립테크 업체 한 임원은 “불면증이 현대인의 골칫거리가 되면서 숙면을 유도하고, 수면의 질을 자가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졌다”며 “이런 기술을 보유한 슬립테크 업체들이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게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공지능(AI) 수면 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국내 대·중소기업·스타트업 9곳과 이미 기업간 거래(B2B) 협력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전 세계 7000여 명의 수면 중 호흡 데이터를 딥러닝한 AI 수면진단 솔루션 ‘슬립루틴’을 보유하고 있다. 슬립루틴은 AI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마이크로 수면 중 호흡음을 측정해 수면의 질을 분석한다. 2만2500개 소음을 학습시킨 AI 모델을 활용해 온갖 소음이 있는 가정환경에서도 수면다원검사에 버금가는 정확도(약 90%)를 보인다.

에이슬립에 따르면 통신·가전·정보기술(IT) 업체로는 SK텔레콤와 LG전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IT 기업 리얼라이즈모바일 등과 이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과 리얼라이즈모바일의 경우 각 회사 애플리케이션에 에이슬립 수면 솔루션을 접목하는 식이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각 회사 앱에서 에이슬립의 수면 솔루션을 사용하면 개인화된 수면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취침, 수면, 기상 등 고객의 수면상태와 패턴에 따라 최적화된 모드로 움직이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가전’ 개발이 목표다. 별도 기기가 필요 없는 솔루션이기 때문에 LG전자가 개발하는 대부분 가전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아모레퍼시픽과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에이슬립의 AI 수면 솔루션을 통해 개개인의 숙면에 도움을 주는 온도와 습도, 향기 등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맞춤형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보일러업계 1위 경동나비엔, 침구업체 이브자리와의 협력도 눈길을 끈다. 에이슬립은 올 하반기 두 회사와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경동나비엔과는 이 회사의 숙면매트에 AI 수면 솔루션을 탑재한 스마트 숙면매트를 개발할 예정이고, 이브자리와는 베개 등 침구류에 해당 솔루션을 탑재한 스마트 침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조은자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에이슬립의 스마트 알람 서비스는 수면패턴을 감지한 뒤 기상 알람까지 해준다”며 “이러한 슬립테크 기술을 향후 침구제품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골이 방지 AI 베개 ‘모션필로우’를 개발한 텐마인즈는 최근 LG헬로비전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베개 렌털 서비스를 개시했다. 자체 개발한 코골이 진단 AI 솔루션을 베개와 연동되는 외장기기에 탑재해 쓰는 방식이다. 베개 옆 외장기기가 사용자의 수면 중 호흡을 측정하고, 수면의 질을 평가한 다음 이를 스마트폰 앱에서 알려준다.

콜라보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은 판이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0억달러 수준이던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021년 150억달러로 성장한 데 이어 오는 2026년 32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